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산림 등으로 흡수, 제거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제로)로 만들자는 개념이다.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되는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게 하는 것으로, 탄소중립을 ‘넷-제로(Net-Zero)’라 부르기도 한다.

탄소중립. / 아이클릭아트
탄소중립. / 아이클릭아트
다만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제거가 목적이지만,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와 메테인 등 탄소 관련 물질 대부분이 온실 효과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성분이기 때문에 넷-제로 보다 탄소중립이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된다.

탄소중립은 지구 온난화로 폭염, 폭설, 태풍, 산불 등 인류를 위협하는 이상기후 현상이 점차 잦아지면서 경각심을 갖고 지구 환경을 되찾자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높은 화석연료 비중과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도 최근 30년 사이 평균 온도가 1.4℃ 상승하며 온난화 경향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인류 위협하는 기후변화에 손잡은 지구촌

이에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에 의무를 부여하는 1997년 ‘교토의정서’를 채택, 이어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파리협정’가 2015년 채택된 이후,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2016년 11월 4일 협정이 정식 발효됐다.

세계 각국은 2021년 파리협정의 본격적 이행을 앞두고 2020년까지 이를 갱신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파리협정의 목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2℃ 보다 훨씬 아래(well below)로 유지하고, 나아가 1.5℃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온도가 2℃ 이상 상승할 경우, 폭염 한파 등 보통의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상승 온도를 1.5℃로 제한할 경우 생물다양성, 건강, 생계, 식량안보, 인간 안보 및 경제 성장에 대한 위험이 2℃보다 대폭 감소한다.

UN자료에 의하면 지구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2019년 기준 탄소중립을 달성한 국가는 수리남과 부탄이다.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독일, 영국 등에 이어 9위를 기록 중이다.

한국의 경우 2015년 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37%를 감축 목표로 제출, 2018년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수정 로드맵’을 마련했다. 2019년에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등 감축목표 이행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그간의 노력을 바탕으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갱신안’을 마련해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했다.

해당 갱신안은 경제성장 변동에 따라 가변성이 높은 배출전망치(BAU) 방식의 기존 목표를 투명한 이행과정 관리가 가능하고 국제사회 신뢰가 높은 절대량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2017년 배출량 대비 24.4% 감축을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확정했다.

2021년에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통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을 심의·의결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으로, 기존 감축 목표인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26.3%감축에서 대폭 상향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정상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지구 온도 1.5℃ 유지위해 탄소중립 이행하는 선진국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협정을 재가입했으며, 2035년 전력부문 탈탄소화, 2050년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다. 100% 청정에너지 경제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연방정부는 1조7000억달러(2244조원)를 포함해 5조5000억 달러(7260조원)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2035년 전력부문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고 기존 가스발전(탄소 포집)과 차세대 원전을 활용하며, 2035년까지 석탄발전을 전면 폐쇄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 태양광 패널 5억기, 풍력터빈 6만기를 설치하는 등 재생에너지 부문에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2030년까지 해상풍력 용량을 2020년 대비 2배로 확대하고 바이오 연료발전소 건설계획도 제시했다. 탄소중립 정책은 미국의 그린 뉴딜과 연계해 일자리 창출,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한 대응책으로도 추진될 예정이다.

EU에서 가장 많은 탄소 배출량을 기록 중인 독일은 메르켈 총리 당시 ‘2050년 중립 목표’를 선언했으나, 국가 차원의 법제화는 진행되지 않았다. 다만 EU 위원회을 통해 회원국 전체의 중립 목표를 명시한 ‘유럽기후법’ 입법이 추진 중이다.

더불어 유럽 연방정부는 2019년 9월 ‘기후보호프로그램’을 발표해 2050 탄소중립 목표 이행을 위한 2030년까지의 중단기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독일은 EU 내 선도적 리더십 차원에서 ‘유럽 그린딜’의 중립 경제 비전 구현을 위한 1300억유로(독일 내 투자액)의 투자계획 마련하고, 그린 수소 생산 체계 확립, 건물 리모델링 확대, 재생에너지 지원 등을 이행해 나가기로 했다.

영국은 2019년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명시한 탄소중립 법안을 제정하고, 기존 기후변화법에 중립 조항을 추가해 정부에 목표 이행 의무를 부여했다. 2020년에는 전력·가스시장규제청(Ofgem)이 세부 이행계획을 담은 탈탄소화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영국은 2050년 전원믹스를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나머지를 원자력과 가스(포집·저장) 발전으로 공급하도록 구성하도록 했다. 탄소 감축 수단이 한계에 봉착해 중립화 달성이 어려운 상황을 대비해 바이오매스(우드펠릿) 탄소 포집과 대기 중 직접포집 기술 활용 등을 계획 중이다.

세계 다섯 번째로 큰 탄소 배출국인 일본은 2020년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유지할 것을 발표, COP26 정상회의에서는 일본에게 2030년 온실가스 삭감 목표를 2013년 대비 26% 삭감할 것을 제안했다.

일본은 2050년 탄소중립 구현을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수소발전 확대 ▲탈탄소 기술이 적용된 원자력 재가동 추진 ▲탄소포집(CCUS)기술 활용 ▲해상풍력산업, 축전지산업, 수소산업, 카본리사이클 산업, 연료 암모니아 산업 추진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놓았다.

또한 산업·운송·민생부문에서 화석연료를 전기나 수소연료로 전환하며 수소연료, 바이오연료를 이용한 전동화(電動化)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태양광패널, 대형 풍력발전설비, 전기자동차 등을 통한 탈탄소 전략을 필두로 수전해(물을 분해해 수소로 생산) 장치, 수소용 자동차 엔진 등을 세계 최정상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선진국의 노력에도 세계 2·3위 탄소배출국인 중국과 러시아 등이 탄소중립에 소극적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물론 다양한 국제환경회의에 불참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화석연료 시대 종말 목표 로드맵 구상 본격화

올해 5월 2일에는 기후변화에 관한 비공식 고위급 회의체인 ‘피터스버그 기후대화’ 베를린이 개최돼, 이 자리에서 2023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위한 준비 작업이 시작됐다.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기온 상승을 막기 위해 올 11월 두바이 총회에서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11월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1.5℃ 목표 달성을 위한 논의의 진전을 이뤄내기 위해 ▲전지구적 이행점검과 변혁을 위한 이행계획(로드맵)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기후변화에 대한 전지구적 대응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한국도 적응 선도 국가로서 피터스버그 기후대화를 통해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립·시행 현황과 개도국의 적응 능력 향상을 위한 한국의 노력 등을 발표하고, 올해 8월 인천 송도에서 개최하는 ‘2023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를 통해 적응 행동 확산에 적극 기여할 것을 표명할 방침이다.

조홍식 기후환경대사는 "최신 과학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재차 경고하고 있고 1.5℃ 목표 달성을 위해 전 세계의 통합적인 기후 행동이 시급하다"며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정책을 통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