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미국 반도체법(CHIPS Act)에서 규정한 투자 보조금을 받을 경우 10년간 중국에서의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악의 경우 중국 내 반도체 공장 폐쇄와 철수까지 각오해야 했던 것을 고려하면 다행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좋은 소식은 아니다. 당장 중국 반도체 공장 유지와 부분 확장 및 장비 업그레이드는 가능하지만 제약이 크다.

미국 상무부는 21일(이하 현지시각) 반도체법 지원금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설정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의 세부 규정안을 관보 등을 통해 공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5월 18일 중국 시안 삼성 반도체 공장을 찾아 시설을 점검하는 모습 /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5월 18일 중국 시안 삼성 반도체 공장을 찾아 시설을 점검하는 모습 / 삼성전자
반도체법은 중국이 간접적인 혜택을 입는 것을 막기 위해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이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material expansion)하면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상무부는 21일 공개한 규정안에서 '실질적인 확장'을 양적인 생산능력 확대로 규정했다.

첨단 반도체의 경우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하고, 이전 세대의 범용(legacy) 반도체는 생산능력을 10% 이상 늘리지 못하게 했다.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이 범용 반도체 생산능력을 새롭게 늘리려면 생산되는 범용 반도체의 최소 85%가 중국 등 해당 우려국가 내에서 소비되는 경우여야 한다.

이같은 예외의 경우에 대해서도 범용 반도체 시설을 확장할 계획이 있는 반도체 기업은 가드레일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미 상무부에 통보해야 한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D램 공장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D램 공장 / SK하이닉스
첨단 반도체의 정의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국내 기업에 있어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미 상무부가 2022년 10월 발표한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통제는 미국 기업이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나노미터 내지 14㎚ 이하) ▲18㎚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해 사실상 수출을 금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중국에 반도체 생산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안 공장에서 낸드 생산량의 40%를 만들며,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 생산량의 각각 40%와 20%를 우시와 다롄 공장에서 생산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1일 나온 가드레일 세부 규정과 관련해 미국 정부 발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