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등장으로 주춤했던 웹 3.0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돌풍이 일고 있다. 상상하지 못한 변화가 가속화되고 투자 규모 역시 빠르게 커지는 추세다. 차별화된 기술력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인터넷 환경의 미래라 불리는 웹 3.0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삼는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 세상의 첫 번째 변화 단계인 웹 1.0은 단순히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대였다. 이어 웹 2.0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발한 시대로 유저들이 직접 정보제공자가 됐다.
웹 3.0의 핵심은 ‘탈중앙화’와 ‘정보의 개인 소유’다. 웹 2.0에선 플랫폼이 데이터를 중앙서버에 저장했다면, 웹 3.0에선 블록체인을 통해 데이터가 분산 저장된다. 블록체인은 위∙변조가 어렵고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어 웹 3.0의 핵심 기술로 자리잡았다.
전쟁과 인플레이션, 새로운 질병 등으로 미래를 위한 대안이 더욱 중요해진 만큼 웹 3.0은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하는 하나의 뉴노멀(New Normal)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두나무, 블록체인 기술 노하우로 웹 3.0 시장 선도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는 두나무의 행보가 단연 돋보인다. 두나무는 NFT(대체불가능토큰) 분야 신사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와 손잡고 합작법인 ‘레벨스(Levvels)’를 설립했다. 레벨스는 디지털 기술력과 아티스트의 지식재산권(IP)을 접목, 디지털 컬렉터블 플랫폼인 ‘모먼티카(MOMENTICA)’를 공개했다.
모먼티카에서는 국내외 팬들에게 공개된 적 없는 아티스트의 다양한 테이크(디지털 카드)를 수집하거나 감상, 교환할 수 있다. 앱스토어 등에서 모먼티카 앱을 다운로드하면 세븐틴, 르세라핌, 프로미스나인 등의 테이크를 수집할 수 있으며 블록체인에 기록돼 원본 증명이 가능하다.
두나무의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2ndblock)’도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시공간 제약이 없는 가상공간의 특징을 살려 산림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킨 ‘세컨포레스트’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2022년부터 진행된 이 캠페인은 세컨블록 내 마련된 가상의 숲 세컨포레스트를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
두나무의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람다256’도 자체 서비스 플랫폼인 ‘루니버스(Luniverse)’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 상용화와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람다256은 ▲토큰증권 시장을 공략할 ‘루니버스 STO’ ▲NFT 서비스를 위한 ‘루니버스NFT’ ▲퍼블릭 메인넷 지원 ‘루니버스 노바’ 등 신규 서비스를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위기 맞았던 LG유플러스, 웹 3.0으로 신뢰 회복에 총력
LG그룹에서는 올해 초 30만 고객정보 유출로 위기를 맞았던 LG유플러스가 웹 3.0 전환에 먼저 속도를 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놀이 플랫폼 ▲성장케어 플랫폼 ▲SOHO·SME·모빌리티 등 웹 3.0으로 대표되는 미래기술을 ‘4대 플랫폼’으로 구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LG유플러스는 소비자가 실제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 기술로 메타버스와 NFT를 꼽았다. 회사는 이를 중심으로 기술을 확보, 상용화하는 방향으로 플랫폼 전략을 이끌고 있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웹 3.0 전환을 위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는 람다256과 제휴, 서비스 파트너사들과 상시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파트너들이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한 것. 람다256의 웹 3.0 메인넷 ‘더밸런스’에 참여, 해당 플랫폼인 루니버스의 NFT, 메타버스, 게임, 예술, 탈중앙화 금융 ‘디파이(DeFi)’, 블록체인 데이터 검증서비스 ‘트레이스(Trace)’ 및 로열티 포인트 API를 활용해 서비스 파트너들과 기술 협력을 추진 중이다.
네이버, 자회사 역량 모아 웹 3.0 생태계 구축
국내 대표 테크 기업인 네이버도 적극적이다. 손자회사인 네이버제트를 통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한다. 제페토는 현재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 전세계 약 3억400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게임 개발사 슈퍼캣과 합작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젭’을 선보였다. 젭은 출시 8개월 만에 누적 이용자 300만명을 돌파했다. 젭은 최대 5만명의 대규모 인원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웹 기반 플랫폼으로 기업 및 기관에서 유통, 교육,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NFT 제작과 발행, 마케팅, 거래까지 모두 가능한 글로벌 NFT 퍼블리싱 플랫폼 ‘도시(DOSI)’에서 한정판 식음료 멤버십 NFT를 선보였다. 도시는 NFT 생태계 확장에 앞장서고 있는 자회사 라인넥스트에서 운영하며 글로벌 180여국에 개인 간 거래(C2C)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