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2월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3 가격을 올린 반면, 3월 출시한 2023년형 TV 가격은 전반적으로 인하했다. 제품에 필요한 핵심 원재료 매입 비용이 제각각 증감한 결과다. TV와 스마트폰 사업의 희비 역시 엇갈린다.

8일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2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매입 비용으로만 9조 3138억원을 지출했다. 2021년 AP 매입 비용(6조 2116억원)보다 49.9% 증가했는데, 모바일 AP 가격이 1년 만에 77% 오른 탓이다. 삼성전자는 퀄컴과 미디어텍으로부터 모바일 AP를 구매 중이다.

2월 1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머소닉 오디토리움에서 개최된 갤럭시 언팩 2023'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이 갤럭시S23울트라를 공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
2월 1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머소닉 오디토리움에서 개최된 갤럭시 언팩 2023'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이 갤럭시S23울트라를 공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
이같은 여파로 삼성전자는 2월 출시한 갤럭시S23 국내 출고 가격을 전작 보다 평균 15만원쯤 올렸다.

올 상반기 중 출시하는 중저가 제품군인 갤럭시A 시리즈 가격 역시 지난해보다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샘모바일, 폰아레나 등 주요 IT 매체와 해외 IT 팁스터 발언을 종합하면, 128GB 기준 갤럭시A54의 예상 출고가는 499~550유로(69만~76만원), A34는 399~430유로(56만~60만원)다. A54는 전작인 A53(69만원) 대비 동결 또는 7만원 인상, A34는 A33(51만원)보다 5만~9만원 인상되는 셈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 등 여러가지 어려움 때문에 가격 결정에 고민이 많았다"며 "최선을 다해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하도록 했지만 저희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본격 인상에 돌입한 스마트폰과 달리 TV 가격은 대체로 인하했다. 핵심 원재료인 LCD 패널 가격이 인하한 덕이다.

삼성전자 모델이 프리미엄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Neo QLED 8K 2023년형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 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델이 프리미엄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Neo QLED 8K 2023년형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22년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매입액으로 6조 224억원을 썼다. 10조 5823억원을 지출한 2021년 대비 4조 5000억원(43.1%) 이상 매입액이 줄었다.

삼성전자는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51%쯤 하락했다"며 매입액 감소 이유를 밝혔다.

삼성전자는 9일 출시한 2023년형 네오 QLED의 가격을 전작보다 내리거나 동결했다. 특히 대중화를 위해 노력 중인 8K·초대형 제품군 가격을 낮춰 판매 비중을 늘리겠다는 의중이다.

2023년형 네오 QLED 8K 제품은 총 4개 시리즈(QNC900·QNC850·QNC800·QNC700)에 3가지 사이즈(85·75·65인치) 10개 모델로 구성된다. 출고가는 최상위 제품(QNC900) 기준 85인치 1570만원, 75인치 1280만원이다. 2022년형(QNB900) 85인치(1840만원) 대비 270만원 인하했고, 75인치는 1290만원이던 2022년형 가격과 비슷하다.

네오 QLED 4K는 3개 시리즈(QNC95·QNC90·QNC85)에 6가지 사이즈(85·75·65·55·50·43인치) 총 14개 모델로 나오며, 출고가는 QNC95 모델 기준 85인치 949만원, 75인치 809만원이다. 2022년형(QNB95) 85인치(999만원) 대비 50만원 인하했고, 75인치의 경우 2022년형(689만원)보다 오히려 100만원 이상 인상됐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해 OLED TV에 본격 진출했지만 대부분 매출은 여전히 LCD 기반 TV에서 나온다"며 "2023년형 TV 제품군에서는 LCD 기반 초고화질·초대형 TV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