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앱결제 방식이 불공정하다며 콘텐츠 관련 종사자들이 제기한 소송이 6개월 넘도록 재판기일 조차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글의 인앱결제 관련 첫 소송으로 주목받았지만 외면당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정부부처의 구글 인앱결제 조사도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국내 업체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뉴스1
서울 강남에 위치한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뉴스1
"수수료 강제에 대체 결제도 막아"…방통위 조사 마무리 단계

9일 대한출판문화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청구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재판부에 소송은 배당됐으나 재판 기일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외 빅테크 업체를 상대로 한 첫 소송이라는 점에서 판사들이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 이유로 알려졌다.

소송 진행 당시 협회는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최대 30%의 수수료가 발생하는 인앱결제를 강요하고, 대체 결제 수단의 홍보도 막고 있다며 지적했다. 또 인앱결제 시 콘텐츠 내역과 관련한 사용자의 민감한 정보를 구글에 제공토록 강제했다고 비판했다. 협회가 입앱결제 수수료 부과로 인해 입은 피해와 향후 입게될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피해자를 대표해 소송을 제기한 배경이다.

박용수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는 "소송을 제기했음에도 올해 5월까지 구글의 불공정 행위는 변화가 없다"며 "구글은 인앱결제 수수료를 30%로 하려다가 강한 반대에 부딪히자 이를 15%로 인하했지만 이것 역시 불공정한 수수료율이다"라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김환철 한국전자출판협회 회장 등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10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 ‘구글 인앱결제 강제 금지청구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구글의 불공정 행위를 비판하고 있다. / 뉴스1
왼쪽부터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김환철 한국전자출판협회 회장 등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10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 ‘구글 인앱결제 강제 금지청구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구글의 불공정 행위를 비판하고 있다. / 뉴스1
전문가들은 구글의 인앱결제 불공정행위 제재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모바일 앱 생태계를 장악한 빅테크 기업이 여러 방식으로 자사 우대 정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구글은 애플과 함께 모바일 앱 생태계를 장악하고 자사 서비스 상위 노출 등 여러 자사 우대 정책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며 "데이터 독점력을 행사해 고객을 붙잡는 마케팅을 펼치는 등 불공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8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인앱결제 조사 결과 발표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의 조사결과 발표가 미뤄지면서 소비자 피해는 계속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말 인앱결제 사실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구글의 소송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함이지만 업계에선 제재 의지가 없어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방통위는 조만간 구글 제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전망이다. 구글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다. 방통위는 조사 내용이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되면 제재 관련 내용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조사 결과가 최종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다만 전체회의에서 의결해야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15% 인하도 부담 커…소비자·업체 모두 비용 부담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 강제 정책은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글은 2021년 9월부터 전자책, 웹소설,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 전반에 수수료 30%를 부과하려다가 창작자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또 구글은 국회가 이를 제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인앱결제 수수료를 15%로 인하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이 역시도 업계 반발을 샀다. 당시 게임 앱에만 한정됐던 인앱결제 적용범위를 웹툰과 웹소설, 음악, 전자책 등으로 확대한 데다 수수료를 반값으로 낮춰도 결제 수단을 강제하고 있다는 본질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과 창작자의 수수료 부담은 소비자 비용 부담으로 전가되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은 ‘킨들’ 같은 전자책 전용 기기 중심인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비중이 높아 전자책 시장 주도권을 구글이 잡고 있다. 이 때문에 구글의 인앱결제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구글이 인입결제를 사용하는 업체에 15%의 사용료를 징수하면 디지털 콘텐츠 업체도 수수료 납부로 인한 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공급가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수익구조는 깨지는 악순환을 불러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상무는 "구글이 15%든, 30%든 수수료를 떼가면 카카오, 네이버, 리디, 교보문고, 예스24와 같은 전자책 유통사에도 비슷한 요율의 수수료가 빠진다"면서 "계약이 된 출판사와 작가는 그 수수료를 제외한 인세 계약 비용 등을 또 지급해야한다. 이중·삼중으로 수수료 부담금을 내야하는 구조가 되면서 시장 자체가 생존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