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하다 NFT(대체불가토큰)까지 구매했어요"

6인조 남성 그룹 비투비 팬인 20대 직장인 박민지(가명·여)씨는 최근 전자지갑을 하나 개설했다. 애니큐브엔터테인먼트에서 민팅(발행)한 ‘애니베어 NFT’를 사려다 보니 이를 보관할 지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평소 가상화폐나 NFT 모두 관심이 없었지만 NFT를 구매하면 홀더(소유자) 팬에게만 주는 혜택을 제공한다기에 구매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씨가 구매한 애니베어 NFT는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인 비투비와 펜타곤, (여자)아이들, 라잇썸 등의 지식재산권(IP)에 기반한 멤버십 형태의 NFT다. 이를 민팅한 애니큐브엔터는 K팝 IP를 가진 큐브엔터테인먼트와 NFT 기술을 갖춘 글로벌 메타버스 기업 애니모카브랜즈가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애니큐브엔터에 따르면 애니베어 홀더들은 큐브엔터의 아티스트 미공개 콘텐츠와 애니큐브의 굿즈와 콘서트 예매권, 아티스트와의 만남, 메타버스 플랫폼 ‘더 샌드박스’ 공연 관람, 애니큐브 앨범과 차세대 그룹의 공동 제작 권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NFT 팝업스토어 오픈런 현장에 가다

큐브엔터는 애니베어 NFT 민팅을 기념해 최근 현대백화점 무역점에서 ‘애니베어 NFT 팝업스토어’를 개최했다. 팝업스토어 오픈 첫날인 21일 오전 10시 백화점 앞엔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개점을 기다리고 있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바로 왔다는 30대 직장인 김수민(가명·여)씨는"오프라인에서 NFT를 구매하면 포토카드를 준다 해서 팝업스토어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30분, 백화점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일제히 팝업스토어가 위치한 6층으로 달려 갔다. 직원들은 NFT를 보관할 지갑을 소유했는지 확인한 뒤 결제를 진행했다. NFT는 카드, 현금, 가상자산 등의 수단으로 구매할 수 있다.

제일 먼저 도착한 손님은 NFT를 223개나 사겠다고 했다. 가격은 2207만원. 알리페이 결제가 가능한지 묻는 걸 보니 중국인 인듯했다. 다음 손님도 30개를 구매하고 수량만큼 포토카드를 챙겼다.

애니베어 NFT를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 개점을 기다리고 있다./홍주연 기자
애니베어 NFT를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 개점을 기다리고 있다./홍주연 기자
K팝과 NFT의 결합 열기는 생각보다 더 뜨거웠다.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이철재 애니큐브 메타버스 사업실장은 "최근 많은 엔터사들이 NFT와 메타버스를 미래 산업이라 생각하고 도전하거나 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NFT는 주요 팬층 중심인 홀더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팬층을 더 견고하게 만드는 동시에 새로운 팬들을 유인할 수 있는 도구 역할도 하고 있다.

이철재 실장은 "웹2.0에 익숙한 팬들의 편의를 고려하는 동시에 웹2.0에서 3.0으로 가는 허들을 낮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번 팝업스토어도 그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일상화된 엔터기업의 NFT 비즈니스…NFT는 진화중

엔터사의 블록체인 도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미래 비전으로 ‘SM 3.0’을 내세우고 있다. SM 3.0 전략의 핵심은 AI·메타버스 등의 신사업 성장이다. 앞서 이수만 전 SM총괄프로듀서는 "NFT를 통해 아트·아이템·음악 등의 IP가 제공되고, 이를 기반으로 팬들이 창작물을 만드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블록체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방탄소년단(BTS)으로 일약 글로벌 엔터사가 된 하이브는 블록체인 전문기업인 두나무와 손 잡고 해외 NFT 거래소인 '레벨스'를 설립한 바 있다. 두 회사는 아티스트 IP와 NFT가 결합된 팬덤 기반의 신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레벨스는 현재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를 활용해 포토카드 등을 NFT로 제작한 뒤 판매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가상자산의 또다른 투자 상품 정도로 인식되는 듯 보였던 NFT가 최근에는 이처럼 기업들의 커뮤니티 마케팅 수단으로 역할을 확대되고 있다. 미술작품 등 이미지 중심에서 이제는 디지털화 할 수 있는 모든 콘텐츠에 NFT가 활용되고 있다.

한 NFT 거래소 관계자는 "NFT가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때는 ‘프로필 픽처(ProFile Picture)’를 투자 목적으로 사고파는 개념에 머물렀다"며 "점차 기업들이 NFT를 발행하고 홀더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을 택하면서 투자의 목적보다는 지속 가능한 고객을 유치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유행이 한물간 것 아니냐는 세간의 분위기와 달리 NFT 시장 거래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NFT 데이터 전문 플랫폼 ‘엔에프티고’(NFTGo)에 따르면 2021년 152억달러였던 누적 거래액은 지난해 243억달러(약 32조원)로 늘었다.

지난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두나무), 빗썸, 코빗 등도 NFT 사업에 뛰어들었다. NFT 홀더 역시 증가세다. 2021년 12월 기준 140만명에서 2022년 12월 380만명, 4월 현재 430만명에 달한다.

비투비 멤버 서은광이 메타마스크 지갑 생성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애니큐브엔터테인먼트 유튜브 갈무리
비투비 멤버 서은광이 메타마스크 지갑 생성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애니큐브엔터테인먼트 유튜브 갈무리
NFT 거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NFT를 보관할 지갑이 필요하다. 애니베어 NFT의 경우, 메타마스크(Metamask)와 빗썸 부리또 월렛 모두 사용 가능하다. 메타마스크 지갑 생성은 간단하다. 메타마스크 웹사이트에서 다운로드를 클릭하고 ‘설치(Install)’ 버튼을 누른 뒤, 지시에 따라 ‘브라우저에 추가’ 하면 된다. 비밀번호 설정을 마치면 지갑 개설이 완료된다.

다만 ‘비밀 복구 문구 백업’에 주의해야 한다. 이 문구는 암호를 잊어버리나 해당 PC가 아닌 다른 기기에서 지갑을 실행할 때 필요한 ‘단어 배열’이다. 비밀 복구 문구는 PC가 아닌 다른 스마트 기기에 저장하거나 종이에 써서 보관해야 해킹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오프라인 구매가 가능한 NFT의 경우, 현장 팝업스토어를 방문해 현장 결제 방식을 하면 된다. 런치패드(NFT 민팅과 2차 거래를 한번에 지원) 진행을 맡은 NFT거래소 팔라 관계자는 "웹 2.0에 익숙한 고객들을 위해 원화 결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NFT가 사자마자 지갑에 바로 들어오는 구조는 아니다. 애니베어 NFT 역시 지갑 주소를 제출하면 5월 초 지갑으로 에어드랍(코인배분) 해준다. 지갑으로 들어온 NFT는 거래소에서 홀더 간 매도/매수가 가능하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