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금융위원회의 토큰증권(STO)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서 상품 발행 가능성이 높은 조각투자 업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 중인 루센트블록도 이 중 하나다. 2018년 11월 설립한 루센트블록은 2021년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됐다. 지난해 4월 상업용 부동산을 소액단위로 증권화해 주식처럼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 ‘소유’를 출시했다.

소유는 상업용 부동산을 기업공개(IPO)와 같이 상장시켜 전자자산증권(SOU)를 발행, 부동산을 한 주 단위로 사고팔 수 있도록 했다. 현재 1호 공모 건물 ‘안국 다운타우너’와 2호 공모 건물 ‘이태원 새비지가든’, 3호 ‘대전 창업 스페이스’ 등을 완판했다.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 중 최초로 전자증권 제도를 도입해 STO 시장의 유력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현재 소유는 하나증권이 계좌관리 기관으로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는 업무협약을 체결해 부동산 유동화를 통한 자산관리 솔루션 공동 개발, 부동산의 디지털화 촉진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허세영(사진) 루센트블록 대표는 IT조선과 만나 STO 가이드라인에 따른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시장 성장을 위해 투자자 보호 장치라는 전제조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루센트블록이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루센트블록은 고가의 부동산 자산을 쪼개 일반 사람들이 단돈 5000원, 만원으로도 고가의 부동산 자산을 사고 팔 수 있게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인 소유는 ‘모든 이에게 소유의 기회를’이라는 서비스 철학 아래 시작됐다. 한 지역에서 오래 장사한 상인들이 손님이 늘어나고 장사가 잘될수록 임대료가 올라 쫓겨나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보고 부동산 조각투자업을 시작하게 됐다. 해당 건물에서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 건물을 사지는 못하더라도 건물 가치가 올라가는 것에 내가 기여한 만큼 이익을 되돌려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여기에 부동산 모험자본에 투자하는 건물주와 실질적으로 장사를 하는 임차인, 건물이나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 등 세 주체가 상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서비스의 시작이자 철학이다. 소비자는 해당 건물에 일정 수준의 투자를 하고 주식을 소유하며 할인을 받아 소비하는 식으로 팬덤이 돼 상생하는 구조다."

―부동산 조각투자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소액으로도 큰 규모의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또 건물에 투자하는 비슷한 상품인 ‘리츠’와 다른 특징은 단일건물을 유동화하기 때문에 부동산과 인게이지먼트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음식점이 특정 건물에 생겼다고 하면 부동산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해당 식당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팬덤으로서 교감을 가져갈 수도 있다. 내가 내 것을 키운다는 느낌을 가져간다는 것이 부동산 조각 투자의 강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자·소비자 보호를 걱정한다. 이를 위한 장치는 어떤 것이 있는가?
"신탁사가 투자자산인 부동산과 신탁계약을 맺고 소유권을 확보하면 루센트블록은 신탁사와 신탁계약을 통해 부동산을 5000원 단위의 다분할 수익증권으로 발행한다. 이 수익증권이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한 뒤 상장되는 구조다.

발행된 수익증권은 전자등록기관인 예탁결제원을 통해 전자증권으로 등록된다. 소유 투자자의 계좌 및 수익증권 거래는 계좌관리기관인 하나증권에 의해 관리된다. 부동산 소유권은 신탁사가 갖고 있어 그 자체로 안정적으로 관리된다. 수익증권은 소유 내부 데이터베이스에서만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계좌관리기관이 명의회사 역할을 같이해 거래 공신력을 인정받는다. 이처럼 다양한 기관들과 협업을 진행하는 구조라 금융소비자는 본인의 자산을 보호할 수 있다."

―현재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과 협업하고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협업 중인가?
"하나증권과는 계좌관리기관 계약을 체결했다. 명의개서라고 하는 수익증권 관리를 같이 하고 있는 주체다. 한국투자증권은 토큰증권과 연관된 여러 사업 부문, 부동산 유동화 관리 등과 같은 사업을 함께 논의 중이다. 2~3분기 정도 되면 사업의 청사진이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은 플랫폼이 될 수도 있고, 상품이 될 수도 있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아직 초창기 단계로 여러 방면에서 고민 중이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초 발표한 STO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매우 긍정적이고 고마운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은 어떻게 하면 업을 더 타이트하게 영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이 나온 것이다. 멀리 본다면 시장을 같이 키워갈 수 있는 긍정적이 요소다."

―STO 가이드라인의 개선점과 꼭 들어가야 할 요소는 무엇이 있는가?
"개선될 부분은 딱히 없다. 세부적인 구성은 앞으로 그려나갈 것이고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가이드를 마련해 줘야 한다. 이미 발표된 틀 안에 수익증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 핵심이 다 반영돼 있다.

다만 금융사업은 고객의 돈을 다루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안전장치에 대한 고민이 많다. 없어도 되는 돈은 없기 때문에 빠르게 규제안을 처리하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진행해나가며 여러 의견을 반영해 견고하고 세밀한 안전장치를 만들면 좋겠다."

―조각투자 업권에 종사자로서, 토큰증권 시장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여러 번 강조한 바와 같이 금융소비자보호다. 완벽한 보안은 존재하기 힘들다. 늘, 최대한, 최우선으로 투자자 보호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주가가 빠지고 오르는 것은 투자자 개인의 몫일 수 있지만 예상 못한 방법으로 돈이 사라지는 일은 있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규제가 강하면 초기 시장 안착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강한 규제를 해야한다는 입장인가?
"사업을 3~4년 해오며 느낀 점은 생각보다 파급력이 크다는 것이다. 극단적 예시로 금융 사고가 발생하면 시장이 크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 좋겠지만 초기인만큼 더 주의를 기울여 확신을 갖고 차근차근 가는 것이 더 좋은 방향이다. 과속하지 않고 하나씩 순서대로 진행해 나가는 것이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서두르다 보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그 외 가이드라인에 포함되면 하는 의견이 있는가?
"금융소비자 보호 외에는 사업을 하는 주체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판을 만들어 놓으면 각자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함께 성장할 것이다. 다만 길이 깨끗하게 닦여 있는지, 어느 속도로 나아가야 하는지는 우리가 잘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는 부분이다. 플레이어들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고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 어떤 밸류를 줄 수 있을지를 꾸준히 파악해야 한다."

☞허세영 대표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학사와 석사를 했다. 석사 이후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자 한국에 들어왔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했다. ETRI 기술 창업프로그램으로 2018년 11월 루센트블록을 창업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