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주총회는 2년 전 처음 참석한 이후 올해로 두 번째인데, 그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참석자들이 줄었고, 경영진들도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 보입니다."

15일 오전 11시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기 삼성전자 주주총회’를 떠나는 20대 주주 이모씨는 주총 현장에 참석한 소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오전 9시에 시작해 2시간쯤만에 마무리 됐다.

올해 삼성전자 주총은 주주와 기관투자자, 경영진 등 600명쯤이 현장에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지난해 1600명이 참석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어든 규모로, 예년처럼 대기줄이 늘어서는 등 주총장이 인파로 붐비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주총 때마다 행사장 앞에서 시위를 하던 노조와 시민단체도 이번 주총에선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4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열렸다. /박혜원 기자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4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열렸다. /박혜원 기자
삼성전자 주총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장 인사말을 시작으로, 사업부문별 경영현황 설명, 주주들의 질문, 의안 표결 등 순으로 구성됐다.

이번 주총에선 지난해 스마트폰 갤럭시S22 성능 문제로 불거진 ‘GOS 사태’ 같은 악재는 없었지만, ‘5만전자’로 떨어진 삼성전자 주가와 낮은 배당에 대한 날선 질의가 쏟아졌다. 사업 전략에 대한 송곳 질문도 이어졌다.

이날 한 부회장은 의장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많은 분들의 노력과 격려에 힘입어 처음으로 매출 300조원을 넘어서며 2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며 임직원과 협력사, 주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어 2023년 사업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갤럭시 S23 시리즈와 폴더블 제품에서 더욱 향상된 카메라와 게이밍 경험 등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체감 혁신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2B 전용 단말과 녹스 솔루션을 강화하고 파트너 협력을 통해 XR 에코시스템도 선제적으로 구축해 나간다는 설명이다.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는 뉴스크린 경험 창출에 역점을 둔다. 프리미엄 TV 경쟁력을 높여 대형 TV 위상을 공고히하고, 새로운 폼팩터 출시르 통해 고객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주도할 방침이다.

생활가전 사업부는 비스포크 가전의 지능형 맞춤 경험을 제공하고, 네트워크 사업부는 5G를 중심으로 글로벌 수주를 확대할 예정이다. 미국과 일본, 인도 등 주력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유럽 등 신규 시장 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제54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제54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삼성전자
주주들은 질의응답을 통해 주가 부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한 주주는 "주가 10만원대에 샀는데, 지금은 6만원 턱걸이를 하고 있다"며 "온 가족이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는데, 주주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주주도 "주주 환원에 대한 이사진 의지가 부족한 것이 주가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 성과 보수를 대폭 늘려 주가에 강하게 연계시켜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한 부회장은 "말씀하신 내용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며 "지속성장과 함께 주주 환원도 균형감있게 추진해 주주가치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또 자사주 매입과 소각 검토 계획을 묻는 질의에 대해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잉여현금흐름의 50% 내에서 정기 배당을 지급한 후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 추가로 환원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잔여 재원 환원은 집행 시점에 여러 여건을 검토해 추가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소각 중에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와 반도체 S급 인재 영입 방안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한 부회장은 "이 회장의 등기임원 선임건은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가 없다"며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반도체 인재 확보 방안에 대해선 "이재용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은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고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 조직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도 "국내외 인재를 대상으로 인턴십과 산학연계 장학생 제도 등을 시행하고 반도체 전공 과목 학과 개설과 마이스터고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내외 유수 대학 및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협력을 강화해 반도체 전공 인력 양성을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 다뤄진 한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과 재무제표,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은 모두 의안대로 통과됐다.

삼성전자 주주총회장에 들어오는 주주들의 모습 / 박혜원 기자
삼성전자 주주총회장에 들어오는 주주들의 모습 / 박혜원 기자
주총장을 떠나는 주주들은 입을 모아 경영진들의 답변이 명쾌하지 않고, ‘두루뭉술’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올해 삼성전자 주총에 처음 참석했다는 30대 주주 김모씨는 "주주들의 질문에 회피성 답변이 많아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총에 3번째 참석하는 50대 주부 김모씨도 "나오는 말이 매년 똑같다. 회사에 대해 쓴소리 하는 분들에 대한 답변은 대부분 두루뭉술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주총장에 마련된 ‘삼성 에코 프렌즈’ 팝업스토어 /박혜원 기자
삼성전자 주총장에 마련된 ‘삼성 에코 프렌즈’ 팝업스토어 /박혜원 기자
한편, 이날 주총 장소 한켠에는 친환경 소재를 적용한 액세서리인 ‘삼성 에코 프렌즈’ 팝업스토어도 자리했다. 갤럭시 S23 시리즈, 갤럭시 워치5, 더 프리스타일 등 삼성 제품에 활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를 직접 살펴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삼성전자는 또 ‘지속가능한 일상’이라는 ESG 테마로 꾸며진 포토존을 설치하고, 주주들이 ‘주총 인증샷’을 촬영하는 등 제품 체험 공간도 마련했다. 부스에 설치된 갤럭시 S23 울트라를 통해 즉석사진을 촬영하는 등 카메라 기능을 체험하는 주주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