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A를 좋아하는 팬 B는 A의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해 앨범 패키지를 여러 개 구입했다. 처음 온 앨범 패키지는 고이 모셔놨지만 나머지 패키지는 모두 처리가 곤란한 폐기물이 됐다. B가 원한 건 포토카드뿐이어서다. CD뿐 아니라 동봉된 포토북도 코팅된 종이여서 재활용쓰레기로 분류조차 할 수 없다.

K팝 팬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여러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티스트의 음악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재생하고, 여러 장의 앨범을 구매한다. 포토카드 같은 굿즈(상품)를 포함한 앨범 패키지가 나오면 원하는 걸 모을 때까지 구매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재활용할 수 없는 수많은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미니레코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플랫폼 앨범’을 도입한 스타트업이다. 김익 미니레코드 대표가 2010년 미니레코드를 설립할 때만 해도 친환경에 관한 논의는 활발하지 않았다. 당시 미니레코드는 아이돌 음악방송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으나 방송에 출연할 아이돌 섭외가 어려웠다. 아티스트를 직접 육성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았다.

김익 대표는 그렇게 사업을 이어가던 중 2021년 문득 K팝 성장을 위해 친환경 앨범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앨범을 사고도 폐기물을 버려야 하는 팬(구매자)의 입장에서 떠오른 생각이었다. 마침 같은 해 K팝 팬들이 모여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며 민간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을 조직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환경 친화적 앨범이 필요하다는 김익 대표의 아이디어는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K팝 소비자단체의 요구와 맞물려 상승세를 탔다.

김익 미니레코드 대표. / 변인호 기자
김익 미니레코드 대표. / 변인호 기자
앨범 제조 모든 공정에 FSC인증 획득

미니레코드의 ‘플랫폼 앨범’은 앨범에 포토카드를 제외하면 별도의 CD나 부산물이 없다. 김익 대표는 소비자가 앨범을 사도 CD로 노래를 듣지 않고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데다 한정판 포토카드를 위해 여러 장의 앨범을 산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 앨범에는 CD와 플라스틱 케이스, 비닐, 코팅 종이 등 재활용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 반면 플랫폼 앨범은 재활용 할 수 없는 CD를 QR코드로 대체했다. 포토카드 정도만 실물로 제공한다. 앨범 패키지도 종이로 바꿨다. 종이도 코팅하지 않았다. CD에 담긴 음악과 포토북은 QR코드를 통해 온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다. QR코드를 찍으면 앨범에 수록된 음악을 소비자의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해 들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앨범을 제작하는 모든 과정을 환경 친화적으로 전환했다. 이를 위해 앨범을 제조하는 공장까지 모두 FSC인증을 받았다. FSC인증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종이와 상품에 국제산림관리협회가 부여하는 국제인증이다.

김익 대표는 "이렇게 만든 플랫폼 앨범은 기존 앨범 제작 방식보다 탄소배출량을 80%쯤 줄인다"며 "FSC인증을 앨범 생산 공정 전부에 받은 기업은 미니레코드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앨범까지 FSC인증을 받은 곳도 미니레코드가 유일하다"며 "기존 앨범은 한 장당 탄소가 500g쯤 발생하는데 미니레코드의 플랫폼 앨범은 100g쯤으로 여기에 QR코드를 사용함으로써 재활용이 불가능한 NFC칩도 대체해 활용도를 높였다"고 강조했다.

팬덤 연결하는 메타버스 커뮤니티로 확장

미니레코드의 플랫폼 앨범은 소비자의 친환경 수요에 맞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첫 플랫폼 앨범의 주인공은 남성 아이돌 그룹 ‘빅톤’은 지난해 1월 세 번째 싱글 앨범 ‘크로노그래프(Chronograph)’를 미니레코드 플랫폼 앨범으로 제작했다. 이는 친환경 K팝을 원했던 팬의 수요와 맞아 떨어졌다.

김익 대표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앨범 50만장을 제작했는데 올해는 1월부터 5월까지 100만장을 만들었다"며 "올해 목표가 150만장 제작인데 벌써 100만장을 넘겼고 후발주자들의 성장도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친환경 K팝을 통해 지구를 구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마침 2021년 플랫폼 앨범을 기획하기 전 방송 플랫폼을 만든 경험도 있었고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도 글로벌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그래서 그는 K팝과 메타버스를 연결하기로 했다.

미니레코드가 보유한 기술도 여럿 있다. 미니레코드는 QR을 통해 음악과 포토카드를 매칭하는 기술과 그 수익모델 특허를 보유했다.

김 대표는 또 미니레코드의 증강현실(AR) 최적화 기술을 활용해 K팝을 메타버스에 구현할 수 있다고 봤다. 미니레코드는 최근 유니티엔진을 이용해 AR로 구현한 캐릭터가 K팝의 군무를 추는 등 메타버스 팬덤 커뮤니티 ‘미니버스(가칭)’를 위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미니레코드는 가상공간의 K팝 콘텐츠의 현실세계 연계도 병행한다. 6월 2일 서비스를 시작하는 ‘미니네컷’이다. 미니레코드는 먼저 여성 아이돌 그룹 ‘에스파’를 사진 프레임으로 구현한다. 미니네컷 이용자는 에스파 프레임을 불러오면 에스파와 같이 찍은 것 같은 사진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촬영할 수 있다. 일반 사진 앱처럼 뷰티 필터 기능도 지원한다.

김 대표는 "미니네컷은 에스파 같은 아티스트를 AR로 구현해 이용자가 아티스트와 같이 사진을 찍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원근감까지 조정해준다"며 "앱 기반이라 업데이트가 빠른데다 이용자가 직접 사진을 촬영하기 때문에 사진이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 찍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K팝 업계는 K팝 팬덤 따라간다"

김익 대표는 미니버스가 팬과 팬을 연결해 몰입감 있는 ‘덕질’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니버스가 하이브의 ‘위버스’나 SM의 ‘버블’ 등 팬덤 커뮤니티와 다른 점이다.

위버스와 버블은 아티스트와 팬을 연결한다. 반면 미니버스는 네이버카페나 다음카페처럼 팬 커뮤니티를 SNS 같은 기능이 있는 메타버스로 이식한다. 여기에 미니레코드의 전략적 투자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결합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는 "미니버스는 이용자 한 명당 정원이 붙은 행성 하나를 배정해 친구를 초대해 같이 덕질 하면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스트리밍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며 "미니버스는 무료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고 구독 형태의 정액 이용권을 통해 다양한 추가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니레코드는 K팝 산업이 성장하면서 최대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K팝 팬덤이 즐길 수 있는 환경 친화적인 서비스를 구현하고자 한다"며 "전 세계의 K팝 팬덤이 친환경을 우선시하고 있으니 K팝 업계는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