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산업이 IT, BT, 로봇 등 첨단기술과 결합하면서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푸드테크 산업에 대한 조망이 요구됩니다. 이에 ‘창발가 열전’ 코너는 푸드테크 산업 발전을 위한 주요 기업들의 노력을 살펴보고 미래 비전을 제시합니다. [편집자주]

전세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약 40kg이다. 2050년 세계 인구가 100억 명이 되면 육류 생산량을 매년 2억 톤씩 늘려야 한다. 식량 자원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다행인 점은 ‘대체식품’이라는 대안이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배양육은 육류 소비량 증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솔루션이다. 글로벌 식품기업들은 물론 유명 인사들까지 배양육에 투자하는 이유도 ‘배양육이 미래’라는 사실을 가늠했기 때문일 것이다.

배양육 산업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주도하고 있다. 임파서블푸드, 비욘드미트와 빌게이츠에게 170억 달러 투자를 받은 멤피스 미트(현재 업사이드 푸드) 등의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배양육 산업은 어떠한가. 지난해 배양돈육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는 스페이스에프의 김병훈 대표는 "국내에 이미 세포 배양에 대한 선행 기술들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배양육을 산업화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부분도 많지만 정부, 학교, 기업, 기관 모두가 배양육을 산업화 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지원하고 있다는 부분도 덧붙였다. 김병훈 대표에게 배양육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스페이스에프 김병훈 대표 / 조상록 기자
스페이스에프 김병훈 대표 / 조상록 기자
― 배양육은 기존 대체식품과는 다른 새로운 영역인 것 같다. 세포를 배양한다는 것인데, 정확히 어떤 원리인가.

"세포 배양이라고 하면 크게 배양과 분화로 구분한다. 먼저 가축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대량으로 증식시킨다. 이 배양 과정은 세포가 늘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먹는 근육 조직이라고는 할 수 없고, 증식된 대량의 세포가 분화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근육이 만들어지게 된다. 물론 이후에도 우리가 실제 먹는 고기처럼 근육과 지방을 결합하는 등의 과정이 진행된다.

배양육을 만드는 데는 크게 네 가지 정도의 핵심 기술이 필요한다. 하나는 세포주를 확립하는 것, 두 번째는 배양액을 만드는 것, 세 번째는 지지체를 만드는 것, 네 번째는 대량 배양 공정을 구축하는 것이다. 마지막 대량 배양 공정의 경우 산업화 군에 속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연구개발 영역에는 세 가지가 핵심이다.

세포주는 고기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다. 실제 고기에 있는 아미노산, 단백질 등이 제대로 배양되고 근육 조직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잘 추출해야 한다. 만약 세포주가 제대로 추출되지 않으면 근육을 생성해야 하는데 피부 조직이 섞일 수 있고, 원하는 영양 성분이 안나올 수 있다.

배양액은 세포 영양 공급원이다. 세포가 체내에서 영양을 공급받는 환경에 가장 가깝게 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배양액은 주로 혈청을 사용하는데 이 또한 동물에서 추출해야 하기 때문에 동물 복지 측면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무혈청 배양액을 개발하는 것이다.

무혈청 배양액으로 대체돼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동물에서 혈청을 뽑으면 뽑을 때마다 종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세포주에 다른 종류의 혈청을 공급하게 되면 결과물에 대한 예측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반면 무혈청 배양액을 사용하면 이러한 변수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지지체는 근육을 조직화하는 요소다.

― 배양육의 생산량은 지금의 축산 규모를 감당할 수 있나.

"소고기를 예로 들면 소를 키워서 도축하는 데까지 32개월이 걸린다. 도축량(정육 무게)은 350kg이다. 배양육의 경우 세포 하나를 더블링(세포 분열) 하는 데 하루가 걸리고 1kg을 만드는 데 한 달이 걸린다(28번의 세포 분열). 처음 배양할 때 350개 세포로 시작하면 한 달만에 350kg을 얻을 수 있다. 소를 32개월 간 키우는 동안 투입되는 땅, 물, 사료 등보다 배양육 시설에서 키우는 게 비용 절감, 환경 보호 등 모든 측면 훨씬 더 효율적이다."

스페이스에프의 배양육 시제품 / 스페이스에프
스페이스에프의 배양육 시제품 / 스페이스에프
스페이스에프를 소개한다면.

"2020년 설립한 스페이스에프는 세포 배양 기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업이다. 세포 배양 기술은 줄기세포 배양 기술과 조직공학 기술을 활용해 농축산물을 연구실, 공장과 같은 실내에서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스페이스에프는 배양육을 우선적으로 연구개발 하고 있다."

