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산업이 IT, BT, 로봇 등 첨단기술과 결합하면서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푸드테크 산업에 대한 조망이 요구됩니다. 이에 ‘창발가 열전’ 코너는 푸드테크 산업 발전을 위한 주요 기업들의 노력을 살펴보고 미래 비전을 제시합니다. [편집자주]

푸드테크가 미래 유망 신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단순히 식품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IT(정보기술), BT(바이오테크), 로봇 등 첨단기술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산업 영역을 만들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의 비대면 시대 본격화, 친환경 이슈, 원료 공급망 문제 등과 맞물리면서 이러한 요소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

푸드테크 산업은 학교, 연구기관, 기업 그리고 정부 등이 함께 이끌어나가야 하는 신산업이다. 이 가운데 기업의 역할도 무엇보다 크다. 기술 및 제품의 상용화 즉 비즈니스 창출로까지 이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식품 기업들은 푸드테크라는 신산업을 독자적으로 이끌어나가기 힘들다.

식품 연구개발을 하고 있는 롯데중앙연구소의 경우 스타트업과의 협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스타트업들의 기술력을 내부 기술력과 접목시킬 때 ‘미래 먹거리’를 만들고 상용화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롯데중앙연구소 연구전문위원 김정균 박사는 "푸드테크 영역이 너무 다양하고, 속도도 빠르다. 기존 식품 기업 입장에서도 새로운 영역들이 많기 때문에 모두 다 연구할 수 없다"며 여러 영역에서 기술 개발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들과 협력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롯데중앙연구소 김정균 박사 / 조상록 기자
롯데중앙연구소 김정균 박사 / 조상록 기자
― 환경, 문화, 건강 등 여러 측면에서 식품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최초의 식품은 인간의 식욕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었는데 이후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자와 같이 맛을 위해 먹는 것으로 발전했고 최근에는 환경, 문화, 건강 등 모든 측면을 식품에도 고려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요즘 식품 업계의 개발 방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better for you, good for you’, ‘구오메이(gourmet, 미식가)’와 같은 키워드가 대표적이다. 소비자의 몸에 더 좋아야 되고, 더 건강해야 되고, 디저트와 같이 미식가를 위한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식품의 원료도 유기농인지 식물성인지를 따져보고, 식품의 포장재도 친환경인지 아닌지, 과대포장은 아닌지를 고려한다."

― 푸드테크 산업을 보면 대체식품, 간편식, 식품 프린팅, 스마트 유통/배달, 서빙/조리 로봇 등이 주요 키워드인 것 같다. 유독 최근 들어 푸드테크 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단연 코로나19 이후의 비대면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이 한 가지 요소만 보더라도 신선식품, 스마트 유통/배달 등의 영역이 크게 발전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문제,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 문제, 식량자원 고갈 문제, 인구학적인 측면에서의 고령화, 출산율 저하 등 여러가지 현상이 대두됐다. 이에 대체식품, 로봇 활용, 간편식 등과 같은 푸드테크 영역이 주목받으면서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본다.

대체식품 하나만 보더라도 환경 문제, 식량자원 고갈 문제 등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가령 주요 단백질 공급원인 소고기의 경우 사육하는 데 물, 사료 등이 많이 사용된다. 만약 이를 곤충으로 대체하면 소에 들어가는 자원의 10분1 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우리가 곤충 단백질 스타트업(프랑스-Ynsect)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는 것도 미래 푸드테크 시장 개척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푸드테크 산업이 각광받고 있는 것은 환경, 문화 등의 변화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인류가 직면한 많은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인간을 위한 산업이 될 거라고 본다."

― 앞서 식용 곤충 공동 연구를 언급했다. 롯데중앙연구소에서는 이러한 대체식품 개발을 주로 하는가.

