고금리, 고환율 등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동안 침체기를 겪던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지난해 줄줄이 매출 호조를 기록하며 긍정적인 한해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내 투자 축소 등 어려움은 남아있지만 꾸준한 연구개발(R&D)을 통해 내실을 다지며, 신약 및 복합신약 등 캐시카우의 역량 증폭을 통해 지난해 외형확대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지난해 줄줄이 매출 호조를 기록하며 침체됐던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은 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대웅제약, GC녹십자, 종근당. / 각 사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지난해 줄줄이 매출 호조를 기록하며 침체됐던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은 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대웅제약, GC녹십자, 종근당. / 각 사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대웅제약, GC녹십자, 종근당, 보령, JW중외제약 등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전년 대비 91.4% 늘어난 매출 3조 13억원을 기록해 국내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83.07% 늘어난 9836억원을 기록했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이 주력 사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개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지분으로 편입시켜 매출 상승을 증폭시켰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9463억원, 영업이익 231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미약품도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하며 창사 이래 최대 매출 1조 3317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5.2% 증가한 1570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현지법인인 북경한미약품도 1996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연매출 3000억원을 넘었다.

한미약품은 자체개발한 복합신약의 성장세를 발판으로 성공적인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기록한 2015년 이후 7년 만에 매출 신기록을 작성했다. 고지혈증복합제 로수젯와 복합신약 제품군 아모잘탄패밀리 등이 지난해 7891억원 원외처방 실적을 기록하며 역대급 호실적을 완성시켰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 1613억원, 영업이익 10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10.1%, 영업이익은 11% 상승했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가 실적 상승을 크게 견인했다.

나보타는 지난해 매출 1421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796억원에서 1년만에 78.7% 확대했다. 해외 매출도 급증했다. 지난해 나보타 수출액은 1098억원으로 전년보다 123.2% 가량 증가했다.

종근당 역시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종근당은 지난해 전년 대비 10.8% 상승한 1조 4883억원을,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6% 상승한 199억원을 달성했다. 종근당은 자체개발 의약품과 도입신약이 고른 활약을 보였다.

종근당의 주요 의약품인 뇌기능개선제 종근당글리아티린, 골관절염치료제 이모튼, 복합신약 텔미누보 등이 모두 전년 보다 5~6% 대 성장세를 이어가며 매출 증대를 완성시켰다. 이밖에 국내외 기업들과 공동판매 중인 의약품도 지난해 호조를 기록하며 동반상승을 이어갈 수 있었다.

GC녹십자는 자회사들이 고루 성장하며 지난해 전년대비 10.3% 늘어난 영업이익 813억원을, 매출은 11.3% 증가한 1조 7113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2017년 903억원을 기록한 이후 5년 만에 최대 규모다.

GC녹십자는 세계 두 번째로 개발된 희귀질환의약품 헌터라제 매출을 비롯해 회사 최대 캐시카우인 혈액제제, 백신제제의 매출이 줄줄이 상승하며 외형확장에 이바지했다. 특히 혈액제제의 경우 전년보다 12.4% 늘어난 매출 4204억원을 이룩했다.

보령은 지난해 21.2% 증가한 매출 7605억원을, 영업이익은 36.6% 성장한 566억원을 기록했다. 보령의 영업이익과 매출은 지난 2019년부터 4년 연속 동반 신기록을 갱신 중이다.

보령은 심혈관, 당뇨, 암, 정신질환 등 만성질환 전문의약품의 꾸준한 성장에 힘입어 매년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보령 대표 캐시카우인 고혈압 신약 카나브패밀리는 지난해 1302억원의 매출로 전년 대비 19% 성장했고, 항암제 분야는 전년 대비 61% 성장한 160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JW중외제약도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부문이 함께 성장하며 지난해 역대 최대인 매출 6844억원, 영업이익 64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중외제약인 간판품목인 고지혈증치료제 ‘리바로’의 성장세에 힘입어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리바로패밀리 처방액은 1147억원으로, 단일제 리바로는 792억원, 복합제인 리바로젯 285억원, 리바로브이 65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리바로젯은 발매 첫해 기록한 성적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회사를 이끌 차세대 캐시카우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기존 강점인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에서도 성공적인 흥행을 기록하며 지난해 의미있는 성적표를 받게 됐다"며 "이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과 견줄만한 체질개선에 성공했다는 증거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