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쿠팡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마약류 성분’이 들어간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상품은 미국의 유명 유통업체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베이글 등에 뿌려먹는 시즈닝이다. 이 상품에는 국내에서 유통이 금지되는 마약류인 ‘양귀비 씨(Poppy Seed)’가 포함돼 있다.

17일 IT조선 취재 결과 국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인 네이버, 쿠팡, 11번가, G마켓·옥션, SSG닷컴, 롯데온,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에서 해당 상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IT조선 취재가 들어가자 현재는 해당 상품들이 모두 판매 중단된 상태다.

네이버, 쿠팡, 11번가, G마켓·옥션, SSG닷컴, 롯데온,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에서 마약류가 함유된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 각 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네이버, 쿠팡, 11번가, G마켓·옥션, SSG닷컴, 롯데온,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에서 마약류가 함유된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 각 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해당 상품에는 국내에서 마약으로 분류되는 ‘양귀비 씨(Poppy seed)’가 함유돼 있다. / 상품 판매 페이지
해당 상품에는 국내에서 마약으로 분류되는 ‘양귀비 씨(Poppy seed)’가 함유돼 있다. / 상품 판매 페이지
양귀비는 아편의 주원료로 쓰이기 때문에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국내 반입 및 유통이 금지된다. 다수의 소비자들이 이 시즈닝 상품에 포함된 양귀비 씨가 마약류로 분류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구매하고 있었다. 해당 상품은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뿐 아니라 일반 온라인몰에서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관세청 인천본부세관 관계자는 "미국과 한국의 기준이 다른데, 한국에서 양귀비 씨는 명백한 마약류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관에서 마약류 성분이 포함된 상품을 단속하는데도 국내에 판매가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로 해외직구 상품도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한다고 밝혔다. 다만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현재 쿠팡, 11번가, 지마켓·옥션, SSG닷컴, 롯데온,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는 해당 상품을 판매 금지한 상황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양귀비 씨가 원재료에 함유된 해외직구 상품의 경우 그 출처가 불분명하고, 제조공정 등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불가해 통상적으로 통관 불가 처리되고 있다"며 "해당 상품은 판매 금지 처리했으며, 추가 모니터링을 통해 동일 성분이 포함된 상품들에 대한 판매 금지 처리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지마켓 관계자는 "해외직구를 포함한 오픈마켓에서 판매할 수 없는 유해상품에 대해서는 전담 부서를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발견 즉시 상품 삭제, 사안에 따라 경고 및 심각한 경우 판매자 퇴출 등의 페널티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 "해당 상품 역시 즉각 판매 중지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해당 상품이 미국에서 워낙 유명한 상품이다 보니 해외직구 판매자들이 통관이 불가한 상품인지 모르고 상품을 등록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품 판매 차단 조치했으며, 앞으로도 관련 상품에 대해서는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상품을 금칙어로 지정해 아예 상품 등록이 불가하게 하고 있고, 롯데중앙연구소와 함께 지속적으로 해외직구 상품 무작위 성분 검사와 기관에서 발표하는 반입 금지 품목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실제로 연구소의 성분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상품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린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온은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24시간 동안 해외직구 상품의 성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SSG닷컴은 문제 소지가 있는 성분을 금칙어로 설정하고 RMS(자동 모니터링 시스템)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당사는 유해 성분 관련 키워드를 금칙어로 설정해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감시, 관리하고 있다"며 "해당 사실 확인 즉시 판매 중지했으며, 플랫폼으로서 업체 관리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위메프 관계자는 "상품 등록 시 의약품류(의약품 및 마약류 등의 성분 또는 상품)의 키워드 등록, 광고가 되지 않도록 시스템화 돼 있다"며 "의약품류 상품이 등록되는 경우 즉시 조치할 수 있도록 RPA모니터링(금칙어 적발) 감시 시스템이 24시간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파크커머스 관계자는 "인터파크쇼핑은 위해 상품 차단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등에서 금지하는 것으로 확인되는 해외직구 위해식품 목록을 시스템으로 전송받아 실시간으로 중단 처리를 하고 있다"며 "그 외에도 금지 성분 리스트 내의 키워드를 주기적으로 검색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해외직구 상품의 경우 이커머스 판매 페이지에서 성분을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다수의 이커머스 플랫폼이 상품의 성분 등 상세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상품 상세 페이지를 참조하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막상 표기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통관이나 유통 단계에서 걸러지지 않는다면 모르고 마약류 등 위해성분이 든 상품을 구매 후 섭취할 수 있다.

마약류 성분이 포함된 상품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되더라도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식약처나 관세청으로부터 양귀비 씨와 같은 마약류 성분을 함유한 상품의 수입 금지 등의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입 모았다.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통신판매중개업자’라는 점을 내세워 오픈마켓 상품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자는 거래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관세청은 마약류 등이 포함된 위해식품의 경우 우선적으로 식약처에서 관리한다고 떠넘겼다.

관세청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위해식품 지정은 식약처 소관이다"라며 "식약처에서 마약 성분이 함유된 식품에 대한 정밀 분석을 진행한 후 위해식품으로 지정하고, 관세청에 수입 통관 검사 강화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커머스 플랫폼, 관세청, 식약처 모두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소비자는 모르고 마약류 성분이 함유된 상품을 구입한 경우에도 입건될 수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입건하고 조사 후 여러 가지 증빙자료를 통해 모르고 구매한 경우라고 판단되면 검찰에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마약류관리법은 마약의 원료가 되는 식물을 재배하거나 그 성분을 함유하는 원료·종자·종묘(種苗)를 소지, 소유, 관리, 수출입 등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식약처로부터 승인 받은 마약류 수출입 업자가 아니면 마약을 수출입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를 어겼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황혜빈 기자 emp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