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부산엑스포 유치 관련 교섭 활동을 은밀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부산엑스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벌여온 것과 다른 분위기여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엑스포 개최지는 11월 결정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5월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5회 탄소중립과 에너지정책 국제세미나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5월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5회 탄소중립과 에너지정책 국제세미나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23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 총수들과 경영진은 부산엑스포 유치 관련 조용한 ‘물밑 교섭’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인들이 접촉한 세계 각국의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정보나 출장 동선은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한국을 방문한 BIE 회원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부산엑스포 홍보 활동을 적극 알렸다. 또 기업인들이 해외 출장시 펼친 부산엑스포 유치 관련 교섭 활동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공개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총수나 경영진들이 직접 나서 교섭 활동을 벌이는 내용의 보도자료는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다. 강력한 경쟁자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유치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엑스포 관련 교섭 및 홍보 활동을 대부분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다. 한국에서 엑스포 유치 관련 해외 고위 관계자와의 접촉 여부가 확인되면, 사우디 정부 관계자가 즉각 해당 인사들을 찾아 리야드쪽으로 지지 결정을 유도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결국 부산엑스포 관련 교섭 활동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 표싸움에 있어 득이 되지 않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외에는 박람회 유치 관련 동향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며 "우리 기업들도 요즘 보도자료를 자제하는 추세다. 대외행보를 비공개로 하는 방향으로 가는 등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엑스포 개최 여부는 11월 파리에서 열리는 BIE 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171개국 대표자들이 투표에 참여할 예정이다.

정부는 2030 부산엑스포 개최시 경제적 파급효과가 61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 효과는 50만명이다. 정재계가 모두 합심해 부산엑스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기업 입장에선 부산엑스포가 개최될 경우 브랜드와 새로운 제품 및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어 수많은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다. 이 기간 부산을 찾는 관람객은 50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들은 부산엑스포의 중요성이 큰만큼 각각 전담 국가를 지정해 유치 활동을 벌여왔다. 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10대 그룹 총수가 찾은 국가만 84개국, 거리는 지구 64.5바퀴에 달한다.

대한상의 회장으로 민간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월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3차 회의 당시 "1월까지 우리가 두는 한 수, 한 수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각오로 민관이 한 팀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면 승부수는 곧 승착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