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주주총회(이하 주총) 시즌에 맞춰 사명 변경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업계에서도 사명 변경과 관련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사업의 범위를 넓게,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사명을 변경하려는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기업들이 3월 주총에서 사명 변경 안건을 다룬다. 포스코그룹의 포스코케미칼과 포스코ICT도 각각 ‘포스코퓨처엠’과 ‘포스코DX’로 사명을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경기도 판교 GRC에서 열린 HD현대 50주년 비전선포식. / HD현대
경기도 판교 GRC에서 열린 HD현대 50주년 비전선포식. / HD현대
쌍용자동차도 3월 주총을 통해 사명을 ‘KG모빌리티’로 변경할 예정이다. SNT중공업은 최근 열린 주총에서 ‘SNT다이내믹스’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한화테크윈도 ‘한화비전’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HD현대의 계열사들도 주총에서 사명을 변경한다. 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현대중공업 등은 사명 앞에 ‘HD’를 붙일 예정이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을 빼고 HD현대인프라코어로 다시 태어난다.

사업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기존의 사명보다 많은 의미를 포괄할 수 있는 사명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에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기존 사명에 비해 모호해도 넓고 미래지향적인 사명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사명 변경에 대한 고민은 조선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화에 인수되는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의 경우 ‘한화조선해양’이라는 사명으로 가등기가 신청된 상태다. 또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특허청에 ‘HSME(한화조선해양)’ 상표권도 등록했다.

한화조선해양이라는 사명이 확정시됐지만 최근에는 ‘한화오션’이라는 사명이 강력한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대우에서 한화만 바꾸는 것으로는 회사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보여주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한화조선해양이라는 사명이 조선업에만 국한된 이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화는 대우조선을 인수하며 ‘토탈 방산∙그린에너지 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했다. 기존의 사업은 물론 육해공 방산 시너지와 에너지의 생산-운송-발전 밸류체인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 비전을 포괄하는데 있어서 한화조선해양보다는 한화오션이라는 사명이 더 적합하다는 반응이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 대우조선해양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사명 변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사명이 영위하는 사업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한국조선해양 아래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계열사 뿐만 아니라 보일러 회사인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 신재생에너지 회사인 현대에너지솔루션, 설계·품질 솔루션 회사인 현대E&T, 종합 설비 보전 및 운영 기업 현대중공업MOS 등이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아직까지 사명 변경과 관련해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명교체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어 의견을 수렴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를 찾고 새로운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사명 변경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기존의 사명은 명확하기는 하지만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트렌드는 조금 모호해도 넓은, 미래지향적인 사명인 것 같다"며 "미래를 보여주는데 집중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