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첫 실적발표인 올 1분기 주요 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IFRS17로 인해 일시적으로 이익이 부풀려 진 것이란 분석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IFRS17의 신뢰성 논란도 꾸준히 제기되자 금융당국은 새 회계기준의 세부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2023년 1분기 5대 손해보험사 당기순이익 / 그래픽=이유정 기자
2023년 1분기 5대 손해보험사 당기순이익 / 그래픽=이유정 기자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보험사가 벌어들인 순이익은 약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한해 동안 생·손보사들이 올린 순이익 9조2000억원의 76%에 달하는 규모다.

보험 업계에서는 IFRS17이 처음 적용된 올해 1분기 보험사의 역대급 실적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보험사의 영업 여건 등 기초 체력은 지난해와 크게 차이가 없는데 회계기준 변경만으로 실적에 변화가 큰 건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보험사별 회계 기준에 자율성이 확대되면서 일부 보험사가 자의적 가정을 활용,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을 과대 산출해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새 회계기준 IFRS17 뭐길래…CSM 뻥튀기 가능

CSM은 보험계약으로 얻을 미실현 이익을 평가한 값이다. 보험사는 CSM을 계약 시점에 부채로 인식하고 계약 기간 동안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한다. 지금까지 보험사들은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해 이익을 계산해 실적으로 공개했지만, IFRS17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해 회계 처리한다.

손해율이나 유지율 등도 각 보험사 자율로 판단할 수 있다. 비슷한 보험 계약 건에 대해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을 예상해 이익을 산정할 때, 고객이 보험금을 적게 수령할 것으로 예상하면 그렇지 않은 보험사보다 이익을 많이 잡을 수 있게된다. 이 때문에 바뀐 기준의 적용에 따라 보험사의 이익이 증가하기도 감소하기도 한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산정하는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점이 문제다.

손익도 현금흐름 대신 계약 전 기간으로 나눠 인식하기 때문에 해당 기준을 적용하면 이전보다 부채가 감소해 실적이 나아보이게 된다. 실제 실적이 좋아진 게 아니라 회계기준 변경으로 재무상태가 변동됐다는 설명이다.

2023년 1분기 주요 보험사 CSM / 그래픽=이유정 기자
2023년 1분기 주요 보험사 CSM / 그래픽=이유정 기자
IFRS17 적용 후 실제 주요 보험사의 1분기 CSM은 증가했다. 한화생명은 3월말 CSM이 9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7% 증가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CSM도 각각 11조3000억원, 12조35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각각 5.2%, 1.2% 늘었다. 교보생명의 올 1분기 CSM은 연결 기준 5조997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보다 3504억 늘었다. 삼성생명은 올해 연간 3조원에서 3조5000억원 정도의 신계약 CSM 유입을 전망했다.

김준하 삼성화재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보장성 신계약은 경쟁력 있는 신상품 출시와
세만기·무해지 등 높은 CSM 상품 중심의 판매 전략을 펼쳤다"고 말했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업계 자율성 높아져…당국 점검 나서

보험업계 애널리스트는 "IFRS17 산출에 대한 기준이 서로 달라 1분기 보험사들의 실적을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자율성이 확대된다는 건 그만큼 변동성도 증가한다는 것이고 신뢰성과는 멀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적용한 기준을 놓고 줄 세우기는 정확한 평가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준섭 NH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와 2분기의 상각 이익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세부적인 가이드라인 변동이 있으면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그건 아직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라 당분간은 큰 변화없이 보장성보험 상품 위주로 판매하는 손보사들이 유리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정이 변하지 않으면 이익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변수가 있는 게 아니라면 이같은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IFRS17을 계기로 각 보험사 회계 기준 자율성이 커지면서 금융권에서는 일부 보험사가 자의적 가정을 활용해 CSM을 과대 산출하고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금융당국은 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상대로 간담회를 열고 주의를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CSM 산출의 합리성을 점검하고 IFRS17과 관련한 통일된 가이드라인과 관련 세부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DB생명보험과 KB라이프생명 등 보험사 4곳에 대한 수시 검사 등 대대적인 점검에 나섰으며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미래 실손보험 손해율,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등 CSM 산출을 위한 계리적 가정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유정 기자 uzzon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