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온라인 예술시장의 규모를 크게 성장시켰을 뿐 아니라, 메타버스와 NFT 같은 신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아트’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NFT는 더 이상 ‘핫’하지 않은 것 같다. NFT에 대한 얘기는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또 NFT야? 이제 지겹다. 한 물 간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나 이슈를 불러일으켰던 신기술을 그냥 잊어버린 것 같다. 왜 그럴까? 아마도 우리는 NFT를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 같다.

필자는 그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NFT 기술은 디지털 예술산업에 있어 유용한 거래의 매개체이다. 사적 영역에서 소유권 증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러 사람들도 NFT의 필요성에 동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NFT에 더는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는 이슈로서의 ‘돈을 벌기 위한’ NFT라는 주제가 그 수명을 다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2023년 현재 NFT에 있어 중요한 것은 또 다른 이슈화가 아닌, 디지털 아트가 속하는 커다란 예술산업 안에서 디지털 아트의 소유권을 증명하기 위한 NFT 기술 그 자체로의 역할이다. 즉 NFT라는 기술은 미래에 필연적으로 도래할 우리 삶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과정에 있어 디지털 예술산업 확장과 정착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한 마디로 디지털 예술산업과 NFT는 물과 물고기의 관계이다.

디지털 아트 시장의 성장과 정착을 위해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디지털 아트’를 예술로서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디지털 아트는 코인시장과 맞물린 이슈로서의 NFT에 묻혀 아트보다 NFT에 더 치중되어 있었던 것 같다. 기술적 측면이나 그것의 가격과 가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NFT 기술 또한 보조적인 기능을 할 뿐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 아트의 콘텐츠 자체이다.

그렇다면 예술산업이라는 큰 맥락에서 디지털 아트가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예술에 의미를 부여하고 산업의 방향성을 이끌어줄 수 있는 전문적인 이론과 평론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러나 역사적, 문화적 기반과 전통이 없었던 미국은 유럽이 오랜 기간 쌓아온 전통과 문화를 부러워했고, 이에 ‘미국의 미술’, ‘미국적인 미술’을 키워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때 미국에서 크게 떠오른 예술가들이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등의 ‘추상표현주의’ 화가들이며, 이들의 작품과 작업이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큰 영향을 끼친 사람들이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 헤럴드 로젠버그(Harold Resenberg)와 같은 평론가들 그리고 알프레드 바(Alfred H. Barr, Jr.) 같은 큐레이터들이다. 알프레드 바는 뉴욕 현대미술관의 초대 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린버그와 로젠버그가 ‘추상표현주의’를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는 달랐지만, 이들의 이론이 추상표현주의를 미국 현대 미술에 큰 흐름이 되는 고유한 하나의 장르로 발전하게 했고, 미국이 새로운 예술 선진국으로서의 지위를 얻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예술이 예술인 이유는 비평가들과 평론가들의 의미부여와 해석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디지털 아트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디지털 아트도 진정한 의미에서 예술산업에 편입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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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 메타버스금융랩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위험관리·ESG금융·대체투자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에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한다.

류지예 팀장은 아트파이낸스그룹 데이터분석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메타버스금융랩 연구위원을 겸하고 있다. 주 연구주제는 미술시장, 예술품 거래데이터분석이며 메타버스, NFT등 예술산업 관련 신기술 또한 연구하고 있다. 동아시아예술문화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예술금융 교육과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rjy1524@artfinancegrou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