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전환기가 도래해 각종 기술이 일상을 바꾸고 있다. 돈을 내고 버리던 중고물품을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받고 팔고, 전화로 배달 주문하고 만나서 돈을 주는 대신 스마트폰 하나로 결제까지 진행 가능하다. 기술이 기존 시스템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접근성을 높이기도 한다. 전문가 자문도 직접 사무실까지 찾아가는 대신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IT조선은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이해 기술이 바꾼 일상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안 쓰는 물품, 앱 통해 팔거나 나눔하거나

중고 거래 플랫폼들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일상을 변화시켰다. 기존에는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거나 고물상에 직접 방문해 팔았다면, 중고 거래 앱을 통해 이용자들끼리 사고 팔게 된 것이다. 이용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이 강화되면서 나눔 거래도 활성화됐다.

특히 부피가 큰 가구의 경우 별도 대형 폐기물 스티커를 구매해 붙여야 하는 등 처리가 곤란한 경우가 많았는데,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거나 나눔하면서 편의성이 높아졌다. 국내에서 폐기 처분되는 가구는 연간 5000톤에 달한다. 이런 가구들은 매립되거나 소각돼 환경오염 문제를 불러 일으킨다.

이제 이용자들은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처치 곤란한 가구나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거나 나눔한다. 대표적인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서는 많은 이용자들이 물품을 나눔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거래하는 물품은 초등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띠부띠부씰’부터 부피가 큰 침대나 옷장, 책상 등 다양하다.

당근마켓은 이웃 간 나눔을 통해 자원 순환 효과를 만들어내는 중고 거래 앱으로 처음 출범했다. 당근마켓은 상품 업로드 페이지에 별도로 ‘나눔’ 체크항목을 마련했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나눔 거래는 총 786만798건으로, 전년 동기(689만건) 대비 14% 이상 늘었다. 2019년(91만건)에 비하면 8배 이상 증가했다.


당근마켓에서 이웃과의 나눔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 당근마켓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당근마켓에서 이웃과의 나눔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 당근마켓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당근마켓 관계자는 "자원의 재사용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고, 이를 통해 얻게 된 즐거운 경험과 선한 영향력이 곳곳에 퍼져나가며 선순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 가구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현대리바트는 이달 중고 가구 거래 전문 플랫폼인 ‘오구가구’를 출시했다.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중고 거래 시장 또한 커지고 있어서다. 오구가구는 전문 설치기사가 가구의 해체·배송·설치까지 해준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업계는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일 뿐 아니라 자원의 선순환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중고 거래 시장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재활용품 보내면 포인트…자원 선순환 플랫폼 등장도

중고 거래 플랫폼 외에도 자원 선순환에 초점을 맞춘 플랫폼들이 친환경에 기여하고 있다. 친환경 챌린지 쇼핑몰인 ‘닥터주부’는 환경부와 함께 종이팩이나 페트병,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을 모아서 택배로 보내면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방식의 캠페인을 상시 운영 중이다.

매월 진행하는 챌린지에 참여한 후 인증 글을 남겨도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장바구니 이용 사진을 올리거나 페트병의 라벨을 제거한 후 분리수거한 사진 등을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면 된다.

이렇게 모은 포인트로는 생활용품 등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그냥 버려지는 재활용품을 통해 가치 소비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닥터주부 앱에는 친환경 용품들도 다수 판매되고 있다.

닥터주부의 자원 순환 캠페인. / 닥터주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닥터주부의 자원 순환 캠페인. / 닥터주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기술이 발전하면서 각 지역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를 활용한 재활용품 무인회수기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재활용품인데도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는 사례가 다발하면서 지자체들이 분리수거율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방안이다.

무인회수기에 라벨이 제거된 빈 페트병이나 캔 등 재활용품을 넣으면 일정 포인트를 적립받을 수 있다. 일정 기준을 넘으면 포인트를 현금으로 뽑아쓸 수도 있다. 친환경에 기여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황혜빈 기자 emp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