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기계를 다루는 데는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이 있다. 바로 ‘닦고 조이고 기름치고’와 ‘잘 돌아가는 기계는 건드리지 않는다’다. 두 가지 모두 인생의 쓴 경험에서 나온 것이긴 한데 정답은 없다. 잘 돌아가는 기계를 만져서 고장이 나면 ‘긁어 부스럼’이 되는 것이고, 잘 돌아가는 기계를 ‘닦고 조이고 기름치며’ 관리하면 혹시 나중에 마주할지도 모를 잠재적 장애를 피해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딜레마는 컴퓨터에도 당연히 있다. 특히 운영체제나 하드웨어 드라이버, 프로그램의 ‘업데이트’가 딱 이런 상황에 해당된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잘 돌아가는 컴퓨터라고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물론 최신 버전의 업데이트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도 않으며, 종종 문제를 일으킨다. 덕분에 모든 업데이트를 앞둔 사용자와 관리자의 심정은 딱 ‘두근두근 조마조마’다.

기대와 불안감, 고민이 공존하는 업데이트의 시기에, 보통은 별 탈 없이 지나가지만 종종 의도치 않은 ‘긁어 부스럼’의 상황도 만들어진다. 특히 업데이트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데이트를 했더니 새로운 문제가 생긴 경우에는 정말 컴퓨터에 대한 믿음이 뚝 떨어지는 기분을 맛보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쓸 컴퓨터와 남에게 추천할 컴퓨터를 다르게 꼽는 이유 중 하나로 이런 ‘트러블’ 발생 시의 피곤함도 한 몫 한다.

업데이트는 매번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한다 /권용만 기자
업데이트는 매번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한다 /권용만 기자
초연결 시대에도 피할 수 없는 ‘업데이트’

컴퓨터에서 ‘업데이트’는 주로 소프트웨어 영역으로 다뤄진다. 매 주에서 매 달 단위로 이뤄지는 운영체제의 업데이트나 종종 이뤄지는 하드웨어 드라이버들의 업데이트, 혹은 개월에서 연 단위로 이뤄지는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들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업데이트들은 버그 수정이나 보안 문제 해결에서부터 기능 추가와 성능 향상 등 다양한 이유로 이뤄지며, 때로는 사용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필수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모든 디바이스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시대에 업데이트는 나 혼자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당장 PC나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앱과 서비스는 인터넷 건너 서버와 내 손의 PC나 스마트폰의 앱과 기능이 맞아야 한다. 그리고 PC나 스마트폰의 앱은 현재 사용하는 운영체제의 환경과 맞아야 한다.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또한 사용 가능한 ‘조합’이 있다.

이에 너무 오래된 PC나 스마트폰에는 최신 운영체제를 사용하거나 그 반대가 되기 어렵고, 낡은 운영체제에서는 새 앱을 쓸 수 없으며, 낡은 앱이나 브라우저는 현재의 서비스에 접속할 수 없다.

여러 가지 이유로 오늘날 운영체제와 프로그램의 업데이트는 일정 수준 ‘강제’된다.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환경이라면 앱과 서비스를 제대로 쓸 수 없다. 특히 스마트폰보다 사용 기간이 긴 PC에서 이런 부분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질 수 있다. PC에서 사용되는 운영체제의 지원 기간은 최장 10년 정도인데, 이를 훌쩍 넘은 윈도XP와 7의 지원 종료 때는 나름 사회적 이슈가 제기될 정도였다. 이제는 이 구형 윈도 환경을 쓰려고 해도 웹브라우저 등의 최신 버전 애플리케이션이 구형 윈도를 지원하지 않아 인터넷 사용부터 애로사항이 늘어나고 있다.

운영체제의 메이저 업데이트 때마다 고민되는 또 다른 업데이트는 컴퓨터의 ‘장치 드라이버’다. 윈도 등 운영체제가 크게 업데이트되면서 드라이버 구조가 종종 바뀌기도 하는데, 그 때마다 드라이버 업데이트 지원이 약한 제조사의 하드웨어는 새로운 운영체제에서 사용할 수 없는 ‘지원 종료’의 순간을 맞고는 한다.

결국은 여러 가지 이유로, 운영체제와 프로그램이 크게 바뀌는 시기가 새 PC를 구입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다. 예를 들면, 지금 윈도11 기반 새 PC를 구입하면 길게는 2030년까지 큰 고민 없이 쓸 수 있을 것이다.

드라이버의 역량은 제품의 상품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권용만 기자
드라이버의 역량은 제품의 상품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권용만 기자
장치 드라이버 업데이트, 성능 향상의 기대와 트러블의 걱정 사이

업데이트가 과정과 결과 모두 깔끔하게 끝나면 좋겠지만 언제나 성공적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당장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운영체제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업데이트 때만 해도 매 달 ‘패치 화요일’에는 패치 이후 다양한 문제들이 보고되고는 한다. 문제 유형도 패치 이후 성능에 대한 문제나 지금까지 사용하던 작업 환경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부터 시작해 때로는 아예 컴퓨터가 부팅도 안되는 ‘벽돌’이 되었다는 것까지 다양하다.

특히 하드웨어 장치의 기능과 성능을 결정하는 ‘장치 드라이버’는 업데이트에 대한 기대와 우려 모두 큰 부분이다. 잘 되면 기능과 성능 향상을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마주하기도 한다. 때로는 핵심 장치 드라이버의 업데이트 이후 아예 부팅이 불가능하거나, 혹은 잘 되던 프로그램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거나, 때로는 PC의 전력 소비량이 갑자기 늘어나기도 한다. 특히 ‘그래픽 카드’의 드라이버 업데이트에서 이런 다양한 상황을 많이 마주하게 된다.

