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구조조정 여진이 이어진다. 최근 메타와 아마존 등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대규모 정리해고가 이뤄지는 가운데 국내 IT업계에도 구조조정 여파가 드리운 모습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 메타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 메타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에 따르면 최근 메타는 1만명에 달하는 2차 대규모 정리해고를 시작했다. 이는 지난 3월 예고한 대규모 정리해고를 공식화한 것으로 총 2만1000명 규모다. 남은 직원도 정리해고 대상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모양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향후에도 추가 감원을 하겠다는 속내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1만명의 해고를 예고한 뒤 올해도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감원을 발표했다. 총 2만7000여명에 달한다. 구글은 1만2000명, 마이크로소프트는 1만명을 각각 감원한다.

네카오, 자회사 중심 구조조정 시작

국내 빅테크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회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바람이 일고 있다.

네이버 게임 계열사 라인게임즈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인력 감축에 나섰다. 라인게임즈는 지난달 200여명의 전체 직원 중 약 10%에 해당하는 20∼30명의 인력을 대상으로 권고사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인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는 지난달 약 16% 규모를 감원하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해 10월 인수한 미국 중고 거래 플랫폼 포쉬마크도 지난달부터 미국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다만 네이버 본사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대규모 신입사원을 공개채용으로 모집하고 있다.

카카오도 자회사 중심으로 감원을 진행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달부터 자회사 타파스엔터의 한국 법인 타파스 코리아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희망퇴직자에겐 위로금을 지급한다. 카카오 본사의 경우 구조조정은 진행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채용 계획은 없는 상태다.

스타트업, 자금난에 감원 찬바람

국내 스타트업은 자금난을 겪는 곳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 프롭테크 기업으로 꼽히는 직방은 지난해 적자폭이 커지면서 권고사직 등 인력 감축에 나섰다. 본사에선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인력감축을 통한 정리해고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법률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경기 침체에 더해 변호사단체와 장기간 갈등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으며 최대 50%의 인원 감축을 예고했다. 이외 뱅크샐러드, 메쉬코리아, 그린랩스 등 스타트업들 등도 자금난을 겪으며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IT업계는 인건비 부담도 상당하다"며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스타트업, 대기업 계열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먼저 일어난 건 대기업 대비 해고 규제가 유연하기 때문이다"라며 "대기업도 권고사직, 대기발령 등과 같은 다른 형태의 고용불안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