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수주형 사업의 한 축인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 열을 올린다. TV 패널 시장이 부진을 겪자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수주형 사업에 주목한 것이다.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완성차 업체의 주문에 따라 공급하는 방식이라 제조사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전기차·자율주행차 시장 확장에 따라 차량용 디스플레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을 받는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오른쪽) 베네데토 비냐(Benedetto Vigna) 페라리 CEO가 11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솔루션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참석했다. / 삼성디스플레이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오른쪽) 베네데토 비냐(Benedetto Vigna) 페라리 CEO가 11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솔루션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참석했다. / 삼성디스플레이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자동차 전장화에 따라 스크린 탑재가 늘어나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분야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2022년 7조 6000억원에서 올해 8조 7000억원로 성장한다. 2024년에는 10조원, 2027년에는 17조 1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연평균 15% 이상 성장하는 셈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은 고부가 사업인 영향도 있다. 요구되는 기술력이 높은 만큼 평균 판매가와 수익도 높다.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진동과 큰 온도변화, 먼지 등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에 IT기기용 디스플레이보다 뛰어난 내구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보증기간도 길다. 일반 중소형 디스플레이에 비해 더 비싸다. 2019년 기준 차량용 OLED의 평균 단가는 스마트폰 OLED에 비해 1.7배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디스플레이가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인 것도 제품 가격이 오르는 요인 중 하나다. 2014~2015년만 해도 차량에 7~9인치급 디스플레이가 주로 탑재됐지만, 업계는 올해 30인치대 상용화를 시작으로 향후 50인치대까지 크기를 키운다. 이는 차량 대시보드 전면을 모두 채울 수 있는 크기다.

국내 기업들은 기술력을 토대로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LCD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에 추월당한 가운데 차량용 OLED는 아직까지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점하고 있는 분야다. 차량용 OLED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LG디스플레이가 50%, 삼성디스플레이가 42.7%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우디와 BMW 등에 이어 최근 페라리에도 차량용 OLED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관련해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CEO는 11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 방문해 6세대 OLED A3라인을 둘러봤다. A3 라인은 중소형 플렉시블 OLED 전용으로 지어진 공장으로 스마트워치와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생산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열린 CES 행사에서 디지털화된 자동차 조종석 ‘뉴 디지털 콕핏’을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뉴 디지털 콕핏에 탑재된 34인치 디스플레이는 좌우가 700R(반지름이 700㎜인 원이 휘어진 정도)로 구부러지는 벤더블 기술을 탑재해 운전자에게 적합한 시청거리를 제공하고 집중력을 높여준다.

이외에도 삼성디스플레이는 4조 1000억원대 OLED 투자 계획을 밝히며 중소형 OLED 생산라인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OLED는 가볍고 슬림한 구조와 얇은 베젤로 디자인 확장성이 뛰어나다"며 "OLED의 저전력 특성은 자동차의 효율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1월 초 열린 ‘CES 2023’에서 선보인 OLED 탑재 자율주행 콘셉트카 /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올해 1월 초 열린 ‘CES 2023’에서 선보인 OLED 탑재 자율주행 콘셉트카 / LG디스플레이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의 강자인 LG디스플레이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차량용 플라스틱 OLED(P-OLED)를 공급하고 있다. P-OLED는 LCD보다 소비전력은 60%, 무게는 80% 적게 나간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에 최적화된 디스플레이로 평가받는다. 현재 메르세데스 벤츠와 캐딜락 등에 해당 디스플레이를 공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점유율 60%대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사업을 기반으로 수주형 사업 매출 비중을 2026년까지 70% 확대할 방침이다. 수주형 사업은 사전에 계약을 맺고 공급하는 형태로, 업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회사가 주력 수익원으로 기대하는 사업이다.

업계는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디스플레이 수주가 늘어나 관련 매출이 2022년 1조 6000억원에서 2025년 3조 500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본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빌리며 자금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양산을 시작한 차량용 2세대 탠덤(발광층을 2개 층으로 쌓아 내구성을 높인 방식) OLED 등의 기술로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통 산업인 TV, IT와 달리 차량용 패널은 자동차 부품과 같이 수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디스플레이 수급 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적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돼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