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 입성을 눈앞에 둔 가운데 대대적인 인재 영입 전략을 펼치면서 경쟁사뿐 아니라 전통제약사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스톡옵션, 높은 연봉 인상률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그간 안정화된 국내 바이오산업 채용시장을 크게 흔들며 경쟁사의 핵심 인재를 넘어 주요 생산 및 공정 라인 인력까지 죄다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을 본격 가동했다.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위치한 롯데바이오로직스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 롯데바이오로직스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위치한 롯데바이오로직스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 롯데바이오로직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채용 움직임이 송도 입성을 확정짓자마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에게 기존 연봉의 30%를 인상을 내거는 등 인재들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중이다. 심지어 전통제약사 연구개발 인력까지 손을 뻗치며 과감한 영입전을 단행하고 있다.

바이오업계 7년차 연구직인 A씨는 "송도에 위치한 대표 기업에 다니는 인력은 한번쯤 헤드헌터를 통해 롯데바이오로직스 취업을 추천 받거나 본인이 직접 지원한 이력이 있을 정도다"며 "이미 주변에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인력이이 기존 연봉 대비 30% 가량량 높여 갔고, 이들이 함께 일하던 인력에게 다시 영입 제안을 걸어오는 등 공격적인 채용이 펼쳐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청(IFEZ)을 ‘메가플랜트’ 부지로 낙점하고 3조 7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을 예고했다. 공장 부지는 송도 11-1공구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중으로 올해 말 착공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12만 리터(ℓ) 규모의 위탁생산(CMO) 공장 3개를 구축해 세계 10위권의 바이오의약품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당초 2조 5000억원가량을 투자해 2030년까지 CMO 공장 2개를 세울 예정이었지만 기업공개(IPO) 이후 1조 2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2034년까지 3개를 확보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한 바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송도 입성이 확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송도 바이오클러스터를 대표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은 큰 신경을 쓰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 형태가 같은 C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한 동시에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을 모기업으로 두고 ‘업계 최고 대우’를 자처한 상태라 롯데의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 동요하지 않았다.

다만, 롯데바이오로직스 수장인 이원직 대표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이라는 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벤치마킹을 노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삼성 입장에서 마냥 무시하고 있을 수 없는 없었다.

이원직 상무는 2010년 삼성전자 사업추진단에 합류, 삼성바이오로직스 품질팀장을 거쳐 DP사업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전에는 미국 제약사 BMS(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에 근무하며 셀트리온 CMO(위탁생산) 프로젝트의 품질부문을 담당했다.

특히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부터 ▲바이오의약품 USP(배양공정)·DSP(정제공정) 설계 ▲바이오 플랜트 유틸리티 설계 ▲배양·정제 전문가 ▲바이오의약품 QA ▲원부자재 조달 등 바이오의약품 CMO 가동을 위한 핵심 전문가 구인에 집중하며 채용시장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일부 직원들을 상대로 인천지법에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지난해 7월 인천지법이 이를 인용했다. 또한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지속적인 인력 유인활동을 즉각 중지해달라는 ‘내용증명’을 지난달까지 세 차례 보내기도 했다.

이는 인재 유출과 동시에 영업기밀이 함께 흘러들어 갔기 때문으로, 삼성 측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롯데바이오로 일부 직원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셀트리온과 SK바이오사이언스도 안심할 수 없는 입장이다. 셀트리온은 직접적인 사업 방향성이 달라 인재가 겹치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바이오업계 생태계에서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공정은 일부 동일하기 때문에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에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핵심 인력에 대한 대규모 연봉 인상을 단행,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내부 움직임을 조용히 수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송도 입성을 확정지은 SK바이오사이언스도 마찬가지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직 관계자는 "회사가 본사를 이전한다는 발표 이후부터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다"며 "정확히 어떤 분야 직원이 롯데와 접촉했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상당수가 롯데바이오로직스 면접을 본 것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전통제약사 인재들도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직을 모색하는 중이다. 전통제약사 계열 CMO 기업에 몸담고 있는 연구원 및 영업부 인원들이 상당수 롯데바이오로직스 채용 제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 제약사 CMO 영업부 관계자는 "전통제약사들이 기존 케미컬 사업부문에 힘을 준 나머지 CMO 등은 삼성에 밀려 큰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러한 인재들에게 글로벌 기업과 견줄만한 CMO 사업 경험을 약속하면서 영입의사를 묻고 있고, 연봉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슷하거나 약간 더 많이 줄 것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그룹 최초로 전 임직원 대상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등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하면서 대대적인 인재 유입이 시작될 전망이다. 해당 스톡옵션 제도는 매년 자체 평가기준을 통해 전 직원 중 80% 수준의 인원을 대상으로 선정해 부여된다.

향후 5년간 진행되며 매년 지급 대상자를 확정해 이사회와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지급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우리사주제도 도입으로 계속 동기를 부여할 계획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상장(IPO)을 통한 이른바 ‘SK바이오팜 로또’ 사건에 강렬한 인상이 남아있는 바이오업계가 이번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제안에 혹하지 않을 수 없다"며 "스톡옵션 받겠다고 몇몇 인재들이 벤처기업 입성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데 롯데를 모기업으로 둔 롯데바이오가 이러한 제안을 하게 되면 많은 인력들이 크게 동요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