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메타 등 빅테크 규제는 세계적 추세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국내 빅테크에도 적절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부 여당은 국민을 위해 거대 포털기업의 독과점 체제를 해소하고 시장 경쟁을 활성화할 책임이 있습니다."(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장)

‘독과점적 포털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과 소상공인·소비자 권익침해’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독과점적 포털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과 소상공인·소비자 권익침해’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18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독과점적 포털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과 소상공인·소비자 권익침해’ 토론회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포털 생태계를 장악하고도 상생을 외면한다고 지적했다. 독과점 체제를 구축한 거대 포털기업이 이익은 챙기면서 사회적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전 국민이 네이버와 카카오 양대 포털 이용자라고 볼 수 있다"며 "이들 포털 기업이 이용자 편익을 증대한 것도 사실이지만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를 한 것도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거대 포털이 알고리즘 가중치를 조작하는 등 자사에 유리하게 생태계를 조정하면서 막대한 수수료를 가져가서다. 국민의힘은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해놓고 전혀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알고리즘 조작은 네이버가 2020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 267억원 처분을 받은 사건을 말한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쇼핑·동영상 분야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자사 상품과 서비스를 검색 상단에 노출하고 경쟁사는 하단으로 내렸다고 판단했다. 네이버는 검색 최적화를 위해 알고리즘을 수시로 수정 보완했다며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12월 2심에서 패소했다.

박성중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는 "처음 서비스를 낼 때 시장을 개척하면서 수수료 30%씩 받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사업이 안정화된 다음에는 수수료를 내려야 상생하는 구조가 된다"며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국회 국정감사에 3번이나 나와 사회적 책임과 책무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하고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승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은 "코로나19로 여행관광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일반 숙박업소는 매출이 40% 줄었는데 여행 플랫폼 업체 매출은 60% 늘었다"며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규제를 교묘하게 빠져나가면서 사회 전반에 속속 뿌리를 내리면서 독점적 플랫폼 구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또 네이버와 카카오가 스타트업·벤처기업의 아이디어를 탈취하면서 시장 혁신을 늦췄다고 봤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상근이사 등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직접 네이버·카카오의 아이디어 강탈 사례를 소개했다. 네이버 패션 공유 서비스 ‘워너비’와 패션 플랫폼 ‘스타일쉐어’, 라인의 베트남 중고거래앱 ‘겟잇’과 당근마켓, 카카오와 인스타페이 특허소송, 카카오VX의 골프장 관리 솔루션과 스마트스코어·골프존 특허 침해, 카카오헬스케어 당뇨 관리 솔루션과 닥터다이어리 등이다.

김려흔 뉴려 대표는 네이버 ‘원쁠딜’이 자사 ‘원플원’ 아이디어를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원플원은 이커머스 스타트업 뉴려가 6년을 준비한 서비스로 상품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준다. 그는 네이버 원쁠딜이 원플원 정식 서비스 두 달 뒤 출시됐고 베타 서비스 기간을 고려하면 원플원이 원쁠딜보다 1년 먼저 나온 서비스라고 주장했다.

김려흔 대표는 "뉴려는 네이버보다 앞서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원플원’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똑같은 방식과 비슷한 정책으로 네이버가 ‘원쁠딜’이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냈다"며 "지난해 1월부터 국회에도 이야기하고 현행법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시도했는데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무법인에 의뢰하고 특허청에도 문의했으나 뉴려가 왜 이걸 하나하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뉴려처럼 억울한 기업이 없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는 GPT 같은 생성형 AI 시장이나 AI 반도체 같은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엔비디아 같은 다른 빅테크와 경쟁해야 한다"며 "네이버나 카카오 기술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탈취하는 영역에 적용할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승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은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정능력이 없다"며 "거대 포털은 지배만 하고 책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두현 국회 과방위 소속 의원은 "시장지배적 포털은 시장경제원칙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도덕적 제약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