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보다 인공지능(AI)이다."

지난 3월 반도체 기업이면서 최근 생성형 AI로 뜬 엔비디아의 CTO가 한 말이다. 정확히는 인터뷰를 통해, "가상자산은 더이상 사회에 유용하지 않다. 인공지능 챗봇이 더 유용하다"라고 말했다. 억측일수도 있지만 엔비디아의 실적을 들여다보면 이런 말이 이해도 간다.

2018년만 해도 엔비디아 매출의 효자 노릇을 한 것이 가상자산이었다. 엔비디아가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가상자산 채굴에 엔비디아 GPU가 사용되면서 매출에 기여를 했던 것이다. 인공지능에 데이터를 학습 시키는 데도 GPU가 필요하지만 가상자산 채굴 역시 컴퓨터 성능이 높을수록 빨라진다.

채굴자들이 엔비디아 GPU에 몰리자 한 때 엔비디아는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본다’며 모든 그래픽카드 칩셋에 가상자산 채굴 제한 조치를 내렸다. 동시에 가상자산 채굴에 특화된 CMP(Cryptocurrency Mining Processor)를 따로 내놨다. 그러다 다시 가상자산 가격 하락으로 전체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으니 가상자산이 곱게 보일리가 없다.

인공지능은 어떤가. 최근 발표한 실적을 보면 데이터 센터 매출이 크게 늘면서 주가도 함께 급등했다. 이 모든게 AI 챗봇 덕분이다. 오픈AI가 지난해 말 출시한 챗GPT 구동에 엔비디아 GPU가 사용됐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관련 매출인 데이터 센터 매출은 가상자산의 부침에 영향을 받은 것과 달리 꾸준히 늘었다. 안정적 성장세를 보여왔던 것이다.

게이머들이 먹여살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엔비디아였지만 이제 데이터 센터 매출이 새로운 캐시카우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적어도 이 시점만 놓고 보면 크립토보다 인공지능이 우선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 엔비디아의 산업용 메타버스 구축 시스템인 옴니버스(Omniverse)를 떠올려 보자. 옴니버스는 메타버스 환경을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플랫폼이다.

그저 개인이 즐길 수 있는 그런 메타버스가 아니다. CEO인 젠슨 황도 다음과 같은 사례를 언급했다.

‘과학자들이 원자로를 활성화하기 전, 옴니버스로 만든 디지털 트윈에서 가설을 테스트한다’
‘건축에 앞서 해당 공간을 미리 메타버스로 모델링한다.’

생성형 AI의 발전과 맞물려 산업용 메타버스는 개인 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고 그 미래를 미리 내다보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옴니버스다.

엔비디아 CTO가 했던 발언만 들으면 크립토와 인공지능은 별개의 주제인 듯 하지만 사실 메타버스 상에서 이 둘은 시너지를 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엔비디아가 주장하듯 메타버스에 사회에 이로운 인공지능을 접목한다고 한다면 이를 구현할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당장 본인인증만 해도 그렇다.

메타버스 이코노미는 결국 가상자산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엔비디아가 크립토와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옴니버스 같은 첨단 혁신에는 모든 것이 융합될 것임을 직감할 수 있다.

시장에서 ‘크립토는 끝났고, NFT와 메타버스도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대세라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모두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방송 중 만난 모 전문가가 내게 이런 말을 해줬다. 세상은 ‘점’이 아니라 ‘선’이라고 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스티브 잡스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점처럼 흩어져 있는 것들을 선으로 연결시키는 일의 제일 큰 수확은 무엇보다 돈이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지은 작가 sjesje1004@gmail.com
서강대 경영학 학사, 국제통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0년 이상 경제 방송 진행자 및 기자로 활동했다. 유튜브 ‘신지은의 경제백과’를 운영 중이며 저서로 ‘누워서 과학 먹기’가 있다.