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챗GPT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논의해야 할 때다."

챗GPT가 본격적으로 미디어에 출연한 지 3개월 남짓 됐다. 오픈AI가 11월 30일 챗GPT를 공개한 이후 미디어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다, 새해가 넘어가는 시점부터 집중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집중적으로 다룰 만큼 챗GPT는 거대한 혁신이다. 과거의 자연어처리 모델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맥락을 이해하는 엔진 구조는 이제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다’는 환상을 좀 더 현실화시켜주는 것 같았다.

미디어에서 다루는 내용을 보면 챗GPT가 코딩하고, 소설을 쓰고, 학교 리포트를 대신해 주는 등의 능력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실제 챗GPT의 이러한 능력은 과거에는 경험할 수 없는 초거대 AI에서 구현할 수 있는 혁신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최근의 ‘챗GPT 현상’을 보고 있으면 2016년 출현한 알파고를 떠오르게 한다. 당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1로 이겼을 때 모든 미디어의 헤드라인 키워드는 ‘구글, 알파고, 딥마인드’였다. 하지만 알파고는 바둑에만 특성화된 AI 모델이고, 핵심은 딥러닝 구조였다.

우리가 딥러닝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을 비즈니스에 접목시킨 건 꽤 뒤의 일이다. 꼭 그런 뒤쳐짐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한국의 인공지능 산업은 선진국 대열에 속해 있으면서도 여전히 비즈니스 모델이 부족하고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담론이 부족한 상태다.

지금의 챗GPT에 대한 관심도 신기한 물건을 바라보는 시선 그 이상이 없다. 여전히 ‘챗GPT가 얼마나 대단한 대답을 할 수 있는지(혹은 특정 부분에서는 답변에 오류가 있다던지)’와 같은 능력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담론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챗GPT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논의돼야 하는 부분이다. 다만 챗GPT가 출현한 사건은 단순히 놀라움을 넘어 ‘우리가 챗GPT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가 더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의 경우 챗GPT가 나오기 전부터 GPT 기반의 대규모 언어 모델을 활용한 사례와 방법들이 영상 콘텐츠, 도서 등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아마존닷컴의 e북(전자책) 서비스 킨들(Kindle)에서 ‘Chat GPT’만 검색해 봐도 챗GPT 시작 방법, 돈 버는 방법, 비즈니스 모델 만드는 방법 등 1000여권 이상의 서적이 검색된다.

이 가운데 비슷한 내용을 짜집기 해서 만든 서적도 분명 수두룩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놀라워하고 있는 사이 어딘가에서는 ‘넥스트 레벨’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챗GPT뿐만 아니라 노코드, 구글 AI 도구 등을 활용하고 이를 공유하는 문화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AI에게 미래 일자리를 뺏길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사실은 AI를 활용하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뺏기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과거 알파고 때와는 달리 ‘챗GPT 활용법’에 대한 콘텐츠(기사, 영상 등)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막상 내용을 보면 이메일 답장, 에세이 작성, 번역에 활용, 수학 문제 풀이 등 이제껏 떠들었던 능력을 소개하는 수준에서 크게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참고로 챗GPT는 가장 유사한 값을 찾아가는 딥러닝 구조이기 때문에 수학 문제를 풀지 못한다.

기업이나 지자체에서도 챗GPT를 업무에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충청남도는 AI 활용 연구모임을 구성하고, 전라남도는 챗GPT 활용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고 한다. 지자체 외에도 챗GPT 연구 동호회나 커뮤니티가 카페, SNS 등을 통해 구성되고 있다.

챗GPT에 대한 활용 사례가 늘고, 공유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됐으면 한다. 인공지능 선진국은 기술이나 서비스 수준, 시장 규모뿐 아니라 사용자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친근한지가 포함돼야 진정한 인공지능 선진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