"롯데중앙연구소는 식품 계열사의 신제품 개발과 품질 개선, 기초 기술 확보와 유통계열사의 위생 및 품질 안전 관리 업무를 주 업무로 한다. 최근에는 디자인 센터가 신설되면서 그룹 내 식품사의 디자인도 주관하고 있다. 특히 푸드테크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서 글로벌 푸드테크 기업과 함께 공동 연구를 하고 있고 국내 선도 스타트업과의 협업 등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는 대체식품 개발과 개발을 위한 기반 연구를 주로 한다고 보면 된다. 관능 객관화 연구가 대표적인 예다. 기존에는 인간의 오감으로 제품을 분석하고 평가했는데 이렇게 하면 제품에 대한 평가가 연구자의 주관에 따라 다르게 되고 결국 제품도 균일하지 않은 품질을 갖게 된다.

그래서 전자코, 전자혀, 전자눈, 전자귀 라고 부르는 기술 및 장비를 이용해서 데이터를 객관화 한다. 가령 커피의 경우 전자눈으로 커피콩 사진을 찍어 생산지마다의 색상 차이를 데이터화 시키고, 전자코와 전자혀로 향과 맛을 수치로 정확히 데이터화 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대체식품을 개발하는 데 핵심 자료가 된다. 가령 대체육을 만들었는데 실제 고기와 질감과 색상, 냄새, 맛 등을 최대한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관능 객관화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연구소는 껌 씹을 때의 뇌파 분석을 통해 스트레스 완화 및 인지능력 향상 등도 연구하고 있다. 이 부분은 감성의 영역이다. 종합해보면 롯데중앙연구소는 식품에 대한 관능과 감성의 DT(디지털화)화를 이끌고 있다고 보면 된다."

― 롯데중앙연구소의 활동 가운데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강조했다. 협업을 특히 중요하게 보는 이유가 있나.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은 대기업의 ESG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폐쇄적인 연구개발(R&D)만으로는 급변하는 기술발전과 트렌드를 따라갈 수가 없다. 또한 식품 기업이라고 해서 모든 푸드테크 영역에서 새롭게 나오는 모든 부분에 손을 대기 어렵다.

그런 이유 때문에 C&D(Connect and Development)라는 외부와의 오픈이노베이션에 의한 기술 개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것을 더 빠르게 하려면 선도적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한데, 롯데중앙연구소의 경우 롯데벤쳐스와 함께 투자와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푸드테크 밸리라는 공유 오피스에 입주한 스타트업과는 여러가지 연구소의 인프라를 제공하면서 윈윈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 결국 푸드테크 산업은 상생을 통해서만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 차원에서도 세계화에 맞춰 푸드테크 사업 발전을 위한 추진과제를 마련하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푸드테크를 육성하기 위해서 핵심기술분야를 선정하고 선제적으로 과제 개발과 정책금융을 준비하고 푸드테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계약학과 확대도 하고 있는데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신산업에 맞춰 제도를 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가령 기존 식품의 경우 식품마다 항목이 있는데, 대체육은 항목이 아직 없다. 항목이 없으면 판매하는 데도 문제가 생긴다. 싱가포르의 경우는 규제나 제도 측면에서 유연한 정책으로 혁신적인 푸드테크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그래서 1호 생산 기업이 등록한 국가로 싱가포르를 선정한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도 유연한 제도와 기준을 서둘러 만들었으면 한다."

― 푸드테크 산업이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은 환경, 문화적 영향도 크지만 관련된 기술이 발달했던 점도 한몫 한 것 같다. 앞으로 푸드테크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더욱 필요할 것 같다.

"무엇보다 푸드테크는 AI, ICT, BT등 다양한 기술이 식품과 접목돼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도 산학연의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오픈이노베이션이 잘 되도록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필요할 것 같고, 산학연이 잘 연계되도록 네트워크가 이어지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

특히 지난해 세워진 한국푸드테크협의회(이하 협의회)는 1년도 안된 짧은 기간 동안 푸드테크 연결 플랫폼과 학연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협의회가 발족됨으로써 비로소 푸드테크 영역이 생겼다고 본다. 앞으로 협의회의 역할이 더욱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