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이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다. 대주주 변경 이후 SK라는 브랜드를 쓸 수 있는 건 올해가 마지막. 그 전에 자립할 수 있는 생존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나는 요즘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이 공동 주관사로 참여하는 씨유박스는 다음달 2~3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 공모가를 확정한다. 같은 달 9~10일 일반청약을 받은 뒤 5월 중 상장 예정이다. 대표주관은 신한투자증권. 총 150만주를 공모하며 신주 100%를 모집한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1만7200~2만3200원이다.

씨유박스는 2010년 설립된 AI 얼굴인식 기업이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스마트패스 사업을 추진했으며 공항의 자동출입국심사대, 정부 4대 청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등 국가 주요 시설에 인공지능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또 금융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얼굴인식 기반 본인 인증 솔루션도 공급했다.

이번 씨유박스 IPO 성공은 향후 SK증권 IB부문의 실적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SK증권은 2018년 SK와 결별한 이후로도 그룹 후광 효과에 힘입어 SK 계열사 IPO에 참여해왔다. 그 약발이 지난해로 다 끝났다는 관측이다.

SK증권은 2020년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2021년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에 공동 주관사로 참여했었다. 중소형 증권사 중 유일하게 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지난해 상장이 불발된 원스토어와 SK쉴더스에도 각각 인수단과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 모두 SK그룹 계열사다.

SK그룹 계열사가 아닌 주관 실적은 2018년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가 마지막이다. 다만 EDGC 상장일은 2018년 6월로 SK그룹에서 계열 분리되기 이전에 쌓은 성과다. SK증권은 2018년 7월 사모펀드 J&W파트너스에 매각되면서 SK와 인연이 끝났다. 다만 SK와 3년 단위 브랜드 사용 계약을 맺어왔고, 21년초에 한 번 연장해 올해 말 만료된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IB 부문의 경우 주주 변경 이후에도 SK그룹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그룹 회사채 발행 및 인수, 단말기 할부채권 등 구조화금융, 그룹사 IPO 주간 등의 거래가 지속됐지만 최근 금융 시장 환경 속에 수익규모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는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중소형 IPO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되는 것이 그나마 SK증권 자립에 긍정적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높은 업체들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며 상장 철회도 발생했지만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2000억원 미만의 업체들은 상장 첫 날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IPO 부진 시기를 겪으며 상장업체들의 IPO 밸류가 낮아진데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당분간 시장 분위기는 낮은 시가총액의 업체들은 업종에 따라 흥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높은 시가총액 업체들은 상장 시기를 저울질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증권은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달 말 SK 7호스팩은 마이스(MICE) 기업 메쎄이상과 합병했다. 이는 SK 제5호스팩이 비스토스와 소멸 합병한 지 약 반년만이다.

이전까지 SK증권은 스팩 합병 성공률이 높은 증권사가 아니었다. SK증권은 2015년 2개 스팩을 상장한 이후 2016년(3호), 2018년(4호) 각각 1개씩 선보였다. 2019년 5호 스팩을, 2020년 6호 스팩을, 지난해 7호와 8호 스팩을 각각 상장시켰다. 이 중 합병에 성공한 스팩은 2호 스팩(디와이디), 5호 스팩(비스토스), 7호 스팩(메쎄이상) 등 세 개에 그치며 40%에 못 미친 성공률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SK제6호스팩이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하고 청산했고 2021년에는 SK제4호스팩이, 2019년에는 SK제3호스팩이 합병에 실패하면서 청산 절차를 밟았다. 그나마 합병에 성공한 스팩 3건 중 2건이 최근 1년 사이에 이뤄졌다.

신규 스팩 상장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증권은 지난 6일 에스케이증권제9호스팩의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작년 10월 에스케이증권제8호스팩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스팩의 상장 예정 주식 수는 502만주로 400만주를 공모를 통해 모집할 예정이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