최근 PC들은 기능과 성능이 향상된 최신 드라이버를 ‘자동 업데이트’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게 종종 큰 사건의 시작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어느 날 사용자도 모르게 문제가 있는 최신 드라이버로 업데이트되면서, 전날까지 잘 되던 PC가 갑자기 켜지지 않거나 온갖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PC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그냥 번거로운 일이 늘어나는 정도지만, 한시가 소중한 업무용 PC라면 이런 사건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일을 수십 년간 겪어온 PC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드라이버 지원의 신뢰성도 부품 제조사들에 대한 ‘신뢰’에 제법 큰 몫을 차지한다.

특히 PC의 핵심 구성요소이자 시스템의 신뢰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프로세서와 플랫폼, 그래픽카드에서 양대 산맥인 인텔과 AMD, 엔비디아와 AMD 사이의 신뢰감에 대한 차이는 예상 이상으로 크다. 이제는 ‘지난 일’이라 치부할 수도 없는 것이 잊을 만 하면 새로운 사건이 터지기도 한다. 또한 하드웨어 아키텍처 세대의 ‘격변기’에는 이런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다.

이런 드라이버로 인한 문제를 피해가는 방법은 ‘검증된’ 제조사와 드라이버를 우선 사용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기준이 윈도의 WHQL 인증이다.

인증을 받지 않은 베타나 핫픽스 목적의 드라이버는 정말 급한 문제 해결을 위한 임시 방편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 물론 이런 ‘검증된’ 드라이버도 제작사의 역량에 따라 제법 차이가 크다. 현재 PC 시장에서 인텔과 엔비디아의 위치는 지금까지 PC 시장에서 보여준 ‘신뢰성’ 측면도 상당 부분 기여했다. 이제는 신뢰성이 다들 상향평준화 되었다지만, 결국 신뢰성은 ‘시간’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가장 까다롭게 접근하는 영역이 대형 PC 제조사의 ‘비즈니스용 PC’다. 이 영역은 말 그대로 시간과 신뢰성이 비용으로 연결되는 만큼, 하드웨어 뿐 아니라 드라이버에도 제법 까다로운 검증을 거친다. ‘신뢰성’이 중요하다면 대형 제조사의 비즈니스용 PC를 사용하거나, 이에 준하는 하드웨어 조합을 고려하는 것도 좋다. 현재 대부분의 비즈니스용 PC가 ‘인텔 프로세서’ 혹은 ‘인텔과 엔비디아’ 조합인 데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제조사 제공 드라이버가 제법 오래되었지만 일단은 ‘최선’이다. /권용만 기자
제조사 제공 드라이버가 제법 오래되었지만 일단은 ‘최선’이다. /권용만 기자
장치에 적합한 ‘전용 드라이버’ 사용이 최선

종류를 불문하고 컴퓨터를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에 적절한 ‘드라이버’를 설치해야 한다. 이 때 사용자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다소 오래된 부품 제조사의 전용 드라이버’와 ‘칩 제조사가 제공하는 최신 레퍼런스 드라이버’ 사이의 고민이다.

일부 사용자들은 아예 서드파티 유틸리티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최신 드라이버를 ‘자동 설치’ 하기도 하고, 윈도 업데이트 또한 일정 수준의 자동 드라이버 업데이트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에서 원칙은 ‘전용 드라이버’ 사용이며, 임의의 드라이버 설치는 추천하지 않는다.

데스크톱 PC는 주요 부품들이 표준화되어 있어 그래픽카드 등 몇몇 부품에는 칩 제조사의 레퍼런스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메인보드 칩셋의 장치 드라이버나 사운드, 네트워크 드라이버 같은 부분은 메인보드와 부품 모듈의 설계, 펌웨어 구성과도 관계있는 만큼 전용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임의로 레퍼런스 드라이버를 사용할 경우 일부 기능을 사용할 수 없거나 의도치 않게 이상 동작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완제품’ 구성의 PC는 임의로 드라이버를 업데이트 하는 데 더욱 신중해야 한다.

노트북 PC는 주요 구성 요소들이 제품 수준에서 긴밀히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드라이버 교체에 더 신중해야 한다. 자칫 임의로 드라이버를 바꾸면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 전력 관리 등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특히 노트북 PC에서는 그래픽 드라이버도 제조사 제공 드라이버를 사용하지 않으면 화면 밝기 조절 등이 불가능하거나, 절전 모드에서 복귀되지 않거나, 하이브리드 GPU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몇몇 제조사는 아예 장치 인식용 PID를 일부 바꿔서, 전용 드라이버만 사용할 수 있게 조치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노트북 PC를 쓰다 보면 문제를 만났는데 제조사가 드라이버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않아서 해결 방법이 요원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직접 신뢰성을 검증하며 레퍼런스 드라이버를 써야 할 때도 있다.

이런 경우는 일반 소비자용 노트북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대형 제조사의 비즈니스용 노트북은 상대적으로 드라이버 업데이트도 제법 잘 나오는 편이다. 비즈니스용 제품들은 드라이버의 기본 검증도 제법 충실한 만큼, 드라이버 등에 예민한 사용자라면 비즈니스용 노트북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언제나 ‘최신 버전’ 운영체제와 드라이버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PC 사용 목적에서 문제가 없는 안정적인 환경이라면 그냥 쓰면 된다. 하지만 언제나 그 안정된 환경이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고, 운영체제나 애플리케이션의 업데이트가 변화의 계기가 된다. 이럴 때, 전통적으로 안정된 드라이버 지원을 제공하는 제조사의 PC와 부품을 사용하면 업데이트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운영체제도 무리한 메이저 업데이트보다는 드라이버 지원 여부 등을 잘 따져야 하며, 아예 새 PC와 함께 넘어가는 것이 최선이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