― 스페이스에프 차별점은 무엇인가.

"배양육의 종류는 크게 소, 돼지, 닭이 있다. 스페이스에프는 돼지 배양육을 주로 다루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동물에서 줄기세포를 빼내려면 뼈 가까이까지 들어가야 한다. 동물 복지 측면에서도 대안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줄기세포는 노화가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배양을 하면 더 이상 증식되지 않는 증식능 한계가 있다. 결국 새로운 줄기세포를 빼내기 위해 도축을 해야하는 것이다. 스페이스에프는 배아줄기세포에서 근육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무한정 증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서의 증식능 한계로 인한 도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외에 무혈청 배양액 기술도 가지고 있다. 앞서 설명한대로 무혈청 배양액은 배양액 성분을 일정하게 가져갈 수 있으며, 동물에게서 혈청을 빼내야 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 배양육 산업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배양육을 시작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식품 업계에 9년 정도 있었다. 그 기간 동안 국내 식품 산업이 수입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구조를 바꾸고 주도적으로 이끌고 싶다는 마음이 있던 차에 조철훈 교수님의 배양육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됐다. 배양육은 기존의 대체식품과는 차원적으로 다른 영역이고 기술적 장벽이 있지만 이를 넘어서면 미래 식품 산업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사업을 추진하는 데 큰 힘이 된 부분은 국내의 배양육 관련 선행 기술들이었다. 특히 서울대학교 이창규 교수님은 돼지 줄기세포 분야에서 오랜 기간 연구했고, 그 결과로 지금의 배양돈육을 개발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 스페이스에프 앞으로의 로드맵은.

"하나의 기술이 상용화 또는 산업화가 되려면 크게 4단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 번째 선행 기술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개념을 잡는 기초 개념 연구 단계이고, 두 번째는 이 연구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실증 연구 단계다. 여기까지가 연구실에서 할 수 있는 랩스케일 단계다.

세 번째는 산업화로 전환했을 때를 판단하기 위한 파일럿(시험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단계이고, 네 번째는 대량 생산, 유통망 구축 등 본격적으로 산업화하는 단계다. 스페이스에프는 2단계까지는 완료했고, 현재는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는 단계로 40% 정도 진행된 상태다. 현재 파일럿 공장을 짓고 있는데 한 두 달 정도면 완공이 된다. 파일럿 라인에서는 제품의 대량 생산 및 판매망 등을 테스트 해보고 자동화 공정 등을 구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전세계적으로 배양육 관련 업체들이 2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가운데 10% 정도만이 파일럿 공장을 갖고 있다. 스페이스에프 또한 이 10% 안에 드는 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스페이스에프는 현재 3단계를 진행 중이며 앞으로 스케일업을 통해 최종 산업화 단계로 가는 계획을 갖고 있다."

― 배양육 산업은 어쨌든 ‘먹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고 본다. 그런 이유로 정부, 기관, 기업 등의 적극적인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배양육 관련해서는 식약처, 농림식품부 등 정부에서도 발전을 위해 길을 적극적으로 열어주고 있다. 학계와 함께 배양육 관련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식품 관련 협의체가 구성된 것도 이 산업의 성장을 돕는 요소다.

지난 해 한국푸드테크협의회가 창설됐는데, 개인적으로 놀란 점은 이 협의회가 특정 식품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식품에 대한 모든 산업을 아우르고 있다는 부분이다. 식품의 원료를 만드는 기술부터 다양한 식품 가공 그리고 생산공정 자동화 등의 제조 기술, 식품 유통, 마케팅 등을 아우를 수 있는 협의회는 생각을 못해봤던 것 같다. 여기서 기대하는 부분은 시너지다.

우리와 같은 스타트업만 보더라도 대기업과 연계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힘든데 협의회를 통해 다양한 식품 산업 관계자들과 연계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앞으로 협의회가 커다란 울타리를 마련해 준다고 하면 그 안에서 산업체들끼리 교류하고 협력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 결국 배양육은 나중에 우리가 먹어야 하는 식품이다. 솔직히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소비자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나.

"배양육은 아직 산업화가 되지 않은 단계이고, 식약처에서도 섭취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바꿔 말하면 소비자들이 배양육을 접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매년 실시하는배양육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 젊은 층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환경이나 동물 복지 등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배양육을 먹을 수 있다’는 의향이 높은 편이었다.

해가 지날수록 ‘배양육을 알고 있다’는 인지도와 ‘배양육을 사먹겠다’는 구매 의향 부분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본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