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검색 부활 논란에 휩싸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상반된 모습을 보이자 포털의 정체성 부재가 심각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정치권의 거센 압박에 휘둘려 오락가락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 트렌드 토픽 관련 이미지. / 네이버
네이버 트렌드 토픽 관련 이미지. / 네이버
1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실시간 검색 부활 논란에 휘말린 콘텐츠 추천 서비스 ‘트렌드 토픽’의 도입 철회를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실시간 검색어(실검) 부활을 위한 꼼수라고 압박하자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한 것이다. 반면 카카오의 사내독립 기업인 다음은 포털 다음(DAUM)의 투데이 버블 서비스를 예정대로 출시한다. 앞서 카카오는 5월 10일부터 투데이 버블의 서비스를 베타 버전으로 운영 중이다.

다음과 달리 네이버가 정치권의 눈치부터 살피는 모양새가 되자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트렌드를 짚는 추천 키워드 도입 여부를 떠나 포털이 방향성부터 제대로 잡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포털이 등장한지 30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명확한 정체성이 형성돼 있지 않아 보인다"며 "그동안 어떤 서비스를 펼쳤고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의 평가가 있어야 방향성을 쉽게 잡는데 그런 논의는 부재한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또 포털을 압박하는 정치권도 일관성이 결여된 상태로 규제만 강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행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권 교체가 여야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일관적인 포털 정책이 이뤄지지 못한 듯 하다"며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개입이 포털의 서비스에 영향을 미쳤다"고 꼬집었다.

이용자들은 다양한 여론 형성의 기능을 해야 할 포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운 목소리를 낸다. 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론이 양극화되는 경향이 심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표현의 자유가 포털에서는 제한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이용자는 "실시간 이슈를 토로할 공간이 부재하다"며 "때문에 유튜브, 트위터 등 SNS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챗GPT시대에 해외 SNS 영향력은 더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포털이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하는 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강한 규제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한국 기업은 해외 기업과 비교해 이거 해라, 저거해라는 식의 정치권 간섭을 강하게 받는 편이다"라며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실시간 트렌드를 알리는 서비스를 도입하는 배경에는 점유율이 있다. 두 포털은 실검 폐지 후 구글과 소셜미디어에 트래픽을 빼앗겼다.

웹사이트 분석 페이지 인터넷 트렌드를 보면 2019년 3월 네이버 점유율은 64.8%에서 2021년 3월 54.0%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다음은 5.3%에서 4.9%로 줄었다. 반면 구글은 27.5%에서 39.0%로 점유율이 증가했다. 트위터,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도 실시간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포털 기능을 대체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에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