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저궤도 위성통신 분야 선도자로 여겨지던 애플보다 진일보한 기술을 내놨다. 애플이 내놓은 기술은 긴급 메시지 정도만 단방향 전송이 가능하지만 삼성은 사진과 영상 등 대용량 데이터까지 양방향 송수신이 가능한 기술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5G 모뎀 신제품인 ‘엑시노스 모뎀 5300’에 적용해 검증을 완료한 상태다. 엑시노스 브랜드에도 관심이 모인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분야에서는 발열 등 품질 논란에 휩싸였으나 통신 모뎀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비지상 네트워크 설명 이미지/ 삼성전자
비지상 네트워크 설명 이미지/ 삼성전자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월 27일(현지시간)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 현장에서 기존보다 고도화한 5G 네트워크 기술을 소개하는 프라이빗 부스를 마련했다.

해당 부스에서 삼성전자는 위성과 스마트폰 간 데이터 연결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5G NR 비지상네트워크(NTN)를 시연하는 등 글로벌 주요 거래선을 대상으로 통신장비를 소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최근 위성통신에 활용되는 핵심 모델 기술인 NTN 표준 기술을 확보했다. NTN 기술은 기지국이 없어도 인공위성을 기지국처럼 활용해 통신 환경을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동통신 표준화 기술협력기구(3GPP)의 최신 표준(릴리즈-17)에 맞춰 개발된 기술로, 5G 모뎀 신제품인 ‘엑시노스 모뎀 5300’에 적용해 검증을 마쳤다.

사막·바다·산악 지대와 같은 통신 음영 지역이나 재해 상황에서도 사각지대 없는 통신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지상 네트워크가 닿지 않는 무인 항공기, 플라잉카 등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삼성은 또 5G 통신 기반으로 지구를 공전하는 저궤도 위성의 위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지상의 단말기와 위성 간의 주파수 오차(도플러 효과)를 최소화하는 ‘도플러 천이 보상’ 기술 확보에도 성공했다.

이는 간단한 문자 메시지 외에도 사진·영상 등 대용량 데이터의 양방향 송수신을 할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 애플은 아이폰14 시리즈부터 저궤도위성통신을 통한 긴급구조요청 서비스를 내놨으나 단방향 문자 송신밖에 되지 않는다.

예컨대 통신이 터지지 않는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협곡에서 실종을 당했을 때 애플의 긴급구조요청 서비스를 통하면 구조자가 실종자의 위치를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파악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 기술을 통하면 구조자와 실종자가 양방향 소통을 하면서 위치 파악을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갤럭시 스마트폰에 해당 기술 적용 계획을 밝힌 바 없으나 업계에서는 충분히 고도화한 다음 엑시노스 AP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는 통신이 터지지 않는 지역이 거의 없지만, 해외에서는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엑시노스 AP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삼성이 독자 개발한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AP는 지난해 갤럭시 S22 시리즈에 탑재됐다가 성능 저하와 발열 문제 등으로 올해 신제품 갤럭시S23 시리즈에선 전량 배제됐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가 설계한 시스템온칩(SoC)를 포함한 모바일 프로세서 브랜드로, 모바일 AP·모뎁(ModAP)·통신 모뎀· RF칩으로 나뉜다. 성능 논란에 휩싸인 모바일 AP와는 달리 엑시노스 통신 모뎀의 경우 비지상 네트워크 검증에 활용되며 어느정도 품질이 보장된 모습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에도 비지상 네트워크 기술이 적용되려면 엑시노스 AP에 통신 모뎀 솔루션이 내장되는 형태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발열 등 품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추후 갤럭시 제품에 엑시노스 AP 대신 퀄컴 스냅드래곤이 계속 탑재될 가능성이 높아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