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주총회가 다가오면서 각 기업들이 주주 달래기 일환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처분 및 소각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주주총회에 앞서 회사 가치를 높이는 한편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호황이었던 업계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주식 방어 정책을 실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활용 전략을 펼치고 있다. / 아이클릭아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활용 전략을 펼치고 있다. / 아이클릭아트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을 비롯한 유유제약, 휴온스그룹, 셀트리온, 등이 자사주를 활용해 자금을 확보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전략을 단행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자사주 42만7000주를 모회사 대웅에 처분해 연구개발(R&D) 자금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 투자에 나섰다. 이번 자사주 처분으로 대웅제약은 이자 부담 없는 500억원 규모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게 된다.

회사 측은 "확보한 현금으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후기 임상 ▲당뇨병 치료 신약 ‘엔블로’ 후기 임상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베르시포로신’ 임상 2상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DWP213388’ 임상 1상 등 글로벌 혁신 신약개발과 오픈 콜라보레이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글로벌 시장에서 주름개선용 의약품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수요가 늘어난 점을 고려한 신공장 건설비용 충당에도 활용된다. 지난해 나보타 매출은 전년 대비 80% 증가한 바 있다.

휴메딕스는 ‘전환사채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 최근 휴메딕스는 2021년 4월 발행한 전환사채 450억원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했다.

콜옵션 규모는 최대 행사할 수 있는 발행가액의 40%인 180억원이며, 전환가액은 지난해 10월 조정된 최저한도인 2만1450원이다. 이번 소각 결정으로 기존 450억원(20.7%) 중 180억원(8.3%)이 줄어 전환가능 주식수가 125만8742주(11.1%)로 축소했다.

회사 측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금번 전환사채 콜옵션을 결정했다"며 "전환사채 콜옵션을 행사하고 이를 전량 소각하면서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휴온스그룹은 ‘중장기 배당정책’을 통해 향후 3년 간 주당 배당금을 직전 사업연도 배당금 대비 최소 0%에서 최대 30%까지 상향한다는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금 배당과 중간 배당도 실시했다. 휴온스그룹의 2022년 기말 배당금은 휴온스글로벌 주당 500원, 휴온스 주당 600원, 휴메딕스 주당 500원으로 결정됐다. 기말 배당금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유유제약은 주주가치 제고의 일환으로 보통주 105원, 우선주 110원의 결산 현금배당금 지급했다. 보통주 기준 시가배당률은 1.6%, 배당금 총액은 약 20억원 규모로 배당 기준일은 지난해 말일이다.

앞서 유유제약은 2020년 10억 규모 자사주 매입, 2021년 보통주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100% 무상증자, 2022년 20억 규모 자사주 매입 등 매년 지속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진행한 바 있다.

HK이노엔은 242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소각을 실행했다. 이는 HK이노엔 전체주식의 약 2%에 해당하는 양으로, 소각 대상 주식은 2022년 2월부터 신탁계약으로 매입했던 자기주식 보통주 57만4608주다.

HK이노엔의 이번 자기주식 소각은 지난 해 자기주식 매입에 이은 두번째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다.

곽달원 HK이노엔 대표는 "최근 불안정한 글로벌 경제 상황 속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기주식 매입에 이어 소각을 결정했다"며 "적극적인 영업마케팅과 활발한 연구개발활동을 통해 회사의 성장을 도모하는 동시에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을 모색해 주주와 함께 나아가는 회사가 되겠다"고 전했다.

셀트리온 역시 올해 2월초 500억원 규모 자사주 30만9406주를 매입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50억원 규모의 43만7000주 취득한다. 양사는 5월 1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자사주를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 측은 이번 자사주 매입의 경우 셀트리온그룹이 바이오의약품과 케미컬의약품 사업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견조하게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현재 주가 수준이 여전히 저평가 상태에 있다는 판단해 결정됐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주주 총회가 열리는 3월 전부터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주가 방어 및 회사 가치를 일정부분 상승시키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처분하는 전략을 활용한다"며 "이를 통해 주가를 안정화시키고 주주들에게 약간에 이익이 발생하게 만들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악화와 코로나19 특수 종료 등 불황을 대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오는 중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