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X)을 거쳐 한층 진보한 형태의 생태계 구축이 예고된 가운데 한국형 디지털 헬스케어 개발을 위해 분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 대표 IT기업 네이버도 자사의 클라우드 기술을 비롯한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바’를 활용해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을 전개, 한국의 뛰어난 의료 기술을 신기술과 결합해 해외에 수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류재준 네이버클라우드 헬스케어 비즈니스 총괄이사. / 김동명 기자
류재준 네이버클라우드 헬스케어 비즈니스 총괄이사. / 김동명 기자
이에 올해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바이오코리아2023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술 상용화 현황’에 대해 기조강연을 맡은 류재준 네이버클라우드 헬스케어 비즈니스 총괄이사를 만나 네이버가 추진 중인 디지털헬스케어 산업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우선 네이버클라우드는 사용자와 주고받은 과거 대화를 기억해 다음 통화에 활용하는 AI인 ‘클로바 케어콜’을 통해 어르신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클로바 케어콜은 AI가 독거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하고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로, 베타 서비스 기간을 거쳐 지난해 5월 정식 출시했다.

클로바 케어콜은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개발돼, AI가 단순히 상태 확인만 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필요한 경우 지자체 담당자가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도구도 제공한다.

류재준 이사는 "타사 AI 음성 서비스는 과거 대화를 기억하지 못하는 시나리오 형식으로 구축됐다면, 네이버 클로바는 과거 내용 기억은 물론 상대방의 감정까지 읽을 수 있다"며 "몇몇 어르신 중에는 클로바가 AI인줄 모르고 구청에 전화해 전에 이야기했던 사람을 찾는 해프닝까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류 이사는 국내 AI 어르신 돌봄 서비스가 건강보험 재정에 많은 절감 효과를 불러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실제 2018년 기준 전체 건강보험료 중 40.8%가 만 65세 이상 진료비로 지출되고 있으며,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해당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노인 인구가 많은 지방 지역들은 어르신 돌봄 서비스에 투입될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전된 의료기술과 더불어 실용적인 돌봄 서비스를 구현할 디지털 생태계가 뒷받침 돼야 한다.

클로바 케어콜 어르신 돌봄서비스 시연 영상. / 김동명 기자
클로바 케어콜 어르신 돌봄서비스 시연 영상. / 김동명 기자
네이버클라우드는 클로바 케어콜을 통해 의료비 절감과 건강보험재정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진료 중심 의료 환경을 예측 의학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AI 활용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 이사는 "과거에는 아파야 병원에 가고 의사는 환자를 치료 목적의 대상으로 상대했다면, 현재는 미리 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의료가 발달되고 있다"며 "클로바를 통해 개개인이 자기 주도적으로 건강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되면,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가 가능해 진다"고 강조했다.

통합된 의료데이터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헬스산업에 필수 사항이다. 지방에 사는 환자가 집근처 병원을 다니다 서울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에 오면 대부분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데, 이는 통합된 의료데이터가 구축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비효율 문제 때문이다.

또한 아직 수기로 작성된 진료 차트를 사용하는 병원이 많으며, 이들이 통합된 의료데이터를 사용하고자 해도 마땅한 기술 환경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진보된 의료 환경을 활용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류 이사는 "의료계에 고질적인 문제를 파악한 네이버클라우드는 빅데이터를 수집해 표준화된 데이터를 만들고, 병원 규모에 따라 모듈화된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네이버는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의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진행한 국책사업인 병원정보시스템(P-HIS)를 통해 의무전자기록(EMR)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 AI 솔루션 닥터앤서 사업은 이미 네이버클라우드 환경에서 이뤄지고 있다. 닥터앤서는 2018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시행 중인 한국형 의료 AI 솔루션이다.

닥터앤서 1.0 사업을 성공적으로 해낸 데 이어 2021년부터 내년까지 380억원을 들여 현재 2.0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400명 가까운 이들이 참여한 해당 사업은 위암, 당뇨병, 폐암, 간암, 고혈압 등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24개 솔루션이 개발되는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진행하는 국책사업 병원정보시스템(P-HIS)에 참여한 기업 및 병원들. / 김동명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진행하는 국책사업 병원정보시스템(P-HIS)에 참여한 기업 및 병원들. / 김동명 기자
네이버클라우드는 해외에서도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을 펼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해 스마트 헬스케어 부문 협업 강화를 위해 태국 디지털경제진흥원(DEPA) 및 현지 대형 병원인 태국 ‘라마9 병원’과 협약을 체결했다.

류 이사는 "은퇴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나라가 태국으로, 태국은 헬스케어 기반 스마트시티 사업을 함께할 나라로 한국을 선택했고 네이버클라우드도 함께 뛰어들게 됐다"며 "한국은 일본 보다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이 발달돼 있으며, 중국보다도 소통이 원활해 태국 정부가 대한민국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태국은 의료 환경 개선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 국가다. 태국의 민간병원은 영리병원으로 매우 높은 진료비와 접근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고, 공공병원은 접수증을 받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불편함이 있다.

태국 정부는 의료 관광 활성화를 목표로 각국의 고령 은퇴자들의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을 추진, 이를 구축하기 위해 네이버클라우드를 포함한 9개의 국내 기업과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해당 사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활성화 될지는 미지수다. 한국의 경우 복잡한 규제들로 인해 의료 신사업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관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류 이사는 "중기부 샌드박스 사업에 참여해도 각종 규제 법안에 가로막혀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을 펼치기에 너무 힘든 것이 현실이다"며 "한국은 복지부를 비롯해 중기부, 과기부 등 다양한 정부기관 규제가 산재돼 있어 외국에서 먼저 신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을 택한 것도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다만 올해 7~8월에 수십 여곳의 지자체들과 클로바 케어콜을 펼치며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은 지자체가 돈을 지불하고, 병원은 무료로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영상 판독 및 음성 인식 AI 서비스를 구축해 의료인의 직업 능률을 향상시키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류재준 이사는 "빠른 시일 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탑5 안에 들자는 포부를 갖고 있다"며 "대한민국 최대 강점인 헬스케어 산업을 네이버클라우드에 태워 전 세계에 확산시키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국내 헬스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발판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