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코로나 지원금 정책수립 과정에서 가구 형태나 소득수준에 따른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경제효과 분석' 보고서를 참고했고, 여기에 신한카드의 1인가구와 청년층 관련 데이터를 활용, 지원금 지급시 소비 진작 효과를 가늠할 수 있었다.

금융권이 마이 데이터 사업 확장 의지를 밝히는 가운데, 업계 최초로 민간데이터댐인 그랜데이터(GranData)를 구성한 신한카드가 협력사 규모를 확대,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각오다.

이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반신반의다. 미래 산업인 데이터 사업 경쟁력 확보는 어찌보면 필연적인 일이겠으나 아직 뚜렷한 수익 모델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과도한 출혈 경쟁을 부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개인정보에 대한 우려도 있는 부분이라 법적인 규제나 이해상충 이슈에서도 마냥 자유롭지는 않을 거로 본다.

신한카드의 그랜데이터 구상도 / 신한카드
신한카드의 그랜데이터 구상도 / 신한카드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최근 가명결합 정보 활용 사업 성장세를 기반으로 금융결제원, GS리테일, LG전자, SK브로드밴드, SK C&C, 누리플렉스 등 공공·민간 데이터를 보유, 활용하는 기관 및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한카드는 2021년 SK텔레콤,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함께 그랜데이터라는 국내 첫 민간데이터댐을 론칭한 바 있다.

카드사 데이터 사업 경쟁 선두 신한카드

현재 신한카드, SK텔레콤, KCB가 보유한 고객은 각각 3000만명, 2800만명, 4400만명으로, 각 사의 데이터를 개인 단위로 가명결합해 분석할 수 있어 통계 분석을 뛰어넘는 상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신한카드 측 설명이다.

가명정보는 추가정보 사용없이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정보로 나이, 성별, 소득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앞서 카드사들은 데이터 3법 발표 이후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사업을 펼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보유한 카드사가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해 왔다.

국내 데이터 산업 시장 규모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데이터 산업 시장 규모는 25조1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1년 22조9000억원보다 약 9.6% 증가한 수치다. 데이터 산업 시장 규모는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 11.9%를 기록했다.

신한카드는 일찌감치 데이터 산업에 진출했고, 지난 2020년 5월 금융데이터거래소가 개소된 이후 공급자 1위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등록된 데이터 건수는 신한카드가 758개로 가장 많다. 신한카드는 등록상품수, 다운로드수, 조회수 등 전 영역에서 인기공급기업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는 705개인 KB국민카드가 차지했다.

금융데이터거래소 인기공급기업순위 / 금융데이터거래소 홈페이지
금융데이터거래소 인기공급기업순위 / 금융데이터거래소 홈페이지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한카드는 자사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어 해당 업종에선 독보적 지위를 갖고 있다"며 "다른 카드사들 역시 데이터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고 확장하려 노력 중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업계 최초로 자체 설립 빅데이터 연구소를 기업부설연구소로 인증받은 바 있다. 현재 삼성카드, 비씨카드와 함께 금융위원회로부터 민간 데이터 전문기관으로 예비 지정돼 본인가를 앞두고 있다. 최근 참여기업을 모든 산업 분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 밝히기도 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민간데이터전문기관 본 지정을 앞두고 있고, 신데이터 3법 시행으로 가명정보 활용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업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대감은 "유효", 안정적인 미래 수익원 될지는 "글쎄"

신한카드의 장밋빛 미래와는 별개로 업계 전망은 기대 만큼 희망적이지 않다. 다양한 분야의 기업 참여로 가명결합 데이터 사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란 건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신한카드가 타사들에 비해 데이터 사업에서 선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는 볼 수 있으나, 지속적으로 유의미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별개라는 진단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카드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과 기존 서비스를 연계해 확장해 가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민간 기업들과 협력해 얼마나 빠르게 해당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지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많은 카드사들이 데이터 신사업을 새로운 미래 수익원으로 보고 이를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장해 나가기 위해 준비 중이지만,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잡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는 설명이다.

한 카드업계 전문가는 "단순 상품 제공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는 많지 않지만 고도화될수록 다양한 데이터간 결합이 요구된다"며 "이때 유의미한 데이터가 공급돼야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무엇보다 이 분야의 수익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한다. 제공 가능한 데이터의 품질과 법적인 이슈뿐만아니라 정말 시장 수요가 얼마나 되는 지 등도 아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있으나, 기대가 큰 만큼 우려도 큰 법이라 실질적인 카드사의 수익과 연결되려면 아직은 먼 얘기"라며 "이익에 대한 기여도까지 생각해보면 유의미한 수익원이 될 지는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 주도 데이터 산업 육성 정책 추진이 해당 산업의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되고, 개인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 상품 추천 등이 이뤄지면 커미션 등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개인정보에 대한 우려도 있는 부분이라 법적인 규제나 이해상충 이슈 등으로 마냥 자유롭지는 않을 걸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증권사 카드 부문 연구원도 "실제로 얼마나 유의미하고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며 "카드사가 제공하는 데이터의 수요자가 얼마나 되고 그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할 것인가는 아직 확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이유정 기자 uzzon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