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600조원으로 커지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K배터리 3사가 발빠르게 움직인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전기차 판매 확대에 따라 성장이 확실시되는 분야다. 원재료 공급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배터리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K배터리사는 지분투자나 합작법인 등을 통해 폐배터리 사업을 본격화한다. 이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원료가 나지 않는 국내에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핵심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왼쪽부터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 각 사
왼쪽부터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 각 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5년 3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후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매년 33% 성장률을 보이며 2030년 70조원, 2040년 230조원, 2050년 60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판매율 증가에 따라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다.

매년 늘어나는 전기차 판매와 함께 폐차율이나 차량 교체도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는데, SNE리서치는 전 세계 전기차 폐차 대수가 2025년 56만대에서 2040년 4227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배터리는 생산 후 짧으면 5년에서 최대 20년 사이에 수명을 다한다. 잔존수명이 초기용량 대비 70~80% 남았을 경우, 배터리로 인한 주행거리 감소나 충전속도 저하, 급속 방전 리스크 문제가 발생해 교체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폐배터리는 수명이 다했어도 핵심 원료인 니켈이나 코발트, 망간, 구리 등을 추출할 수 있어 새로운 ‘금맥’으로 떠오른다.

한국무역협회는 2022년 발간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 동향 및 시사점’에서 "니켈, 리튬 등 핵심 원자재 수요는 폭증하는 반면 채굴량은 한정돼 있다"며 "핵심 소재를 둘러싼 신자원 민족주의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자재 가격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라고 짚었다.

이어 "이런 배경 속에서 배터리 업계를 중심으로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방안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업 입장에서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얻는 이득이 크다. 우선, 소재 재활용을 통해 중국 등 배터리 원료 보유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중국에 대한 원료 수입을 수년 내 중단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은 폐배터리 재활용이 일부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K배터리사가 주력하는 삼원계 배터리는 제조 원가가 높은데, 재활용을 할 경우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배터리 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어 환경 보호 효과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SK온, 삼성SDI 등은 폐배터리를 통한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선제적으로 준비에 나선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코발트 생산 기업인 화유코발트와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을 세웠다. 이를 통해 배터리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인 스크랩과 수거된 폐배터리 등에서 양극재 주원료로 사용되는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을 추출할 계획이다.

SK온의 경우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성일하이텍과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부터 폐배터리에 포함된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현재 상업화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실증 플랜트를 대전 환경과학기술원 내에 준공해 가동 중이다. 2년 내 성일하이텍과 함께 첫 상업공장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 역시 지분 투자를 통해 성일하이텍과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며 "기업들은 지분투자나 합작법인을 통해 사업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