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들이 온라인몰에서 마약 성분이 함유된 상품이 다량 판매된 것과 관련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각종 온라인몰에서 국내 반입 및 유통이 금지된 마약류인 ‘양귀비 씨(Poppy Seed)’가 포함된 시즈닝 상품이 오픈마켓을 비롯해 각종 온라인몰에서 판매됐다.

 각종 온라인몰에서 국내 반입 및 유통이 금지된 마약류인 ‘양귀비 씨(Poppy Seed)’가 포함된 시즈닝 상품이 오픈마켓을 비롯해 각종 온라인몰에서 판매됐다. / 해당 상품 판매 페이지
각종 온라인몰에서 국내 반입 및 유통이 금지된 마약류인 ‘양귀비 씨(Poppy Seed)’가 포함된 시즈닝 상품이 오픈마켓을 비롯해 각종 온라인몰에서 판매됐다. / 해당 상품 판매 페이지
현재는 대부분이 판매를 중단한 상태지만, 네이버에서는 아직도 판매되고 있는 만큼 수천 건 이상의 상품이 판매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 네이버 입점업체에서는 최근 6개월간 120개가 넘는 상품이 판매됐다.

해당 상품은 마약 성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지난해 1월 식약처가 ‘식품안전나라’ 등에 해외직구 위해식품으로 등록해놓은 상태였다. 이후에도 식약처나 관세청의 제재없이 국내에 유통됐고, 온라인몰에서도 무방비하게 거래됐다.

하지만 해외에서 물품을 들여올 때 통관 검사 업무를 맡는 관세청, 국내 유통되는 식품을 관리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통신판매업자·통신판매중개업자 등 온라인몰들을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관리하는 공정거래위원회 모두 해외직구 위해식품이 지속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관세청은 식약처에게, 식약처는 공정위에게, 공정위는 식약처에게 서로 떠넘기는 양상이다.

관세청은 식약처로부터 위해식품에 대한 안내를 받은 후 통관 시 해당 상품을 차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식약처가 위해식품으로 통보한 물품이라도 모두 골라내 통관을 보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관세청 관계자는 "(최근 시중 유통된 위해식품의 경우) 식약처로부터 통보를 받고 해당 상품이 반입될 수 있는 품목번호(HS)와 품명으로 차단 조치했으나, 여러 불가피한 사유로 통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식약처가 통보한 것과 품목번호가 다르거나 물품 검사량의 한계 등으로 인해 위해상품이 통관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식약처가 위해물품 지정 시 관세청에 통보하는 것과 별개로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에 해당 물품의 판매가 차단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유통단계 단속도 강화해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판매를 ‘중개’하는 것이 아닌 일반 온라인몰과 같이 통신판매업자가 구매대행업을 하는 경우에만 식약처에서 시정 조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려면서 현행법상 통신판매중개업자는 공정위 소관이라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수입식품법)에 따라 식약처는 통신판매업자이면서 구매대행업자인 경우에만 식약처에서 관리한다"면서 "수입식품이라고 모두 식약처 관할이 아니라 쿠팡과 같은 통신판매중개업자는 공정위 관할이다"라고 말했다.

수입식품법 제14조는 ▲수입식품 등 수입·판매업 ▲수입식품 등 신고 대행업 ▲수입신고 등 인터넷 구매 대행업 ▲수입식품 등 보관업 등에 대해 식약처가 관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2022년도에 해당 상품을 식품안전나라에 차단해야 할 해외직구 위해식품으로 등록해놓았다"며 "이미 이커머스 플랫폼과 관세청에 정보를 제공한 상태이기 때문에 관세청에서도 통관 단계에서 차단 조치를 하면 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해외직구의 경우 개인이 구매하고 개인에게 직접 배송하는 것이다 보니 식약처에서 신고하고 검사하는 게 없다. 통신판매업자나 통신판매중개업자가 자체적, 자율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잘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또한 통신판매중개업자라도 식품이기 때문에 식약처 소관이라고 떠넘겼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해식품이 유통된 사례인데 전자상거래법으로 규율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식품·의약품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식약처에 우선적으로 적용한다"고 말했다.

어느 부처인지 소관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해외직구 위해식품은 무방비로 유통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6월부터 위해식품이 국내 반입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도록 원료나 성분을 지정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명확해질 예정이다"며 "관련 법적 근거가 명확해지면 마약류를 포함한 위해식품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황혜빈 기자 emp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