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첨단 D램 양산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술 경쟁력을 확고히 하면서 다가올 업턴(상승 국면)에 대비한다는 의중이다.

삼성전자는 18일 업계 최선단(최소 선폭) 12㎚(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공정으로 16기가비트(Gb) DDR5 D램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12나노급 공정은 5세대 10나노급 공정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미세 공정 기술력을 강조하기 위해 '12나노'라는 구체적 선폭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D램 /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D램 / 삼성전자
삼성전자 12나노급 D램은 최선단 기술을 적용한 덕에 이전 세대 제품 대비 생산성이 20%쯤 향상된 제품이다. 소비 전력은 23%쯤 개선돼 데이터센터 등을 운영할 때 전력 운영 효율이 높다.

삼성전자는 유전율(K)이 높은 신소재를 적용해 전하를 저장하는 커패시터의 용량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D램은 커패시터에 저장된 전하로 1과 0을 구분하기 때문에 커패시터 용량이 커지면 데이터 구분이 명확해지고 데이터가 확실하게 구분돼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다. 동작 전류 감소 기술과 데이터를 더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노이즈 저감 기술 등도 적용했다.

DDR5 규격의 12나노급 D램은 최고 동작 속도 7.2Gbps(초당 기가비트)를 지원한다. 이는 1초에 30기가바이트(GB) 용량의 UHD 영화 2편을 처리할 수 있는 속도다.

이주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RAM개발실장(부사장)은 "대용량 처리가 요구되는 컴퓨팅 시장 수요에 맞춰 고성능, 고용량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높은 생산성으로 제품을 적기에 상용화해 D램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CXL 2.0 D램 / 삼성전자
CXL 2.0 D램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또 업계 최초로 CXL 2.0을 지원하는 128기가바이트(GB) CXL D램을 최근 개발했다.

CXL은 고성능 서버 시스템에서 중앙처리장치(CPU)와 함께 사용되는 가속기, D램, 저장장치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차세대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삼성전자는 2022년 5월 세계 최초로 CXL 1.1 기반 CXL D램을 개발한 데 이어 1년 만에 CXL 2.0을 지원하는 128GB D램을 개발해 차세대 메모리의 상용화 시대를 앞당겼다.

이번 제품은 PCIe(고속 입출력 인터페이스) 5.0(x 8레인)을 지원하며, 초당 최대 35GB의 대역폭을 제공한다. 업계 최초로 '메모리 풀링(Pooling)'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메모리 풀링은 서버 플랫폼에서 여러 개의 CXL 메모리를 묶어 풀(Pool)을 만들고, 여러 호스트가 풀(Pool)에서 메모리를 필요한 만큼 나눠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CXL 메모리의 전 용량을 유휴 영역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고객이 이 기술을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면 보다 효율적인 메모리 사용이 가능해 서버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 절감한 운영비를 서버의 메모리에 재투자하는 등 선순환 구조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CXL D램은 메인 D램과 공존하면서 대역폭과 용량을 확장할 수 있어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 고속의 데이터 처리가 요구되는 차세대 컴퓨팅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CXL 2.0 D램을 연내 양산할 계획이다. 차세대 컴퓨팅 시장 수요에 따라 다양한 용량의 제품도 적기에 선보여 CXL 생태계 확장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D램 메모리 시장이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지만 반도체 업계는 2024년부터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D램 시장(매출 기준)은 올해 443억 2200만달러(59조원) 규모로 2022년 대비 44.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24년 15.3%, 2025년 49.1%, 2026년 24.2%, 2027년 3.9% 증가하며 2027년에는 983억 3400만달러 규모로 올해 대비 두배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 4분기 전체 D램 시장에서 점유율 42.7%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D램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서버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40%)를 기록하고 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