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급락하면서 대기업 순위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수년간 1위 자리를 수성했던 삼성전자가 내려오고, 1분기 최고 성적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현대차가 1위에 이름을 올린다. 2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되는 SK하이닉스는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다. 2분기에도 이런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각 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각 사
대기업은 이달 말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25일 현대차를 필두로 SK하이닉스(26일), 삼성전자·LG전자(27일) 등이 경영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반도체 한파 여파로 기업간 희비가 엇갈린다. 상장사의 분기 영업이익 순위가 뒤바뀔 전망이다. 13년간 분기 기준 영업이익 1위였던 삼성전자가 실적 하락으로 '왕좌'를 현대차에 내준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14조 1214억원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이어 HMM(3조 1486억원), SK하이닉스(2조 8596억원), 포스코홀딩스(2조 2576억원), 현대차 등 순이었다.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95.75% 급락했다. 매출은 63조원으로 19%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요 둔화에 따른 가격 하락과 출하 부진이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업황 회복을 위해 처음으로 감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T 수요 부진에 따라 부품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되며 전사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메모리 사업 비중이 90%가 넘는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다. 증권가는 1분기 영업손실 규모를 3조 7807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영업이익 규모는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1분기 실적에서 약진한 현대자동차와 선방한 LG전자는 분기 영업이익 순위에서 수계단 상승하며 축포를 쏠 예정이다.

LG전자의 경우 프리미엄 가전과 자동차 전장 사업의 고속 성장과 B2B 사업비중 확대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1분기 매출 20조 4187억원, 영업이익 1조 497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22.9% 감소했지만, 역대 1분기 실적 가운데 매출액은2위, 영업이익은 3번위의 성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전사적 노력이 성과로 가시화됐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상장사 중 1분기 영업익 1위가 유력하다. 증권사 전망치에 따르면 현대차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35조 2845억원, 2조 6584억원 수준이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각각 16.5%, 37.8% 증가한 수치다.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역대 1분기 최고 실적을 기록한다. 미국과 유럽 등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 호실적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전문가는 2분기에도 이같은 구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반도체 한파가 1분기 정점을 찍고, 메모리 업체들의 감산에 따른 재고 소진과 가격 안정화 효과가 3분기부터 본격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2분기까진 부진이 이어질 것이다"라며 "본격적인 실적 반등은 3분기부터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1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현대차·기아 합산 영업이익은 20조원 돌파도 가능한 것으로 점쳐진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2분기에도 미국 도매판매 반등과 중국 재진출 성과 등 다양한 모멘텀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