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에서도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자산과 이익, 건전성 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디지털에서도 각자의 면모를 자랑했다.

그룹 전체의 디지털 플랫폼으로 따지자면 다양한 영역을 구축한 신한이 1등이다. 하지만 은행만 놓고 보면 KB국민은행이 신한은행을 앞선다. 3, 4위 순위도 바뀐다. 하나은행이 우리은행보다 먼저라는 인식이 있지만, 모바일에선 우리가 하나보다 크다.

각사 모두 금융 플랫폼을 표방한 만큼, 주력으로 하는 금융에서만큼은 우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사업다각화를 위해 추진한 비금융에서는 다소 성장세가 정체된 모습이다.

각사가 공개한 지표가 제각각인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KB금융지주는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중심으로, 신한금융그룹은 MAU와 하루 활성이용자수(DAU)를 내놨다.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누적 가입자 수만 언급했다. 금융지주들이 디지털 금융에 진심이라면, 좀 더 다양하면서 공통된 지표가 나와줘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5대 금융지주 계열 은행. / 뉴스1
5대 금융지주 계열 은행. / 뉴스1
모바일 은행은 KB국민은행 1위

1일 각 금융지주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 모바일 뱅킹 앱 MAU는 지난해 1106만명에서 올해 1119만명으로 증가했다. 모바일 은행만큼은 KB가 넘버원이다. 디지털 채널의 상품 신규 비중은 지난해 58%에서 올해 37%로 감소, 선택과 집중에 포커스를 맞췄다.

KB그룹 내 플랫폼 전체 MAU는 올 3월 기준 2295만명에 달한다. KB스타금융, KB스타기업뱅킹, 리브넥스트(Next) 등 금융 플랫폼 MAU는 2021년 1458만명에서 지난해 2079만명, 올해 3월 2108만명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리브엠(LiivM), KB부동산, KB차차차 등 비금융 플랫폼은 다소 정체된 모습이다.

전자서명인증사업자, 공인전자문서중계자, 본인확인기관 등 3가지 정부인증을 바탕으로 서비스하는 KB국민인증서 이용고객은 올해 1284만명에 달했다. KB마이데이터 이용고객은 지난해 711만명에서 올해 829만명이 됐다.

KB금융 관계자는 "올해 디지털 전략 목표는 KB스타뱅킹을 중심으로 한 슈퍼앱 전략 추진, 부동산·자동차·헬스케어·통신과 같은 비금융 영역으로의 확장"이라고 했다.

지난해 신한은행이 모바일 뱅킹 앱 ‘쏠(SOL)’을 리뉴얼하며 공개한 걸그룹 뉴진스 출연 광고. / 신한은행
지난해 신한은행이 모바일 뱅킹 앱 ‘쏠(SOL)’을 리뉴얼하며 공개한 걸그룹 뉴진스 출연 광고. / 신한은행
신한금융,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 갖춰

신한금융의 금융과 비금융 플랫폼을 합산한 MAU는 2351만명으로 명실상부 1위 디지털 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췄다. 국민 2명 중 한 명은 모바일에서 신한금융 앱을 사용 중이라는 뜻이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의 쏠(SOL), 카드의 플레이, 증권의 알파 등 주력군이 확실하다는 게 강점이다. 이 세 곳을 합친 MAU는 1889만명으로 지난해 1558만명 보다 300만명 가까이 늘었다.

이중 맏형인 은행의 선전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 모바일 뱅킹 앱 쏠의 올해 1분기 MAU는 940만명으로 전년 동기 810만명 대비 16% 증가했다. 신한마이카(MyCar), 하우핏(Howfit), 땡겨요 등 비금융 플랫폼의 올해 MAU는 381만명으로 아직 금융 플랫폼에 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디지털 기반 금융 혁신과 동시에 고객 금융거래 보호, 기후변화 대응, 친환경 금융 확대 등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4위 우리은행, 모바일에선 하나은행 제쳐

우리금융은 수익이나 자산규모 면에서 KB와 신한, 하나 등 3대 금융지주 다음으로 분류되지만, 모바일에선 적어도 하나보다 앞선다. 올해 1분기 우리은행 모바일 뱅킹 앱인 우리원(WON)뱅킹의 가입 고객 수는 2017만명으로 2000만명선을 넘겼다. 비대면 상품 가입 고객 수 역시 증가했다. 지난해 228만명에서 올해 1분기 241만명이 됐다.

이는 높은 비대면 상품 판매 실적으로 이어진다. 신규좌수 기준 비대면 비중의 경우 신용대출 71.2%, 적립식예금 91.2%, 거치식예금 83.8%다. 펀드 중 비대면 비중 역시 90.7%에 달한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컨퍼런스콜에 직접 참석해 "디지털 발전으로 금융업의 규제 환경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겠다"고 디지털 분야에서의 우위를 다짐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올해 1분기 모바일 뱅킹 앱 ‘하나원큐’의 가입자 수는 1440만명이다. 지난해 상반기 1367만명, 하반기 1401만명 보다 소폭 늘었다. 하나은행도 비대면 상품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신용대출 92%, 담보대출 72.3%, 예금·적금 67.6%, 펀드 83.4%가 비대면으로 팔렸다. 비대면 담보대출 건수도 지난해 3128건에서 올해 3584건으로 증가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