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웹툰·웹소설 업계에 만연한 불공정 계약이 문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작가 매니지먼트 및 장르 출판사 글로번이 불공정 계약을 통해 웹소설 작가를 착취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글로번은 이에 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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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출판사, 신뢰가 무너졌다

26일 웹소설 작가 레고밟았어(필명, 이하 레밟)의 주장에 따르면 복수의 작가가 글로번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번이 불공정 계약을 통해 이들 작가의 생계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레밟의 경우는 지난해 초 글로번이 신뢰를 파괴했다며 전속계약 해지를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레밟은 "2018년 글로번과 계약한 뒤 글을 연재해 왔다"며 "회사를 신뢰했기에 정산금이 얼마 들어왔는지도 확인도 하지 않으면서 무던하게 글을 써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지난해 4월 글로번에서 1월부터 3월까지 인세 일부를 지급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됐다"고 회사를 신뢰하지 않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문제는 글로번에서 한번도 미안하다고 제대로 사과도 한 적 없다"며 "글로번은 1년이 넘도록 정산 근거 자료(원장부)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신뢰를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레밟은 ▲어떤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고 ▲소송 시 관할 법원 협의 불가능하며 ▲레밟 저작물의 2차적 사용권을 모두 글로번에 위탁하도록 하고 ▲특약에 전속계약 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고 ▲특약 비밀유지와 손해배상 의무가 레밟에게만 있는 점 등을 들며 글로번과 체결한 계약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원고를 잃어버려?"…정산·출판·계약 과정 문제 여실히 드러나

출판 과정에서 문제도 불거졌다. 작가로부터 원고를 받으면 이를 출판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계약을 교묘하게 악용했다.

레밟 설명에 따르면 글로번은 레밟으로부터 원고를 받으면 3개월 내 전자출판을 해야 한다. 이 원고는 특정 플랫폼 독점 연재일 결정 등 글로번에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는 레밟과 협의해서 개시일을 변경할 수 있다. 만약 글로번이 원고를 받고도 3개월 내 출판하지 않으면 레밟은 6개월 안에 최고(독촉)할 수 있다. 즉, 글로번은 9개월동안 레밟에게 합법적으로 원고료를 지급하지 않고 전속계약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레밟은 "웹소설 연재로 생계 활동을 하는데, 글로번을 통해야만 유료 연재가 가능하다"며 "글로번이 원고를 넘겨받고도 3개월에서 9개월 동안 출판하지 않으면 손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레밟은 정식 계약 이외에 특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글로번은 이 과정에서 레밟과의 전속 기간을 교묘하게 늘려갔다. 당시 레밟은 글로번과 합의해 다른 회사(제3자)와 출판하기로 했다. 특약의 조건은 타 출판사와 작품을 출시한 후 3개월 안에 새 작품을 글로번을 통해 출판해야 했다. 계약기간의 효력은 새 작품을 유료 연재한 날부터다. 최소 연재 편수도 레밟이 1년쯤 의무적으로 연재해야 하는 분량으로 규정됐다. 레밟이 글로번을 통해 차기작을 유료 연재하지 않으면 그의 전속계약은 정지된다.

이 외에도 레밟은 글로번이 잦은 실수를 저질러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고를 분실하거나 A라는 작품이 게재되어야 하는 공간에 B 작품을 업로드하거나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작품을 업로드하는 실수가 많았다"며 "실수 원인은 글로번 측의 잦은 담당자 교체다"라고 지적했다.

웹소설 작가 뺩(필명)도 글로번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레밟과 똑같이 지적했다. 뺩은 "글로번이 웹소설 플랫폼으로부터 선인세(MG)를 미리 받고도 작가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작가에게 지급하지 않았던 MG를 지급했다고 거짓말했다"고 주장했다. 뺩이 계약 해지 소송을 진행하게 된 이유다.

"글로번, 의무 없는 권리 통해 수익 받아가"

결국 레밟은 글로번과 소송을 진행한다. 앞서 레밟은 글로번과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글로번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글로번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글로번은 계약상 매니지먼트(창작활동 보조) 의무가 없어 레밟 측이 지적한 회사의 실수는 계약 해지 사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는 글로번이 B씨 소송 준비서면에서도 취한 입장과 같다.

레밟 측 법률대리인인 이윤수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글로번이 매니지먼트 의무를 제공하는 대가로 레밟의 저작권 수익 20~30%를 분배 받아왔는데 정작 가처분에서는 매니지먼트 의무가 없다고 봤다"며 "글로번이 의무 없이 권한만 갖고 수익을 가져간다는 가처분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워 본안소송에서 다투려고 한다"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은 가처분 결과가 본안소송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가처분 결정은 본안소송의 판결 선고 전까지 임시로 내려지는 판단이어서다. 사안이 긴급해 빠르게 결정해야 할 사안이 아니면 재판부가 정식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따져볼 수 있도록 가처분을 기각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유인호 변호사유인호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가처분에서 요구하는 입증의 정도는 본안소송에서 요구하는 입증의 정도와 다르다"며 "가처분이 인용(승소)됐다고 본안판결도 승소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처분은 본안소송을 전제로 한 잠정적 구제방법이라 본안소송과 다르다"며 "가처분은 변론이 아닌 심문, 증명이 아닌 소명, 판결이 아닌 결정에 의한 신속한 간이 분쟁 해결 제도다"라고 덧붙였다.

