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 극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분기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를 대폭 축소한 가운데, 미래를 위한 ‘투자’에선 각기 다른 전략을 취한다. 삼성전자는 역대급 시설 투자에 들어간 반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SK하이닉스는 1분기 시설투자금을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까이 줄이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삼성전자 평택사업장과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 각 사
삼성전자 평택사업장과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 각 사
16일 각 사가 공시한 분기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 DS(반도체) 사업부문과 SK하이닉스는 1분기 각각 4조 5800억원, 3조 4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두 회사는 반도체 사업 여건에 대해 "글로벌 경기침체의 지속으로 인한 수요 약세에 따라 전년 대비 성장률이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비용 절감이나 감산에 돌입하는 등 업황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의 1분기 판관비는 10조 5193억원으로 전년 동기(10조 6658억원) 대비 1465억원(1.37%) 감소했다. 지급수수료와 판매촉진비, 운반비 등을 큰 폭으로 삭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판관비를 대폭 축소했다. 1분기 판관비는 전년 동기(1조 4212억원)보다 5818억원 감소한 8394억원으로, 41% 줄었다. 급여를 비롯해 지급수수료, 광고선전비, 소모품비, 판매촉진비, 품질관리비 등을 30~40% 정도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삼성전자는 판관비 축소에도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비는 역대 최대 규모로 투입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시설투자금 10조 7388억원 가운데 DS부문에 9조 7877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진행했고, 연구개발비로 총 6조 5790억원을 썼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 11% 늘어난 수치다.

R&D 투자 확대로 1분기 삼성전자가 보유한 지적재산권인 특허도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는 1분기 국내 특허 2220건, 미국 특허 2268건 등을 등록했는데,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40건 늘었다. 삼성전자는 2022년 1분기 국내 특허 2252건, 미국 특허 1996건 등을 등록했다. 삼성전자 측은 지적재산권에 대해 "대부분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 메모리, 시스템LSI 등에 관한 특허이다"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판관비 축소 기조를 투자에도 이어간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시설 투자에 1조 7480억원을 썼는데, 이는 2022년 1분기(4조 6930억원)와 비교해 63% 가량 줄어든 수치다. 연구개발비 역시 1조 895억원을 투입해 전년 동기(1조 2043억원) 대비 10% 감소했다. 다만, 매출액 감소로 전체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분기 9.9%에서 21.4%로 크게 늘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재무담당 부사장은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 연결 기준 투자를 작년 대비 50% 이상 축소해 집행하고 있다"며 "이는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필수 투자를 제외하고 전 영역의 투자를 최소화해 운영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감산 선언에도 재고 부담은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1분기 재고자산은 54조 4195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4%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무려 65% 증가한 17조 1822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 하락세 등으로 2분기에도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가 4월 초에 감산에 들어갔다고 밝힌만큼 효과가 나타나려면 3~6개월이 지나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