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LCD 패널 가격 상승이라는 달콤한 유혹에도 사업 축소를 향한 LG디스플레이의 의지가 확고하다. 당장 실적에 부침이 있더라도 수요 변동에 민감한 사업을 과감히 접고, 수주형 사업 중심의 사업구조 고도화에 나서겠다는 회사의 의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사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2022년 말 국내 7세대 TV용 LCD 생산을 중단했다. 올해는 중국 8세대 LCD 팹(공장)의 가동률을 50%로 낮췄다.

LG디스플레이는 1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LCD TV 팹의 유의미한 활용을 검토 중이다"며 "7세대 국내 팹 설비의 매각을 추진 중이며, 나머지 공장은 용도 전환이나 매각, 전략적 파트너십 등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출구전략이 가속화한 동안 아이러니하게도 LCD 가격은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4월 LCD TV 패널 가격은 3월보다 4~10% 올랐다. 특히 55인치는 96달러에서 10% 상승한 106달러로 역대 최저치였던 2022년 9월(81달러) 대비 31%쯤 올랐다.

DSCC는 "5월에도 LCD 패널 가격이 2~5% 추가 상승하면서 2분기 평균 가격은 전분기 대비 12% 오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DSCC의 전망은 LG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에서 유동적 경영 판단을 내릴 가능성을 제기할 만한 자료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해 비상등이 켜졌다. 흑자 전환이 절실하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사업구조 고도화에 박차를 가한 만큼 장기적으로 몸에 해로운 LCD 관련 단기 처방은 하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LG디스플레이 고위 관계자는 "LCD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회사의 경영 판단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그럴만한 상황이 안 된다"며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알린 것처럼 대형 LCD 생산 비중을 다시 늘릴 계획은 없다"고 확언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말 LG이노텍에 파주 P7 공장을 임대해 줬다. LG이노텍은 제품 생산을 목적으로 LG디스플레이와 2027년 12월 31일까지 P7 공장의 부동산 전세 계약을 맺었다. 그동안 LCD 생산에 투입한 인력 중 상당수가 LG이노텍으로 전환배치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LCD 패널 생산을 재개할 만한 여력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LG디스플레이에 있어 LCD는 애증의 존재다. 지난 10년 간 대형 사업을 OLED로 전환하는 과정 속에서도 LCD는 매출의 버팀목이었다. 뚜렷한 수요 증가로 가격이 급등한 2021년에는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을 달성할 정도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2022년 수요 침체에 따른 중국발(發) 저가 물량 공세는 LG디스플레이에 치명적인 타격이었고, LCD 사업 축소는 불가피한 선택지가 됐다.

LG디스플레이는 고객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물동과 가격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는 수주형 사업 중심의 사업구조 고도화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수주형 사업의 전사 매출 비중은 올해 들어 40%대 초반까지 확대됐고, 2~3년 내 70% 달성이 목표다. 시장 변동성의 영향이 큰 수급형 사업은 고부가가치 분야에 집중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대형 OLED는 휘도, 소비전력 등 근본 경쟁력을 키워 차별화 제품의 라인업을 확대하고 원가 혁신을 통해 프리미엄 TV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겠다"며 "하반기부터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재고건전성 회복에 따른 패널 구매 수요 증가 및 모바일 제품 출하 증가 등 수주형 사업 성과 확대로 하반기 중 흑자 전환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