레밟은 또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인신문고에 이 같은 내용을 신고할 예정이다. 예술인신문고에 접수된 사건은 문체부에서 조사한다. 문체부는 조사를 통해 불공정행위 등 예술인권리보장법 위반을 발견하면 출판사 등에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수사를 의뢰한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글로번 측은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글로번 관계자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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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보도]

<[단독] "웹소설도 불공정 계약 터졌다"…작가 생계활동 막은 출판사> 관련

IT조선은 지난 2023. 4. 26.자 미디어·엔터테인먼트면에 <[단독] "웹소설도 불공정계약 터졌다"…작가 생계활동 막은 출판사>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해 출판사인 주식회사 글로번(이하 "글로번")이 다음과 같이 반론보도를 요청하였기에 게재합니다.

다음

1. 레고밟았어 작가가 글로번을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사건 및 항고 사건 결정을 통해서 레고밟았어 작가와 글로번 사이 계약은 불공정 계약이 아님이 판단됐다.

2. 레고밟았어 작가가 글로번을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사건 및 항고 사건에서, 법원은 이 사건 전속계약은 작가가 작품을 창작한 경우 그 출판권과 배타적 발행권을 글로번 출판사에 부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계약이라고 판단했다. 작품의 창작은 작가 책임일 뿐 글로번이 작가와 함께 작품을 창작하거나 창작활동을 도와야 하는 의무는 없고, 그 외 글로번이 레고밟았어 작가를 매니지먼트하는 내용의 약정은 없으며, 레고밟았어 작가는 이 사건 연장계약을 체결할 당시 글로번과 대등한 관계에서 이 사건 전속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레고밟았어 작가의 주장은 모두 기각됐다.

3. 또한 위 가처분 사건 결정문에 따르면 글로번은 레고밟았어 작가의 매니지먼트를 수행하여야 할 계약상의 의무가 없다는 점, 2022년 1월부터 3월까지 일부 인세가 미지급된 것은 세금과 관련된 문제로서 이러한 사정만으로 신뢰관계가 파탄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과 같이 쟁점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이 명시되어 있는 사실과 더불어, 오히려 레고밟았어 작가가 본인이 제기한 본안소송의 소 취하서를 제출하였지만 글로번은 법원의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 소 취하에 동의하지 않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으므로 사실상 분쟁이 일단락됐다.

4. 웹소설 작가 뺩이 글로번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제1심 법원 역시 웹소설 작가 뺩의 주장과 달리 글로번에 계약에 따른 채무불이행 사실이 없으며, 당사자 간의 신뢰관계가 파괴되는 정도의 부당한 행위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2022. 11. 15. 웹소설 작가 뺩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됐다.

5. 한편 레고밟았어 작가의 주장과 관련해 전속계약에는 계약해지에 관한 조항이 분명히 존재하며, 관할법원의 경우 양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결정된 것이고, 저작물의 2차적 사용권의 경우 작가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선행되고 있으므로 그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6. 전속계약 특약이 체결된 배경은 레고밟았어 작가가 전속계약을 체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약기간 동안 다른 출판사와 출간계약을 통해 작품을 출간하겠다고 주장하였기 때문이다. 글로번이 이례적으로 이러한 요구조건을 수용하는 대신 비밀유지 및 손해배상의무를 특약에 반영한 것이므로 이러한 의무가 레고밟았어 작가에게만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글로번은 같은 이유로, 전속계약기간이 연장된 것은 전속계약기간 중에 레고밟았어 작가가 타 출판사와 작품을 출판하겠다고 주장하였기 때문이며, 해당 기간 동안은 전속계약기간이 중단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고, 타 출판사와의 출판이 끝난 경우 레고밟았어 작가에게 글로번과의 출판의무를 규정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7. 레고밟았어 작가에게 원작료(구체적으로 2차적 저작물(웹툰)로 인해 발생한 수입)가 지연 지급된 것은 글로번이 레고밟았어 작가의 세무사 요청에 따라 레고밟았어 작가의 법인(주식회사 어진이)이 부가가치세 과세사업자로 전환된 뒤에 거래가 발생시켜 레고밟았어 작가가 부가가치세 상당의 손해를 보지 않도록 배려한 것임에도 레고밟았어 작가가 거꾸로 이를 문제 삼았던 것이며, 이에 글로번은 더는 배려할 필요가 없음을 확인하고 지연된 원작료를 곧바로 지급했다.

8. 정산관련 근거자료(원장부) 제공은 레고밟았어 작가가 글로번에 방문하여 관리페이지에 접속하면 열람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글로번에 가서 확인할 의무가 없다며 일방적으로 5년치의 방대한 자료를 요구하여 왔기에 정리에 시간이 소요된 것이지 의도적으로 지연하거나 열람을 거부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