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 사업 확대를 위해,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해외 금융사와의 협력 강화 소식을 잇따라 내고 있다. 국내 디지털 금융·소매금융 노하우를 해외 금융사에 전파하거나 해당국 기업들과의 교류 확대로 진출 초석을 다지는데 열심이다.

시장 반응은 호의적이다. 당장 이자이익에 치우친 국내 주요 은행의 수익원을 다변화할 거란 기대감이 높다. 여기에는 금융당국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 업계에서는 금융지주 계열사를 중심으로 해외로 진출해 사업을 확장하는 사례가 앞으로 더 많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한다.

하나금융은 금융감독원과 함께 지난 9일(현지시각) 싱가포르 팬 퍼시픽 호텔에서 개최된 ‘금융권 공동 싱가포르 IR’ 행사를 마치고 10일 오전 세계적인 투자전문가인 짐 로저스와 조찬 미팅을 가졌다. (왼쪽부터) 이은형 하나금융 부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짐 로저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이준교 금융감독원 국제업무국장. / 하나금융
하나금융은 금융감독원과 함께 지난 9일(현지시각) 싱가포르 팬 퍼시픽 호텔에서 개최된 ‘금융권 공동 싱가포르 IR’ 행사를 마치고 10일 오전 세계적인 투자전문가인 짐 로저스와 조찬 미팅을 가졌다. (왼쪽부터) 이은형 하나금융 부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짐 로저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이준교 금융감독원 국제업무국장. / 하나금융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들은 이달 초 국내에서 열린 국내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와 9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인베스트 K-파이낸스:싱가포르 IR 2023’ 등의 행사를 K금융 확산 기회로 삼고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잇따라 열린 해외 투자 대상 이벤트…당국도 열일

KB금융지주는 ADB 연차총회 기간 중 리셉션 열고 미국, 네덜란드, 중국, 인도, 일본, 대만 등 6개국 글로벌 금융사 경영진들과 글로벌 경영 환경 및 ESG, 디지털 전략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눴다. 또한 CIB, 자본시장 부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은행과 몽골 칸은행, 일본 키라보시 금융그룹 간 협약을 맺어 디지털 금융 노하우 공유 등 서비스와 전략을 공유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역시 ADB 연차총회 기간 중 대만 중국신탁상업은행(CTBC 은행), 일본 미쓰이스미토모 신탁그룹과 협약을 맺었다.

이런 추세에 금융당국 역시 힘을 보탰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IR 행사를 기획, 금융사 참여를 독려한 것이 금융감독원이다. 이 행사에는 금감원과 국내 6개 금융사(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화재, 코리안리)가 공동 주관했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 투자 및 현지 금융사와의 원활한 네트워크 확대를 지원하기 위함이다.

행사에 참석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단순히 회사의 자산을 불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세계 곳곳에서 우리가 직접 경험하고 눈으로 확인한 우량 투자처를 금융상품화해 고객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역시 "글로벌 IB로서 대한민국의 금융 수출에 앞장서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책임 있는 금융투자회사로서 역할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수익 다변화 절실…"현지화 진심이어야"

지난해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당기순이익에서 글로벌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대에 불과했다. 반면 선진 해외 금융사는 30~40% 정도를 해외 비즈니스를 통해 번다. 제대로 된 해외 네트워크만 확보된다면 비즈니스 파이를 넓힐 기회도 그만큼 커진다.

철저한 준비가 우선이다. 일례로 현재 현지 진출한 국내 금융사 대부분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만 사업을 진행하는게 다반사다. 또 현지 전문가보다는 순환보직 형태로 해외에 배치하다보니 전문성도 떨어진다. 이로 인해 현지 금융사를 인수해도 수익이 나지 않거나, 현지 금융당국과 접점이 없어 사무소나 지점을 법인으로 격상시키지 못하는 등, 난항을 겪는 곳도 적잖다. 운영방식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지 사정에 밝은 현지 지점장이나 직원들을 확보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사업적 측면에서는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현지 금융시장의 주요 프로젝트에 참여 가능한 수준까지의 역량 확보까지 신경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는 철저한 현지화를 위해 글로벌 영업 부문의 평가나 보상, 성과 측정 등 전반적인 인사관리 관련 체계를 본국 사업본부와 분리하는 식의 방식의 차별화도 검토해 볼 법하다"고 설명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