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430억유로(62조원) 규모 보조금 및 투자를 통해 역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의 ‘반도체법(Chips Act)’ 시행에 합의했다.

18일(현지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티에리 브르통 EU 산업담당 집행위원은 "반도체법 3자 협의가 최종 타결됐다"며 "이를 통해 우리는 공급망을 재조정하고 확보할 수 있어 아시아에 대한 집단적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3자 협의는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와 27개국을 대표하는 이사회, 유럽의회가 신규 입법안 추진 시 세부 내용을 확정하는 중요 관문이다.

티에리 브르통 EU 산업담당 집행위원 / EU
티에리 브르통 EU 산업담당 집행위원 / EU
이날 협의 타결로 반도체법은 형식적 절차에 해당하는 유럽의회, 이사회 각각의 표결을 거쳐 시행된다.

반도체법은 EU가 기존에 보유한 연구개발과 제조장비 기술 강점을 바탕으로 생산 역량을 단기간에 확대해 2030년까지 EU의 세계 반도체 생산 시장 점유율을 기존 9%에서 20%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도체 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미국은 물론, 중국 등 아시아 각국의 행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처다.

당초 EU 집행위는 첨단 반도체 공장만 지원하게 돼 있었지만, 세부 내용 협의 과정에서 첨단기술뿐 아니라 구형 공정 생산 부문과 연구개발(R&D), 설계 부문 등 반도체 공급망 전반으로 지원을 확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 정부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경쟁을 격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겠지만 우리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에는 현지 진출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배포한 보도참고 자료에서 "EU 반도체 법안에는 역외 기업에 대한 명시적 차별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생산 시설이 EU에 위치하고 있지 않아 직접적 영향은 적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또 "앞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EU 반도체법의 남은 입법 절차 진행 과정을 상세히 모니터링하고 법안의 최종 확정시까지 업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대응 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라며 "우리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기회 요인은 극대화할 수 있도록 EU 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