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불황을 뚫기 위한 해법으로 인수·합병(M&A) 카드를 꺼내든다. 삼성전자는 로봇, LG전자는 전장 사업에서 가까운 시일 내 ‘빅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사는 각사 주력인 반도체와 가전에 이어 로봇과 전장이 미래 먹거리로 성장해 회사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반열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젬스 힙'을 관람객이 체험하는 모습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선보인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젬스 힙'을 관람객이 체험하는 모습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21년 1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3년 이내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단행해 기존산업과 신규산업에서 주도적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반도체의 경우 기술 독점 우려로 인해 각국 규제 당국이 기업간 합종연횡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의미있는 규모의 M&A가 반도체가 아닌 로봇 등 신규 먹거리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삼성전자는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데 힘을 쏟는 중이다. 최근 로봇 개발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14.99% 확보하고, 콜옵션 계약을 맺어 회사 인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종희 부회장은 3월 21일 비스포크 신제품 간담회에서 "로봇은 새로운 성장동력이며 삼성리서치에서 많은 엔지니어가 모여 삼성 로봇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며 "로봇으로 많은 부분이 대체되고 있으며, 로봇 분야에 우리가 가진 역량을 집중해 신규 비즈니스를 찾고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다 열어놓고 있다"며 추가 M&A 가능성도 내비쳤다.

삼성벤처투자도 3월 21일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에 대한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 금액은 30억원이다. 뉴빌리티는 삼성전자가 진행하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 출신 기업이다.

LG전자·마그나 합작법인 이미지 / LG전자
LG전자·마그나 합작법인 이미지 / LG전자
LG전자는 전장(VS)사업 부문에서 M&A 시동을 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 전장 시장 규모는 2024년 4000억달러(531조원), 2028년 7000억달러(93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올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처 M&A 전문가를 충원했다. 4월에도 M&A 전문가 인력 충원에 나섰다. M&A와 JV 투자 관련 경력 3년 이상 보유자가 필수 조건이며, 자동차 산업 내 M&A 경험을 우대한다. 크로스보더 딜(국가간 거래) 경력도 필수 조건으로 명시했다. 글로벌 전장 분야에서 지분 투자와 M&A 활동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전장 분야에서 M&A와 JV 설립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2018년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 회사 ZKW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21년 7월 캐나다 전기차 부품회사 마그나와 함께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LG전자는 4월 27일 콘퍼런스콜에서 "신사업 측면에서는 로봇, 전기차 충전 솔루션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사업 영역에 대한 연관 기술과 제품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신사업 기회 발굴을 위한 탐색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자체적인 선행기술 개발 투자뿐 아니라 M&A와 조인트벤처(JV) 등 적극적인 방식으로 미래 사업 준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