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연구개발(R&D) 비용이 큰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 기업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R&D에 K배터리 3사가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3사는 그동안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삼원계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R&D에 집중했다. 하지만 삼원계 대비 저렴한 가격이 강점인 LFP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최근 빠르게 상승하면서 서둘러 맞대응 중이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대비 20% 저렴한 이점에도, 낮은 에너지 밀도와 짧은 주행거리 때문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배터리 자체 성능이 개선되고, 핵심 광물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니켈‧코발트 등을 사용하지 않는 장점이 부각되며 세계 시장에서 급성장 중이다. 2020년 16%에 불과했던 점유율은 2022년에 35%까지 올랐다.

SK온 LFP 배터리 시제품 / 이광영 기자
SK온 LFP 배터리 시제품 / 이광영 기자
25일 각사 분기보고서를 보면, 2023년 1분기 배터리 3사의 R&D 비용은 6200억원에 달한다.

3사 중 R&D에 가장 많은 금액을 쏟아 부은 곳은 삼성SDI다. 경쟁사보다 시설 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삼성SDI는 R&D에선 가장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삼성SDI는 1분기 R&D에 지난해 동기(2583억원)보다 19.6% 증가한 3088억원을 투입했다.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R&D에 2262억원을 썼다. 2022년 동기보다 23.3% 늘었다. 매출 대비 R&D 비용이 차지한 비중은 2.6%다. SK온의 1분기 R&D 비용은 845억원이다. 2022년 동기(476억원)보다 77.5% 증가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삼원계 배터리 성능 고도화에 집중됐던 R&D가 LFP로도 확산하면서, 3사 모두 당초 계획한 규모보다 R&D 비용을 추가로 지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애리조나주에 세계 최초 에너지저장시스템(ESS)용 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SK온은 3월 인터배터리 전시회를 통해 자동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최초 공개한 바 있다. 삼성SDI는 2026년까지 LFP 배터리를 개발하려는 우리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민관은 LFP 배터리 개발을 위해 2026년까지 233억원(정부 164억원·민간 69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연구개발 과제의 주요 목표는 LFP 배터리 양극 소재의 국산화와 세계 최고 에너지 밀도를 가진 LFP 배터리셀 제조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