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성 KB증권 플랫폼총괄본부장 전무

토큰증권 발행(STO) 시장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증권업계다. 이들은 STO 관련 업무협약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조각투자 업체 인수, STO 협의체 구성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 최전선에 KB증권이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STO 전담조직을 만들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선제적 시장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토큰증권(ST) 관련 사업자 생태계를 확대하고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협의체인 ‘ST 오너스’를 구성했다.

ST오너스에는 조각투자 업체는 물론, 다양한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스탁키퍼(한우), 서울옥션블루(미술품), 펀더풀(공연·전시), 하이카이브(발행유통플랫폼), 웹툰올(웹툰), 알앤알(영화배급) 등의 사업자외에 SK C&C와 블록체인 기술개발 업체 EQBR, 암호기술 업체 하이파이브랩, 퀀트 기반의 웨이브릿지 등이 함께 한다.

KB증권의 STO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하우성(사진) 플랫폼총괄본부장(전무)은 "증권사들의 STO 시장 진출은 디지털로의 흐름과 같이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며 "STO 시장 발전을 위해 플레이어들에게 기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증권사가 STO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STO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다. 플랫폼 사업은 항상 초기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우리도 이를 염두에 두고 빠르게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시장 초기다 보니 가이드가 명확하지 않아 뭔가를 개발하고 테스트를 할 때 어려움이 있다.

사실 증권사에서는 아직 STO가 생소하기는 하다. 회사 내에 블록체인이 뭔지, 토큰이 뭔지 모르는 직원도 많아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 ‘ST오너스’라는 협의체를 구성했다. 배경과 의미에 대해 말해 달라.
"오너스라는 명칭은 ‘세상의 모든 것을 소유(Own)할 수 있게 하겠다’는 KB증권의 비전을 담아 정해졌다. 투자자들이 건물, 지적재산권 등 기존의 주식과 다른 새로운 것에 투자하고 일정 부분의 소유권을 가져간다는 의미다.

현재는 토큰증권의 발행, 유통 등과 관련된 사업자로 구성돼 있다. 향후 서비스가 출시되면 소비자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STO 관련 협의체를 구성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STO를 움직이게 하려면 여러 역할이 필요하다. 개발·관리하는 역할도 있어야 하고 상품을 공급하는 사람들도 필요한데, 이 두 가지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사업을 영위할 수 있어 그 부분을 협조하자는 의도다.

아직은 가이드만 나온 상태라 명확한 법에 따라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서 특례 형태로 인가를 받아야 한다. 초기 단계인터라 리스크도 있고 투자한 만큼 수익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서로 어깨동무하고 투자해보자는 측면에서 협의체를 구성하게 됐다"

― STO 사업은 지금 어느 정도까지 준비된 상황인가?
"STO 플랫폼 개발을 위한 첫걸음은 이미 뗐다. 지난해 11월 증권형 토큰 플랫폼 출시를 위한 핵심기능 개발과 테스트를 완료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토큰 발행과 온라인 지갑으로의 분배, 스마트컨트랙트를 활용한 상품 주요 거래 및 디지털자산 원장 기반의 호가, 주문, 체결 등 거래 기능과 매체의 연동 기능 등의 테스트를 중점적으로 진행했다.

금융당국이 상반기 중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제출한다면 STO플랫폼 내부 테스트를 거쳐 이르면 하반기 중 규제특레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 ST오너스가 적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로 오너스를 배경으로 STO 사업이 이뤄질 것이다. 작년 말 테스트를 완료한 STO 플랫폼 역시 오너스에 포함된 기술 협력 업체들과 협력해 만든 것이다. 금융당국의 개정안 제출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상반기 중 내부 테스트나 기존 레거시(Legacy) 시스템 연동 등을 완료하고 하반기에는 가이드를 적용한 규제 특례를 신청할 예정이다. 테스트 차원에서 한두 상품 정도 유통할 계획이다"

KB증권 외에도 많은 증권사가 STO 시장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STO 시장이 증권사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투자 대상을 STO를 통해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기존에는 정해진 시장에서 경쟁해야 했지만, STO를 통하면 시장 자체에 대한 카테고리라던지 진출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두 번째, 디지털 시장은 어차피 가야 할 시장이라는 점이다. STO 가이드라인에 잘 대처하는 것도 디지털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STO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없지만, 선제적으로 준비해 놓지 않으면 실제 시장이 열렸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런 부분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더라도 시장에 먼저 진입하려고 한다."

지난달 초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STO 가이드라인에 대해 평가한다면?
"모든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니즈가 맞아야 형성된다. 이번 STO 가이드라인은 시장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생각에 바탕을 두고 규제하면 공급자는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상품이 제한돼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치기가 힘들다.

소비자들은 공급자가 제공하는 상품을 갖고 시장을 판단해야 하는데 이 역시 어려워진다.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많은 안전장치를 하려고 하고 기존 증권을 기반으로 설정된 법령을 그대로 적용하려고 하면 디지털 시장이 형성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걱정이 든다.

금융업은 소비자 보호가 최우선이지만 소비자를 보호하면서도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러 고민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기존의 어떤 법령 체계에 기반을 두고 규제만을 생각하다 보면 시장이 커지기도 전에 시장이 사라질 것이다"

KB증권 본사/뉴스1
KB증권 본사/뉴스1
STO 가이드라인 중 개선돼야 할 사안은 어떤 것이 있다고 보는가?
"규제에 치중하지 말고 많은 아이디어가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물론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전제돼야 하지만 기존에 만들어 놨던 증권 법령에 집중을 하면 시장 안착이 힘들어진다.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법제화에 반영하면 좋겠다"

STO 시장의 발전을 위해 증권사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기본적인 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는 유통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STO 시장 안착의 핵심은 물량이 도는 것이다. 그래야만 투자자도 생기고 공급자도 더 늘어나고 시장이 활성화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상품의 안전성을 보장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잘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거나 마케팅을 준비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상품을 잘 유통하는 것이 증권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STO에는 증권사 외에 여러 플레이어들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초기 시장이기 때문에 다양한 공급자가 시장에 들어오면 좋겠다. 이들이 여러 시도를 해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안착할 수 있다. 누군가가 시도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으로 작게나마 많은 시도를 해보는 것이 시장을 키우는 방법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시장에 사명감과 의무감을 갖고 진입해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기 때문에 불건전한 시장으로 흘러간다면 시장이 자리 잡기 힘들 것이다. 초기 시장을 다 같이 만들어가자는 생각으로 참여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하우성 플랫폼총괄본부장

연세대학교 통계학을 전공했다. 네이버 쇼핑AM실 실장, 이베이 코리아 PB부문 부장, 11번가 마케팅본부장을 거쳐 2019년 KB증권에 합류했다. M-able(마블) Land Trib장을 역임했으며 2023년부터 플랫폼총괄본부장을 맡았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