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과 NH농협은행의 실명계좌 계약 만료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아직 재계약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빗썸은 애가 닳는 상황.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원화거래가 불가능해져 빗썸은 현재의 2위자리를 내주는 것은 물론, 주요 거래소라는 입지마저 타격을 입게 된다.

3일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계약 연장 여부를 놓고 NH농협은행이 고심하고 있다. 현재 실사 평가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양사간의 계약은 오는 24일 만료될 예정으로, 이날 전까지 재계약 협상이 결론지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불발까지 염두에 뒀던 빗썸은 최근까지 다른 은행과 접촉을 시도했다는 후문이다. 막판 분위기는 계약 연장쪽으로 기우는 듯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다만 계약 만료 시점을 보름여 앞두고도 NH농협은행측이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빗썸 관계자는 "계약 논의가 절차대로 이뤄지고 있으며 실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공식적인 입장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가상자산 거래소와 은행간 실명계좌 재계약은 이전 계약만료 한달 전에는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새로운 은행과 계약을 맺는 경우에도 금융위원회(FIU)에 변경 신고가 수리되는 기간을 감안해 최소 한달 전 계약이 체결된다.

그러나 빗썸과 NH농협은행은 계약 만료 기간을 보름여 남기고도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양사간 재계약이 불발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빗썸이 최근까지도 카카오뱅크, KB국민은행까지 찾아가 실명계좌 협업을 논의하는 등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했다"며 "악화된 실적과 여러 리스크를 감안했을 때 NH농협은행이 선뜻 재계약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최근의 가상자산 시장 불황으로 빗썸의 거래량은 크게 떨어졌다. 지난 1월 기준 빗썸의 일일 거래액은 5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이달 3일 코인마켓캡 기준 하루 거래액은 3970억원이다. 같은날 업비트의 일일 거래량은 3조 7700억원으로, 양사간 거래액 차이는 10배 수준까지 벌어졌다.

빗썸 관계사 임원과 관련된 구설수 또한 여전히 부담이다. 법원은 이달 관계사의 주가를 조작하고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빗썸 관계사 임원 강종현씨에 대해 첫 재판을 연다.

빗썸은 실질적 최대주주인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의장이 지난해 2년여 만에 무죄 판결을 받으며 오너리스크를 모두 해소한 듯 했다. 그러나 강종현씨에 대한 검찰 조사로 복잡한 지배구조가 드러나며 또 다른 사법리스크로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재계약 결정은 확정되는 대로 공개할 예정"이라며 "기한이 촉박하나, 재계약이 성사될 경우 동일 은행과 실명계좌를 연결하는 경우 금융위원회에 별도 신고가 필요 없어 고객 불편은 없을 것"이라 말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