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대표이사(CEO)와 사외이사 후보들이 줄줄이 자진 사퇴하며 초유의 경영 위기 상태다. 주요 인사들이 줄지어 자리에서 물러난 내막은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차기 KT 대표직을 두고 벌인 공개 경선 결과 정치권 인사들을 뒤로 하고 KT 내부 출신 인사들이 최종 후보로 선발된 이후부터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다.

현재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은 박종욱 KT 사장은 새 대표 선임까지 앞으로 5개월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때까지 비상경영위원회에서 흔들림 없이 고객서비스를 지속하겠다는 포부다.

3월 31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제4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관계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KT의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 3인의 재선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으나 사퇴로 인해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 등 4건으로 변경됐다./ 뉴스1
1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박종욱 KT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비상경영체제 하에 조직의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사 안팎으로 정상경영체제 돌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박종욱 사장은 3월 31일 열린 제41기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처럼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도약하겠다"며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데까지는 약 5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경영체제를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임 대표가 선출되기까지 5개월쯤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 사이 경영 공백에 따른 회사 내부 및 주주, 고객들에 영향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3월 28일 구현모 전 KT 대표는 임기 만료를 3일 앞두고 일신상의 사유로 대표이사 사퇴 의사를 밝혔다. 동시에 유희열·김대유 사외이사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날 KT는 대표이사 유고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정관 및 직제규정에서 정한 편제 순서에 의거해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위기 상황을 조기에 정상 경영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KT는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주요 경영진들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해 집단 의사결정 방식으로 전사 경영·사업 현안을 해결하고, 비상경영위원회 산하에 ‘성장지속 TF’과 ‘New Governance 구축 TF’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당시 박종욱 사장은 "고객서비스 및 통신망 안정적 운용은 물론,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요 경영 및 사업 현안들을 신속히 결정해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국내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소위 ‘주인없는 기업’으로 불리는 소유분산기업인 KT는 현재 신임 대표 선출에 대한 외풍 등 다른 소유분산기업들도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으로 모범사례를 남기겠다는 포부다.

동시에 박 사장은 KT 임직원에 "임직원 여러분도 혼란스러우시겠지만, 우리가 가장 먼저 헤아려야 할 일은 구성원은 물론 국민과 고객, 그리고 주주 등 우리 회사에 기대감과 애정을 갖고 계신 이해관계자분들의 우려를 극복하는 것이다"며 "비상대비 집단 의사결정 기구로 주요 임원 중심의 ‘비상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 산하에 ‘성장지속 TF’와 ‘New Governance 구축 TF’를 구성하여, 전사 주요 의사결정이 한 치의 공백 없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메일을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어진 KT 경영 위기 사태를 지켜본 한 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소유분산기업이 외풍을 이겨내고 자립경영을 위해 일련의 고통을 견뎌내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경영 정상화가 최우선이지만 만에 하나 결국 기존 사례처럼 외풍에 따르게 된다고 해도 자립 경영을 위한 시도 자체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