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업계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배달앱들은 높은 배달비에 라이더 수 부족으로 인해 단건 배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자 다시 묶음 배달에 치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배민)은 4월 19일부터 대구를 시작으로 26일 인천 연수구, 경기 하남시·군포시 등으로 조건부 묶음 배달 서비스인 ‘알뜰배달’을 도입한다. 배민 자체 라이더가 배달을 수행하되, 알뜰배달 주문 건에 대해서만 묶음 배달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가까운 거리의 배달 주문을 묶어서 수행할 수 있는 방식이다.

기존의 단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의 명칭은 ‘배민1 한집배달’로 변경했다. 라이더가 기존의 한집배달과 알뜰배달 주문 건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업무 방식은 이달 중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배민 라이더. / 우아한형제들들
배민 라이더. / 우아한형제들들
쿠팡이츠도 지난해 말부터 경기 성남시 등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조건부 묶음 배달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악천후 등으로 라이더 수요가 부족할 경우 배달 동선이 겹치면 묶음으로도 배달 가능하다.

양사 간 차이점은 배민의 경우 묶음 배달을 상시 운영하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지만, 쿠팡이츠의 경우 특별한 상황에서만 라이더가 묶어서 배달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쿠팡이츠는 단건이냐 묶음이냐에 상관없이 기존과 동일한 배달비를 적용하지만, 배민은 임의로 낮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배민은 지역별 거리나 배달 수요 등의 상황에 따라 배달비를 유동적으로 책정한다. 자영업자 부담 배달비는 최소 2500원에서 최대 3300원이다. 소비자 배달비 또한 평균 2000원 안팎으로 책정하기로 했다. 단건이 아닌 묶음 배달이기 때문에 최대 2000원 정도를 아낄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기존 배민1 서비스는 자영업자가 배달비 총 6000원 중 일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이었다.

배민의 알뜰배달 서비스는 출시되기 전부터 자영업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부담해야 하는 총 배달비는 크게 달라진 바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배민 측 설명대로라면,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 수취하는 최대 배달비는 5300원 안팎이다. 묶음 배달인데도 단건 배달비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또, 배민이 음식점에 라이더 전화번호를 노출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동안 자영업자들은 배민1 단건 배달 서비스 이용 시 라이더 연락처를 제공받을 수 없었다. 오배송, 배송 지연, 포장 불량, 음식 누락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라이더와 바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고객센터를 통해야 하고, 이 고객센터조차 불통인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비난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알뜰배달 서비스 시에도 라이더 연락처를 제공받지 못하면, 이 같은 문제가 몇 배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동일하게 단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이츠의 경우 음식점에게 라이더 연락처를 공개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배민1은 배달기사의 전화번호를 알 수 없게 해놔서 문제가 발생한 적이 많다. 오배달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직접 배달기사와 소통할 수 없으니 나중이 돼서야 고객에게 항의전화나 안 좋은 리뷰를 받게 된다"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영업자가 바로 해결하지 못하고 배민1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알뜰배달은 한 명의 라이더가 두 건 이상의 주문 배달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런 시스템이 지속된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배민은 라이더들의 배달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알뜰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배민 관계자는 "단가와는 상관없이 여러 주문 건을 동시에 배달할 수 있으니 라이더들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라이더 운행 중 전화 등으로 안전운행에 대한 이슈가 있을 수 있어 연락처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배민 관계자는 "배차 지연 등 이슈가 발생하면 고객센터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주문 건을 수락한 라이더가 업주 가게와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 거리 정보를 주문 접수 채널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혜빈 기자 emp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