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실적발표를 마감한 증권사들의 입장이 아이러니하다. 1위는 웃지 못하는 반면, 적정 수준의 성적을 거뒀다고 평가받는 여타 대형증권사들은 다소 느긋한 상황이다.

리테일 강자인 키움증권은 거래대금 증가에 힘입어 대형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순이익 1위를 차지했지만 표정이 어둡다. 김익래 회장이 사과성명까지 낸 키움은 향후 차액결제거래(CFD) 여파로 손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반면 순익 1위 자리를 내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관련 리스크가 적어 한시름 놓는 모습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마무리지은 가운데 키움증권이 3000억원에 조금 못미치는 2924억원을 올려 순이익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7%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2% 늘어난 3889억원으로 집계됐다.

키움의 선전은 주식시장 호황에 기인한다. 거래대금 증가로 국내 주식 수수료 수익이 증가한 덕분이다. 국내주식 수수료 수익은 전분기 대비 40.7% 증가했다. 국내주식 시장점유율(MS)은 1분기 말 30.6%, 해외주식은 31.5%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이 순익 2621억원으로 2위, 삼성증권이 2526억원을 올리며 3위, 자기자본 규모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이 순이익 2382억원으로 4위를 기록했다. 한투증권은 소폭 줄었고, 삼성증권은 전년동기 대비 66.4% 늘어난 수치다. 미래에셋도 두 자릿수의 증가세다. 이어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KB 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1000억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1위야!’ 기선 잡은 키움…CFD 리스크에 목표 주가 하향 러시

순익 규모 1위 자리에 오르긴 했지만, 업계에서 바라보는 키움증권에 대한 시선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CFD 사태 여파가 1분기 이후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앞다퉈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1분기 잠정 지배순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며 "다만 최근 업종 전반적으로 CFD발 손실 우려가 불거지고 있고 미수채권 증가 시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임희연 연구원은 "CFD 신규 가입 중단 및 향후 금융위의 CFD 제도 개선 등으로 향후 CFD 관련 손익이 위축될 공산도 크다"며 "리테일 약정과 신용융자 시장점유율이 국내 1위인 만큼 타 증권사 대비 익스포져와 손실 규모가 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초대형 IB 인가가 보류되면서 자본효율성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13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11.1% 하향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도 키움증권의 목표가를 기존 대비 8.8% 낮춘 12만5000원으로 조정했다. 정민기 연구원은 "최근 CFD 사태에 따른 영향으로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은 미수채권 발생 및 일부 충당금 전입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최근 김익래 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문을 발표, 회장직 및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고 600억원대의 사회환원을 약속했지만,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초대형IB 인가 및 발행어음 사업 진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실적 자존심 금갔지만…"우린 CFD 무관" 느긋한 미래

반면 다른 대형사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은 실적에서는 다소 밀렸으나 오히려 여유있어 보인다. 증권가 최대 화두가 된 CFD 관련 리스크가 비교적 낮거나 CFD 사태 여파에도 실적을 지탱할 버팀목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헤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1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보다 23.5% 증가한 2367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며 "최근 문제가 되는 CFD 관련해 서비스를 전혀 하고 있지 않아 낮은 채무보증 잔고와 더불어 시장의 오해와는 다르게 리스크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는 일회성 이익을 제외해도 어닝 서프라이즈"라며 "다만 1분기 양호한 실적의 주된 배경이 매매평가익 증가라는 점, CFD 관련 미수채권 손실이 2분기에 일부 반영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2분기 손익은 전분기 대비 감소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부동산 PF 대주단 협의체 가동되며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있고 높은 부동산 금융 의존도에도 불구하고 IB 관련 실적의 전년 대비 하락 폭이 경쟁사에 비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등 당초 우려보다 양호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