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들이 올해 1분기 줄줄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들어 조달 비용이 오르고 높아진 연체율 때문에 적립해야 하는 대손충당금이 증가한 영향이다.

문제는 1분기 이후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는 금리와 충당금 이슈가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23년 1분기 카드사별 당기 순이익 / 그래픽=이유정 기자
2023년 1분기 카드사별 당기 순이익 / 그래픽=이유정 기자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하나카드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2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급감했다. 신한카드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한 1667억원, 삼성카드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5% 줄어든1455억원을 기록했다.

KB국민카드는 31% 감소한 820억원, 우리카드는 46.3% 줄어든 460억원으로 집계됐다. 롯데카드도 544억원으로 40.5% 감소했다. 비씨카드는 케이뱅크 풋옵션 평가분이 영업외 비용으로 발생해 일회성 요인에 따른 기저 효과로 13억20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줄줄이 이익 감소…애플페이 등에 업은 현대카드는 선방

카드사들의 영업이익 감소 폭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카드의 1분기 영업이익은 2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6.2% 급감했다. 우리카드 1분기 영업이익은 570억원으로 50.3%, 국민카드는 1118억원으로 32.5%, 삼성카드는 1918억원으로 11.4%, 비씨카드는 115억원으로 66%, 롯데카드는 680억원으로 38.6%가 각각 줄었다.

카드사들이 올해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데는 고금리의 영향으로 조달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부실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대손 비용이 급격히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 신한카드의 연체율은 1.37%로 지난해 4분기보다 0.33%포인트 올랐다. 이에 신한카드는 1897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다른 카드사의 연체율도 올라 모두 1%대를 넘기면서 건전성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준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되면 당분간 자금 조달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카드사들이 공통적으로 연체율 관리에 힘쓰고 대손비용을 줄여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애플페이 효과를 입은 현대카드는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는 1분기 순이익이 7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이 9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연체율도 0.95%로 1% 미만을 나타냈고, 대손비용은 62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795억원 대비 21% 줄었다. 애플페이 출시로 신용판매 취급액이 전년 동기 대비 4조7000억원가량 증대하고, 회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91만명 증가한 영향이다.

혜자카드 없애는 카드사…"당분간 어려워"

사정이 이렇다보니 카드업계 전반에 비용 줄이기가 확산하고 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없애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카드는 정리하는 추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3월 말까지 8개 전업카드사에서 단종된 카드는 총 210종으로, 신용카드 169종과 체크카드 41종이 사라졌다. 이 중에는 혜택이 쏠쏠해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던 카드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내내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김인 BNK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가 둔화되고 유동성 축소되면 소비도 불안정할 것이기 때문에 카드 사용도 자연히 줄어들 것"이라며 "수익이 줄어들고 연체율이 상승하다보니 카드사에서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카드사들의 조달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이러한 추세는 이번 분기 뿐만 아니라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카드사들의 조달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차주들의 부담도 증가해 현재 단기간에 카드사 실적이 개선되기는 어려워보이며, 고금리 흐름이 지속되는 한 3년 정도 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올해 1분기는 회생채권 급증으로 대손충당금 규모가 과도하게 증가한 경향이 있다"며 "올해까지는 카드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지만, 1분기와 비교해 2, 3분기에는 대손충당금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zzon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