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이니지 시장 규모가 향후 42조원 수준으로 커진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술력을 무기로 수요 공략에 나선다. 양사는 사이니지 크기 확대 등 하드웨어적인 측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성능도 높이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국내외 랜드마크나 주요 시설에 사이니지를 적용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는 두바이 고급 호텔 '아틀란티스 더 로열'의 스위트룸에 마이크로 LED '더 월'을 설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중동 지역 호텔의 객실용 스크린에 '더 월'을 설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두바이 고급 호텔 '아틀란티스 더 로열'의 스위트룸에 마이크로 LED '더 월'을 설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중동 지역 호텔의 객실용 스크린에 '더 월'을 설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아틀란티스 더 로열’ 최상위 객실에 제공한 마이크로 LED 사이니지 ‘더 월’(왼쪽)과 LG전자가 선보인 8K 해상도 마이크로 LED 사이니지 ‘LG 매그니트’ /각 사
삼성전자가 ‘아틀란티스 더 로열’ 최상위 객실에 제공한 마이크로 LED 사이니지 ‘더 월’(왼쪽)과 LG전자가 선보인 8K 해상도 마이크로 LED 사이니지 ‘LG 매그니트’ /각 사
디지털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는 제품 특성상 주로 B2B(기업간 거래)로 영업이 이뤄져 맞춤 제작을 하는데다, 상영 시간도 일반 디스플레이 대비 긴 편이라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눈에 띄는 크기와 높은 화질 구현은 물론, 안정적인 관리 및 에너지 효율이 중요하다. 가격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로 옵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친환경'과 '공간 맞춤'을 키워드로 사이니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2023년형 스마트 사이니지 Q시리즈를 선보이며 '초슬림'과 '원격 관리 기능' 등을 강조했다. 스크린 두께가 28.5㎜로 전작 대비 40% 줄었는데, 이는 물류에 필요한 컨테이너 수를 줄여 물류비를 아끼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선 '매직인포'를 통해 원격 관리 기능과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켰다. 실시간 기기 제어와 화면 밝기 조절, 기기온도, 네트워크 상태 등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해 불필요한 전력 소비를 최소화한다.

또 아웃도어 LED 사이니지에는 최대 2500R 곡률의 오목, 볼록, 휘어진 S자 형태, 리본띠 형태, 90도 L타입 등 다양한 디자인을 적용해 맞춤형 설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LG전자 역시 '초대형'과 친환경을 앞세운 디지털 사이니지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 초 스페인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23'에서 8K 해상도의 272인치 마이크로 LED 사이니지 'LG 매그니트'를 공개했다.

또 웹OS 솔루션을 통해 실시간 관리가 가능한 점도 내세웠다. 사이니지 운영 상태를 확인하고,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는 LG 커넥티드 케어 서비스가 함께 제공된다. 원격 관리 기능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 및 디스플레이 밝기 제어 등이 가능하다.

양사는 이런 기술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공간에 사이니지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27.6%)와 LG전자(17.1%)가 각각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동 두바이의 초호화 호텔 ·리조트 '아틀란티스 더 로열'에 마이크로 LED 사이니 ‘더 월’ 146인치를 공급했으며, 호텔 로비와 스파, 야외 수영장 등에도 스마트 사이니지를 설치했다.

또 올해 하반기 개장을 앞둔 동북아 최대 규모 복합 리조트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에도 스마트 LED 사이니지 시스템을 공급할 예정이다.

LG전자의 경우 태국 방콕에 위치한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허브 '트루디지털파크 웨스트'에 사이니지를 대거 공급했다. 로비와 라운지뿐 아니라 오피스, 통로 및 복도 곳곳에 초대형 LED 사이니지와 디지털 사이니지 50대쯤을 설치해 광고 콘텐츠와 건물 정보 등을 전달한다.

최근엔 부산 엑스포 홍보 차원에서 'LG 매그니트'를 활용해 부산 바닷속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아쿠아리움을 광화문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또 올해 초 열린 'CES 2023'에선 올레드 플렉서블 사이니지 260장을 이어붙인 '올레드 지평선'을 선보이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것은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해당 시장은 2026년 359억 4000만달러(42조 8404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2018년 197억 8000만달러(23조원 5777억원)와 비교하면 8년만에 시장 규모가 2배 커지는 셈이다.연평균 성장률은 7.8%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이니지는 대부분 B2B로 사업이 진행돼 가격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옵션에 따라 1억원에서 4억~5억원까지도 한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